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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지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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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친밀한 인간관계를 건강과 행복의 기준으로 강조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 현상이다. 예전에는 그날의 일과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필요한 것은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먹고사는 일에 너무 바빠서 인간관계라는 복잡한 문제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대 산업사회는 불안정하고 체계가 부족하다. 유동성이 크지면서 사회의 기둥이 위태로워졌다.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이상은 예전의 규칙들로 규정될 수 없고, 그런 이유로 인간관계는 걱정과 불안을 키우는 문제가 되었다. 프로이드는 정신생활은 본래 쾌락욕구 원칙, 그러니까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얻으려는 욕구에 지배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은 만족스런 성생활을 누린다는 의미라는 견해가 지배적..
삶이 마지막을 향해 갈 때 어린시절 관계는 대상관계에 좌우된다. 아기는 스스로를 보살필수 없으며 '아동기'라는 오랜기간 동안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에 의존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에 관심을 덜 보이고 혼자 있는 것에 더 만족하며, 내면의 관심사에 더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든 사람들이 배우자와 자녀, 손자 손녀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관심의 강도가 어느 정도 줄었다는 의미다. 인간관계의 관심이 줄어드는 이런 변화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도록 만드는 성적충동이 중년이나 그 이후의 나이에 이르러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과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이별을 덜 고통스럽게 하려는 자연의 자비로운 섭리인지도 모르겠다. 속세의 목표와 애착에서 벗어..
위대한 창조자들 타인에 의한 고독은 다른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독방감금은 가혹한 형벌로 인식되며, 여기에 공포와 불안, 수면부족 등 다른 요소들까지 더해지면 정상적인 정신기능이 붕괴되어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혹독하지 않은 상태의 감금이라면 유익할 때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작가가 감옥에서 글을 썼으며 감옥안에서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더라도 거기에서 견뎌된 영적, 정신적 혼란의 시간을 나중에 작품에 담아냈다. 책, 라디오, 텔레비전, 편지를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감시하에서 면회도 허락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격리된 상태로 있다보면, 정신기능 장애가 생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격리상태가 몇 주가 넘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를 호소한다. 어떤 사..
불행을 극복하는 창조 상상력은 얼마간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낸 재능있는 사람들에게서 특히 발달되는 경향이 있다. 고독은 상황에 따라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이로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상황이 지나치게 열악해서 정신분열을 일으킬 정도만 아니라면, 인간관계가 얼마간 부족한 것은 오히려 상상력의 밑거름이 된다. 어린시절에 여러 박탈을 경험하다 보면 친밀한 애착관계를 맺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 상상의 세계는 불행에서 비껴나고 상실을 보상받게 해주며, 미래 창조활동의 기반이 되게 해 준다. 창의력이라는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맺는 관계는 폭이 좁고 불완전할 수 있다. 창조적인 예술가들은 본질적으로 가치있는 관계보다는 작업에 도움이 되는 관계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동년배들과 관계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 작가..
진실하게 그립지만 절박하게 두려운 (2) 사람들의 기질 차이가 주로 유전적으로 결정되긴 하지만, 개인이 성장하면서 접하는 다양한 환경요인에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오늘날에는 아주 내향적인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보다 더 병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이것은 대상관계를 강조하고,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 일어나는 과정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혼자 있을 필요가 있다. 얼핏 생각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신뢰할수 있는 관계를 맺는 개방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 이므로 그들이 혼자 있을 필요를 말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은 상대와 지나치게 깊은 관계를 맺거나, 그 관계에 몰두해 내적욕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행사나 모임에 참석해, 피곤해 하다가 다시 혼자가 되면 기운을 회..
진실하게 그립지만 절박하게 두려운(1)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는 인간의 기질이 저마다 다르며, 어릴적 환경과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로 억압 되거나 조장되기도 하지만, 기질의 차이는 대개 타고나는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고독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놓고 보면 특히 그렇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누구나 혼자다. 하지만 깨어있을 때 인간관계를 비롯한 경험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 또 혼자일 때 일어나는 일을 얼마나 가치있게 여기는지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다. 융은 프로이드와 아들러가 제시한 인간본성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융의 견해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주체가 의미있는 객체, 정확히 말하면 부모를 비릇한 어린시절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대체로 그에 따라 성향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아들러는 '주체를..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충족감 관심은 그 사람이 혼자 있을 때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극히 적을 때 나타난다. 신경이 외부로 쏠리지 않아 공상이 아주 활발해진다.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가 층족된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관심을 갖고 하는 여러 활동도 그렇다. 모든 사람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관심사도 필요로 한다. 관심사도 인간관계 못지않게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삶에 의미를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주로 인간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 하며, 또 다른 사람들은 흥미, 믿음, 사고의 형태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 한다. 창조의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인간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인간관계보다 그가 노력을 쏟는 특별한 분야가 훨씬 더 중요한 때가 많다. 그의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인간관계보다 일이다. 사실 ..
사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비밀 혼자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다. 혼자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바꾼다. 인간은 주로 학습과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문화에 따라 행동한다. 상대적으로 동물보다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아기들은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해 일정 수의 정해진 반응을 타고 난다. 하지만 인간행동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대부분 행동이 학습된 것이며,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간은 적도에서 극지방에 이르기까지 어떤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도 그리고 필요한 것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곳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인간이 거둔 엄청난 성공은 불만에서 비롯된다. 그 불만 때문에 인간은 상상력을 발휘한다. 물론 아직 세상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