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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김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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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으로 본 미국3 미국의 오만한 단독행동에 아랍진영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가 미국에 등을 돌렸으며, 무질서와 혼란, 실업, 민간인 사망으로 이라크인들은 미국을 확실한 적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베트남전 당시도 그러했지만 미국은 남의 나라에 개입하는 것보다 명예롭게 빠져나오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아랍권 젊은이들이 분노의 칼을 갈도록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이집트 등 전근대적 왕조국가, 독재국가는 하나같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후세인을 공격하는데도 무기력하게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중동의 젊은이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왕족, 귀족들을 권좌에 앉힌 다음, 그들을 마음대로 요리해온 미국의 중동개입 역사를 다시한번 몸으로 실감하게 되었..
이라크 전쟁으로 본 미국2 이라크 사람들이 테러세력을 비호하여 이들을 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미군은 비협조적인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즉 테러세력을 숨겨준 것으로 의심되거나 노골적으로 미군을 거부하는 동네를 골라 그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어떤 마을에서는 미군 불도저가 재즈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과수를 밀기도 했다. 미국에 협조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이렇게 보복한다는 일종의 위협, 즉 주민교육이었다. 수십년전 그들의 선배들이 베트남에서 밀림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정착촌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거부하는 주민을 본보기로 처벌하던 그런 식이다. 미군의 거칠고 무자비한 진압작전은 이라크인의 반미감정을 촉발했고, 급기야 팔루자에서 이라크인들이 미군의 시체를 끌고 다니..
이라크 전쟁으로 본 미국1 2003년 3월 18일 부시는 후세인을 향해 ‘48시간 안에 무장해제 하지 않으면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은 전쟁선포였다. 그의 전쟁선포는 자신이 미국의 최고 권력자이자 사실상 작은 카이사르, 즉 제국의 황제라는 것을 온 세계에 천명한 것이었다. 부시행정부는 자신의 공격 혹은 침략행동을 용서 못할 악에 대한 정의의 심판으로 지구상 가장 악독한 독재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호도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문명을 파괴하는 전쟁이 평화를 향한 불가피한 대안이며, 이라크의 무수한 민간인과 참전군인들이 향후 수년, 수십년 동안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고통과 상처는 자유를 얻기 위한 불가피한 대가라고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9.11테러 이후 위기를 기회로 포착한 부시행정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