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꿀 권리(박영숙 지음)

(9)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물음표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열쇠라면, 그 꿈을 이뤄내는 힘은 공공성과 자발성의 화학적 결합으로 생긴다. 공공성이 일방적으로 주어질때 획일적이 되어 다양성을 담기 어렵고, 반면 자발적으로 공공성을 체득하고 실천할 때 스스로 도익를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즐거운 배움과 능동적인 존중, 역동적인 상호관계,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 도서관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세상이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움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말은 좋은 프로그램 몇가지를 덧붙이거나, 학습능력 평가기준을 바꾸는 정도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 배움을 가르치는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 스스로 실천해 가는 과정이 되도록하자는 것이다. 책을 도구 삼아 논리력, 사회성, 인성, 창의..
도서관다운 도서관의 방식으로 도서관에는 온 세상이 담겨 있다. 도서관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재촉하거나 윽박지르지도 않는다. 배움은 인간 잠재력을 끌어올려 생명이 있는 고유한 존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학교 방식의 교육이 사회적으로 절대적인 힘을 가지면서, 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와 통로가 오히려 제한되어 버렸다. 도서관조차 학교교육을 보조하는 기관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빚을 져서라도 대학을 보내려 하고, 아무리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것을 쓸데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반 일리히가 ‘학교없는 사회’에서 말한 사회 전체가 학교화 되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학교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교육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일..
삶의 서사naritive를 위하여 책을 펼쳐든 시간동안 우리는 수많은 만남을 누린다. 세상 모든 역사와 문화, 도전과 실패 전쟁과 화해, 용기와 상처, 러브스토리... 읽는 사람의 내면에서는 저자, 등장인물, 그들의 삶과 그것을 둘러싼 세상, 그 모든 것과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차츰 알지 못하던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세상이 조금씩 더 넓어진다. 때론 책을 펼치기 전의 자신과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자신이 다르게 느끼질 만큼 다르다. 책 한권을 읽는 사이에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마법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런 은밀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책을 읽는 사람의 내면이라는 것을 우리는 도서관의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으로 일어나는 만남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토막 지식이나 정보..
꿈의 크기를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나는 도서관에서 나이나 학력으로 가르지 않고, 장애나 계층도 상관없이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세상 모든 일을 꿈꾸어도 좋을 나이의 자식을 보며 그 일도 할 수 없을까봐 걱정하고, 다른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을거라고 여기는 부모의 두려움이 절망스러웠다. 이 세상 누구에게 한 사람의 꿈의 크기를 결정할 권리가 있을까? 밤을 세워 토론하며, 도시빈민 철거문제, 아동심리, 교육학, 역사와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마음에 무력감도 들고 자괴감도 들었다. 이 세상에 절반만 사람인 사람은 없다는 진실과 절반쯤만 사람 취급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다. 장애인 처지에 사회적인 관계와 세상과의 소통, 도전 따위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
다름, 차이에 우리는 얼마나 서툰가? 말로 하기 힘든 느낌을 말로 주고 받는 동안 평소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얼마나 많은 것이 생략되고 있는지 새삼 까닫는다.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예술작품을 설명하면서 작품을 본 느낌,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한 동선안내, 작품 크기나 걸려있는 위치와 배경에 대한 설명 등등... 말로 주고 받지 않아도 많은 느낌이 공유될 수 있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온 몸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확인했다. 늘 서 있던 자리에서 한 뼘만 자리를 옮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덤덤해지면 소통의 길이 열린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그냥 인정하면 된다. 소통으로 서로의 차이를 좀더 잘 이해하게 되면, 넘치지 않는 적절한 배려를 할 수 있다. 넘치는 베려도 문제다. 장애인을 너무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나 지나친 배..
세상에서 양육기간이 가장 긴 종 무턱대고 방침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분명한 근거를,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도록 문서로 작성해둘 필요도 있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습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새학기나 방학이 되면 학교에서 내준 책 목록을 들고 와서 검색대와 카운터를 오가며 책을 찾느라고 바쁜 것은 아이가 아닌 부모들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부모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에게 말을 걸면서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가지다. 첫째 아이에 제대로 모르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이, 아이가 뭐에 관심이 있고,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아무 것도 모른채 그 아이에게 알맞은 책을 골라 준다는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하는 점, 둘째 아이 말고 '당신 자신은 어떤 책을, 언제, ..
함께 흔들리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과 자료는 경쟁에서 이기고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법을 함께 배울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다. 종종 삶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별이나 바람이나 물의 흐름처럼 길을 찾아갈 실마리였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충분히 도움닫기를 하는데 필요한 구름판 같은 것이었다. 종종 갑작스런 갈림길을 만나거나 막다른 길에 서게 되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 숨겨져 있을 지도를 찾는 것이 도서관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어디 있더라도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고, 그저 그곳의 시간이 있는 것이고 또 다른 시간을 준비하고 맞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꾸 정처없이 떠돌게 되는 건, 마치 불랙홀처럼 ..
세상을 바꾸는 힘, 질문 세상을 바꿔온 힘을 한 글자로 담을 수 있는 공용어는 물음표 아닐까? 물음표는 통념이나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채워져 있던 빗장을 여는 열쇠다. 이유와 배경을 알려고 할 때 비로소 맥락을 볼 수 있는 눈이 뜨이고, 맥락을 알게 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비로소 대안의 상상력에 불이 켜지는 것이다. 물음표에는 에너지, 힘이 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아주 사소한 것까지 궁금해져 온통 머릿속에서 그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무엇을 봐도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나의 모든 것이 그와 연관되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대상을 좀 더 잘 알고 싶어지고, 나와 그 대상이 상호작용하길 기대하게 된다. '?' 물음표가 고리 모양으로 생긴 것은 아마 사슬처럼 고리에 고리를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