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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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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3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어 널리 회자되는 키워드는, 숨어있던 직관의 문을 열어 행동을 자극한다. 우리는 흔히 합리적-인지적 방법을 통해서만 행동이 변한다고 믿는다. 오랜 새월동안 이런 전략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계몽주의라는 유사종교의 관점을 버리지 못하고, 인간을 여전히 합리적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정 메시지는 그것이 깊이 뿌리내린 감정과 가치를 건드릴 때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깊이 뿌리를 내렸다는 비유는 우리가 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며, 나아가 이것이 여기저기로 뻗어간다는 의미이다. 요즘 심리학은 딥 프레임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정체성이 우리가 환경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에 기초하며 동일한 문화권에 속하는 인간은 동일한 복합물이나 프레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러니까 집단차원에..
좋은 삶2 신자유주의 역시 소위 자유시장과 규제철폐를 외치며 등장했지만, 실제로는 순식간에 의욕을 말살시키는 납처럼 무거운 관료주의로 변질되었다. 자유시장은 구호일뿐, 신자유주의 조직은 생산성 향상과 경쟁을 목표로 쉬지 않고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중앙의 엄격한 정책을 통해 작동한다. 감시를 하는 중앙의 감시인이 없다는 점에서, 텅 비어 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이제 컴퓨터가 대신 차지한다. 물론 컴퓨터가 인류에게 암울한 미래를 안겨줄거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일체의 기술혁신이 그러하듯 디지털화 역시 인간의 특정한 강박을 더욱 부채질 한다. 숫자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은 그것이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라는 생각이다. 대부분은 정반대다. 숫자는 현실의 특정 이미지를 창조한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특정 기대를 충족시..
좋은 삶1 모든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정한다. 이 기준은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정체선에 좌우되고, 이는 다시 지배 서사와 그로부터 나오는 통치권력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모든 사회는 건강과 질병을 동시에 주며, 따라서 우리는 판단을 내릴 때마다 이는 양극단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조직은 졍체성의 형성에 관하여 두가지 기본과정, 즉 동화 및 분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체성의 발달은 두가지 기본방향, 즉 타인과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과 자율을 지향하는 욕망에 의해결정된다. 바람직한 경우, 이 두가지 욕망이 균형을 이룬다. 첫번째 방향은 동일성의 욕망, 즉 집단 형성과 복종의 욕망이며, 두 번째는 차이 즉 개인주의 독립의 욕망이다. 사회집단이 너무 약하게 형성 되면, 개인은 ..
장애를 대량 생산하는 사회2 범주라는 말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카테고리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놀랍게도 이 말은 '공개적으로 죄를 씌우다'라는 뜻이다. 이언 존스턴에 따르면 분류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도덕적 구분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혁명적 사상가가 혁명적인 이유도 바로 이들이 새로운 분류체계를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목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모든 범주화는 암묵적이든, 노골적이든 정치적, 도덕적 의미를 따르는 서열화이다. 다윈의 중요성은 그가 과거의 자연질서를 떠났다는 데 있다. 신이 만든 자연의 사다리를 진화의 질서로 대체했다는데 있다. 한 인간의 문제를 중심에 두는 나의 입장과는 달리 DSM (미국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의 심리진단 분류법은 꼬리표를, 도덕적 질서를 앞세운다. 한 사람에게 꼬리표를 ..
장애를 대량 생산하는 사회1 1975년에 나온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새’는 정신병원에 만연했던 문제들을 두 시간동안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루었다. 사회적 일탈 행동은 무조건적 정신병으로 낙인 찍어버리는 믿을 수 없는 진단, 강제치료, 과도한 약품처방, 나아가 뇌수술에 이르기까지 정말 온갖 문제들이 등장한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징신병 진단의 지침서인 미국 ‘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은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추가항목이 늘어난다. 대부분의 진단은 단순한 체크리스트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해당 장애에 신경생물학적 원인이 있을 거라는 주장 역시 과학적 사실이라기 보다는 제약업체의 광고 슬로건으로 생각된다. 모든 공식통계가 향정신성 약품의 폭발적 사용증가를 입증한다. 심리치료의 의무는 사회적 규범에 강제로 적응..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3 계약서 숫자가 늘어나면서 도덕은 사라지고 카메라 숫자는 많아진다. 내면화된 권위는 없다. 때문에 카메라가 필요하다. 어른들에게도 어린아이처럼 물질적 보상, 인센티브로 유혹해야 규칙준수를 호소할 수 있다. 노동에서 결혼까지, 교육에서 치료까지, 오늘날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계약을 통해 규제된다면 정말 나쁜 징조다. 계약만하면 모든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국민을 계약으로 규제해야 하는 사회란 얼마나 깊이 병든 사회인가?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느낌과 자신이 조직의 일부라는 소속감은 무기력과 개인주의로 방향을 선회했다. 초기단계에선 인간을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성인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이젠 모든 사람들이 외부규칙에 따라야 하며, 어떤 것에도 영향을 ..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2 모든 것이 가능하며 타인이 항상 우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신비의 낙원에서 스스로 책임져야하고, 대답과 결과를 찾아야 하는 거친 현실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과정이며, 이때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문화는 권리와 의무를 가르치는 의식을 통해 이런 이행을 기념한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었지만 '지금부터는 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해!' 그와 동시에 어떤 욕구는 제한되고 정해진 조건에서만 충족될 수 있으며, 어떤 것은 아예 그럴 수 없다는 점도 가르쳐 준다. 이런 실존적인 문제들과 마주치는 순간, 전형적인 인간의 특징이 고개를 들이민다. 가능한 모든 대답을 생각해내는 창조성 말이다. 결핍 해소를 위해 종교와 예슬, 학문에 관심을 갖는다. 이중 무엇도 최종 해답을 줄 수는 없..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1 드 발은 영장류는 공감하고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지만, 환경이 이런 행동을 지원할 경우에만 그렇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다른 환경에선 극도로 잔혹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정체성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인물이, 단단한 애착관계를 조성해주는 안정된 환경에서 최고로 발달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일관성있게 그들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느낀다. 정체성의 특성은 각자 성장하는 사회집단, 특히 그곳의 대표적인 관점, 만날수 있는 서사에 좌우된다. 이런 관점은 항상 윤리적 성격을 띠고 무엇보다 규범과 가치를 포함해서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두 세대전만 해도 가정은 가까운 주변과 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