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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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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교육법 구세대는 수수한 신세대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방종하게 살았다. 과음을 즐겼고, 들쭉날쭉한 생활에 신선한 공기와 청결 또한 중시하지 않지만, 나이가 지긋이 들어도 별 부상없이 비즈니스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을 챙기는데다 과식과 과음을 삼가고, 통풍에 민감하고, 자주 씻고, 연례행사로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발달된 의학지식의 혜택도 누리고, 있는 우리는 되레 몸이 계속 망가지고 있다. 노소를 막론하고 삶의 압박은 중압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반직과 전문직을 통틀어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성인의 역량과 에너지가 소진되어 갔고, 사규 또한 이전보다 훨씬더 엄격해졌다. 젊은 직원이 경쟁속에서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그러고 나니 피해는 갑절로 늘어났다. 가장은 경쟁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
금욕주의 몸에 문제가 생기는 까닭은 감각에 충실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라야 옳다. 배가 고플 때 배를 채우는 것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지만, 식욕이 없을 때 배룰 채우는 것은 화근이 된다.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면 문제가 없지만, 갈증이 해소된 후에도 계속 물을 마시게 된다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자연이 강력히 권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자연의 충고를 계속 무시하는 데서 벌어지게 되어 있다. 두뇌활동도 자율적으로 즐길 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열이 나거나 아파서 두뇌가 중단을 명령하는 데도 아랑곳 않고 두뇌를 쓰는 것이 문제고, 기분좋은 수고가 화근이 아니라 몸이 지치는 데도 계속 무리하니 탈이 나는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생활이 장기간 이어진 사람이라면, 감각이 믿을만한 길잡이가 되지 못한다. (배가 고..
살찌지 않는 아이들 사람을 기르는 일은 관심을 둘만한 가치가 없는 일로 취급해서 되겠는가? 어느 도발적인 작가에 따르면 성공하는 인생을 위한 첫째 조건은 선량한 동물이 되는 것이고, 국가가 번영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선량한 동물이 국가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사회는 너무 경쟁이 치열한 탓에 피해를 입지 않고는 각자의 본분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압박이 계속 심해지면 건강에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눈앞의 경쟁을 위해 정신력을 무장해야 할 뿐 아니라, 엄청난 피로를 감내할 수 있도록 몸도 튼튼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을 한데 엮었다는 점 때문에 눌라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등한 동물과 같이 유기체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데다 우리도 인정할 수 ..
생각의 전환(2) 지능과 도덕은 일찍부터 자극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아동기에 예의바른 소년소녀의 모범이었던 아이가 점차 형편없이 타락하고,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다가 기대 이하로 추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적당한 수준과 적당한 결과에 만족하라. 고상한 도덕은 높은 지능과 마찬가지로 더딘 발달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늘 명심하라. 그러면 아이가 시시때때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자연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인내심을 발휘할뿐 아니라, 아이를 꾸짖고, 무언가를 강요하고, 아이에게 험악한 꼴을 보이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답시고 그런 작태를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절대군주인양 부모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존중하는 가정환경이야 말로 우리가..
생각의 전환(1) 아이들은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친구가 되어주는 아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종일 놀아주는 일요일에는 특히 신이 날 것이다. 아이의 믿음과 사랑을 차지한 덕택에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만 해도 아이들이 함부로 굴지 않는다고 한다. '더 심각한 잘못은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전 몇가지 일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정립될 수 있고, 꼭 그래야 하는 관계를 짚어봐야 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러한 관계가 정립되어야 심각한 잘못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그릇된 행동에 따른 불이익을 몸소 체험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반감을 갖거나 또는 아이에게 반감을 살 일이 없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이 대안이 처음부터 꾸준히 지속되는 환경에서..
체벌의 진짜 문제 아이가 행동의 결과를 자주 체득케 하는 것이 자연의 집행자겸 해석자인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할 사람도 많다. 즉 부모의 체벌은 대다수의 경우 잘못에 대한 결과라는 것이다. 분노, 폭행, 폭언은 아이가 잘못을 저지른 결과이며,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고통으로써 아이는 잘못에 대한 자연적 반응을 체험하게 된다는 식이다. 부모가 말썽쟁이 아이를 꾸짖거나 벌을 주는 것은 부모가 손을 쓴 결과라고도 볼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말썽에 대한 자연적 대응으로 봄직도 하다. 교육제도는 정치제도와 같이 인간의 본성이 허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상스러운 부모밑에서 자란 상스러운 아이에게는 부모가 그랬듯 상스런 방법으로 자유롤 제한해야 할지도 모른다. 악랄한 어른으로 구성..
반사작용으로서의 교육 아이가 넘어지거나 탁자에 머리를 부딪쳐 통증을 느끼면 그때마다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해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바른 행동의 가이드라인이 몸에 배게 마련이다. 자연은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도덕교육의 진정한 이론과 실제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몸에 상처입거나 모종의 불이익을 당한 경우, 우리는 잘못과 그 결과를 가장 단순한 것으로 측소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즉각적인 결과와 훗날에 나타날 결과를 모두 따져볼 때 이로우면 좋은 행동이고, 해로우면 나쁜 행동이라는 점에서 모든 도덕이론은 서로 일치한다. 즉 행복과 불행은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준거가 돤다는 것이다. 과음을 그릇된 것으로 간주하는 까닭은 몸도 망가질뿐 아니라, 음주자와 그에 딸린 식구에게 벌어질지 모를 도덕적..
교육제도의 병폐 젊은이가 인생의 의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이를 준비시키는 것은 부모와 교사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배운 지식의 가치와 이를 가르치는 방법의 정수는 이 목적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력뿐만 아니라, 과학지식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도 대두 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자녀를 시민 신분과 사회에 걸맞는 사람으로 기르는데 관심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지위를 위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부모의 지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계를 꾸리려면 준비가 필요하지만, 자녀를 기르는 데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자부하는 모양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책임 즉, 가정을 세우고 가꾸는 일을 위해서 단 한시간도 쓰는 법이 없다. 너무 쉬워서 그런가? 그렇지도 않다. 어른이 감당해야 할 본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