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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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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예전에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지난날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추억해보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2013년 어느 가을날 북한산 의상능선 가는 길에 국녕사에서 아침 햇살이 부처님으로부터 쏟아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 날 산행은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끽했던 하루였습니다. 한 동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몰입한 적이 있다. 그때 마크 트웨인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책과 윌슨의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무석의 ‘정신분석으로의 초대’ ‘마음’ 등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 ‘차라투스트’라는 대학 때부터 몇 번 시도했지만 50페이지를 못 넘겼다. 그러다 니체를 공부한 다음 다시 읽고 있다. 인간의 생존도구는 지능..
마음 이번 겨울은 눈이 자주 온 편이지만, 제대로 눈 산행을 해보질 못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눈이 온다는 예보를 믿고 무조건 도봉산을 찾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니 부슬부슬 비만 내린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멀리 도봉산을 바라보니 정상이 하얗게 덮였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이른 아침 산속은 고요하고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쌓여, 세상은 이미 겨울왕국이 되어 있다. 안개 속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이런 눈꽃 산행이 몇 년 만이든가? 사진은 안개 속에서 잠깐 그 모습을 드러낸 도봉산 정상 봉우리들이다. 이제 칠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생 둘이 전번 주에 죽었다. 산을 오르면서 나는 내 건강을 체크해 본다. 내가 느끼는 세월의 속도만큼이나 내 몸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인 본명은 영일英一이다. 한 송이 꽃이라는 뜻이다. 시위, 필화사건, 긴급조치 및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선동죄 등으로 체포와 투옥, 사형 및 무기징역 선고, 석방을 거듭하면서 시인은 1970년대 내내 박정희 정권과 맞섰다. 그러나 1991년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이어진 학생들의 분신자살을 질타하는 칼럼을 에 실었다. 이 일로 그는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민주화 운동 진영과 척을 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자신을 탄압했던 독재자의 무능하고 부패한 딸에 대한 옹호와 지지로 어처구니없이 훼손된 말년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도 없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
왜 詩를 읽는가? “책을 읽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이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이고, 감동받기 위해서이고, 위로받기 위해서이고, 깨닫기 위해서이고, 친구가 필요해서이다.” 법정 스님 말씀이다. 나도 그렇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읽은 책을 통해 다음 책을 소개 받고, 뭔가 더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책을 읽는다. 중독이라 할 정도로 주위에 책이 없으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다. 요즘은 책을 읽어도 기억되는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아마 내 지식체계 어딘가에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해한 詩는 별로지만 나는 시도 좋아하는 편이다. 박완서 작가와 같은 의미에서 시를 찾아 읽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詩가 와서 나의 아무렇지도 않은 시간과 만나니, 나 같은 속물도 철학을 하게 만든다..
무책임한 입방아 탄천을 걷는다. 겨울답게 눈도 내리고 매서운 칼바람 불고 추웠으면 좋겠는데, 포근하니 오히려 불안하다.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아흔이 넘은 어머님은 전화를 하면 올해 아홉수니 조심하라고 걱정하신다. 세상이 하도 우수선 하고 불안하니 막연하게 두렵고 답답하고 쓸쓸하다. 아홉수라 그런가? 故 이선균 사건을 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나 말이나 글로 먹고 사는 이들의 무책임한 입방아가 그 원인이다.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인간의 비열하고 잔인함이 두렵고 치가 떨린다. 1981년에 일어난 윤경화 살인사건은 71살 무속인 할머니 윤경화씨가 자택에서 자신의 수양딸과 가정부가 함께 피살된 사건이다. 이 사..
애착 공동체를 만들자 어느 비 오는 날 관악산 연주암을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오르고 있다. 아마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나도 손자와 함께 그러고 싶었지만 자식과 며느리, 할매까지 결사 반대이다. 은퇴 이후 아이들이 나의 친구였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했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함께 지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의 사고와 어른의 사고가 같을 수 없으며, 좋아하는 것이 같을 수 없고, 일상이 같을 수 없다. 먹고 마시고 노는 일상, 취향, 사고가 다른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교육을 위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맡겨진다. 일찍부터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길들여진다. 아무리 좋은 장난감도 함께 놀아..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진은 고호의 울고 있는 노인, 번뇌하는 노인? 입니다. 나는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톨스토이다. 톨스토이는 맹렬하게 삶에 집중하며 성찰하는 삶을 살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았다. 러시아혁명 사상가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그는 ‘얼음이 깨지고 있다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더 빠르게 걸어가는 것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그 시대의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비유하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거기에서 발휘해야 하는 불가피한 인간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삶을 비극적이고 위선적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그 삶에 투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인간은 삶의 모순성 속에서 스스로를 완성시켜나가야 하는 존재다. 톨스..
가을 상념 산을 가장 많이 찾는 시기가 봄과 가을이다. 아침 햇살이 찬란한 가을 숲길을 걷는다. 하늘도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햇살의 따스함에 가을이 묻어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의 향기가 있다. 오랜만에 가을단풍 구경하러 먼 길을 찾아 왔더니 가을은 벌써 다녀갔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가 싶더니 여름이 이미 눈앞에 와 있었고,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가을은 저만치 가고 있다. 무엇을 하겠다는 간절한 욕망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도 세상에 대한 관심도 호기심도 없이 하릴 없이 가는 시간만 아쉬워한다. 낙엽 지는 거리를 군중들속을 세속을 초월한 사람처럼 걷는다. 가로수의 나뭇잎에도 가을이 깃들어 있고, 쌀쌀한 바람에는 가을의 쓸쓸함이 있다. 자기에게 맞는 자리, 바른 자리에 바른 자세로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