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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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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밈머신이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유전자에게만 집중했고, 사회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간과했다. 모든 문화를 일종의 유전적 선택환경으로 취급했다. 칼 마르크스는 사람의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과학자들은 사람의 사회적 역할이나, 그가 처한 배경에 따라 삶과 자아가 구성되는 과정을 연구한다. 자연선택은 오랜 진화의 기간동안 유전자와 밈 모두에 작용함으로써 우리 몸과 뇌를 설계했다. 우리는 각각 독특한 존재지만, 우리의 유전자들은 모두 과거의 생물에게서 왔고 우리가 계속 번식한다면 미래의 생물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또한 언어능력과 밈환경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 방대한 수의 밈들을 저장한 보관소이기도 하다. 우리의 밈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왔고, 우리..
자아(2) ‘진정한 자아’가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자아는 평생 지속되는 영속적인 실체이고, 뇌가 바깥 세상과는 분리된 존재이며, 기억과 신념을 보유하고, 행동을 개시하고, 세상을 경험하고, 결정을 내린다. 반면 ‘망상적 자아’ 가설이라고 부르는 이론도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자아는 공통의 역사를 통해 하나로 묶인 생각들, 감각들, 경험들의 꾸러미다. 이런 이론들에 따르면 연속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라는 망상은 뇌가 말하는 이야기들, 혹은 뇌가 짜내는 환상들 때문에 생긴다. 영장류가 갈수록 복잡한 사회를 발달시킴에 따라 그들의 생존은 남들의 행동을 더욱 정교하게 예측하고 앞지르는 일에 좌우되기 시작했다. 돈, 존경, 명성을 얻는 것도 일종의 행복이긴 하다. 그러나 그 행복은 짧다. 부유한 생활보다..
자아(1) '지구에서 오직 우리만이 이기적 복제자들의 폭정에 대항할 수 있다.' 밈개념을 처음 말했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일까? 미국인 88%는 사람의 영혼을 믿고, 유럽인은 61%가 믿는다. 초자연적인 현상 등을 믿는 사람의 비율과도 비례하는 수치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접근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 프랜시스 크럭은 ‘놀라운 가설’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 당신, 당신의 기쁨과 슬픔, 당신의 기억과 야망, 당신이 느끼는 정체성과 자유의지가 사실은 방대한 수의 신경세포들과 그에 연관된 분자들이 취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놀라운 가설이다” 컴퓨터의 칩이나 회로를 들여보는 것만으로는 컴퓨터 활동을 이해할 수 없듯이 뉴런들의 ..
인터넷 내 집을 가득 채운 기기들 가령 펜이나, 책이나, 컴퓨터나, 오디오가 모두 그런 밈 복제 도구다. 글은 언어의 수명을 늘리는 첫단계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지금부터 약 4000년전에 문자를 발명했고, 멕시코 원주민들은 기원전 600년 쯤에 문자를 발명했다. 우리는 차라리 복사기계다. 우리는 밈들의 경쟁이 이끌어가는 방대한 진화과정에서 선택환경의 일부일 뿐이다. 책을 쓰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생각의 격전지나 다름없다. 내 안에는 수많은 생각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인쇄될 수 있는 수는 아주 적다. 나는 무에서 생각을 창조해내는 독립적인 의식 주체가 아니다. 내 뇌는 과거의 교육으로부터, 독서로부터, 오랜사고로부터, 무수히 많은 밈을얻었고,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뇌에서는 그 밈들이 서로 뒤엉켜..
종교 좋든, 싫든 우리는 종교에 둘러쌓여 있다. 세계의 주요 종교들은 역사가 수천년에 이르고, 우리의 달력과 명절에, 교육과 양육에, 신념과 도덕에 영향을 미쳐 왔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우고, 그곳에서 자신의 신을 섬기는 일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는다. 우리는 종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의 거대 종교들은 대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갖춘 소규모의 컬트로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날로 세력이 확산되어서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명의 신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인류 역사에 작은 컬트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보라. 그중 대다수는 지도자가 죽거나, 몇 안되는 추종자들이 흩어진 뒤에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극소수는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거대한 신앙 체계가 되었다. 왜그랬을까? ..
이타성, 두려움 명성은 밈을 퍼뜨린다. 유명한 스타는 수백만 시청자에게 관찰의 대상이 되고, 그럼으로써 옷, 말투, 흡연, 음주, 차, 생활방식에서 유행을 선도한다. 그리고 유명한 사람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더 쉽게 설득된다. 판매원들이 이러한 전략을 많이 쓴다. 이타적인듯 보이면 된다는 첫 번째 술수는 그야말로 확실하다.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인양 보이게 하는 밈은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남에게 모방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밈이 확산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우리는 남에게 미소짓고, 나한테 미소짓는 사람한테 화답한다. 우리는 솔직히 별로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그 밈들이 성공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 대화는 이런 밈들로..
진화생물학 정치인은 섹스를 무기로, 영향력 확보 도구로 동맹을 다지는 방편으로 활용한다. 그 동맹이라는 것도 모두 정치적 meme를 퍼뜨리기 위한 것이다. 섹스는 meme을 맘깟 확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게 해주는 멋진 신세계다. 현대 사회에 와서는 meme이 우리의 성을 장악하여 meeme 확산에 투입했다. 산아제한 기술은 유례없는 성공적 meme 집합으로 한편으로는 성산업을 촉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생 자녀의 양육이 아닌 다른 일들로 사람들의 에너지를 돌려놓았다. 어떤 시점이 되면 인구밀도가 너무 낮아지는 바람에 번성하는 meme 세상을 지탱할 정도의 하부구조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meme 추진속도가 누그러지면 더불어 산아제한도 덜 시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유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인구는 증..
섹스와 밈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으로 meme를 동원하여 금욕을 설명했다. 사람들이 meme 확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따라 meme 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가정하자. meme 관점에서 그 밖의 다른 일은 시간낭비다. 결혼, 출산, 양육, 심지어 성행위 자체도 meme 에게는 대단한 시간 낭비다. 그렇다면 성직자가 결혼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내와 자식이 그의 시간과 관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그가 신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금육을 장려하는 것은 결혼을 장려하는 것보다 생존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된다. 로마 가톨릭처럼 사제의 금욕을 고집하는 종교에는 활발하게 meme를 퍼뜨리는 성직자가 무수히 많을 것이고, 그에 따라 무수한 개종자가 생겨날 것이고, 새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