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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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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공동체를 만들자 어느 비 오는 날 관악산 연주암을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오르고 있다. 아마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나도 손자와 함께 그러고 싶었지만 자식과 며느리, 할매까지 결사 반대이다. 은퇴 이후 아이들이 나의 친구였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했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함께 지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의 사고와 어른의 사고가 같을 수 없으며, 좋아하는 것이 같을 수 없고, 일상이 같을 수 없다. 먹고 마시고 노는 일상, 취향, 사고가 다른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교육을 위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맡겨진다. 일찍부터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길들여진다. 아무리 좋은 장난감도 함께 놀아..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진은 고호의 울고 있는 노인, 번뇌하는 노인? 입니다. 나는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톨스토이다. 톨스토이는 맹렬하게 삶에 집중하며 성찰하는 삶을 살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았다. 러시아혁명 사상가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그는 ‘얼음이 깨지고 있다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더 빠르게 걸어가는 것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그 시대의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비유하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거기에서 발휘해야 하는 불가피한 인간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삶을 비극적이고 위선적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그 삶에 투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인간은 삶의 모순성 속에서 스스로를 완성시켜나가야 하는 존재다. 톨스..
가을 상념 산을 가장 많이 찾는 시기가 봄과 가을이다. 아침 햇살이 찬란한 가을 숲길을 걷는다. 하늘도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햇살의 따스함에 가을이 묻어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의 향기가 있다. 오랜만에 가을단풍 구경하러 먼 길을 찾아 왔더니 가을은 벌써 다녀갔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가 싶더니 여름이 이미 눈앞에 와 있었고,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가을은 저만치 가고 있다. 무엇을 하겠다는 간절한 욕망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도 세상에 대한 관심도 호기심도 없이 하릴 없이 가는 시간만 아쉬워한다. 낙엽 지는 거리를 군중들속을 세속을 초월한 사람처럼 걷는다. 가로수의 나뭇잎에도 가을이 깃들어 있고, 쌀쌀한 바람에는 가을의 쓸쓸함이 있다. 자기에게 맞는 자리, 바른 자리에 바른 자세로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
프로파간다 propaganda 추석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근처 광교호수를 찾았다. 우리 세대는 좋은 시대를 살고 있고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다. 나는 운運 좋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후손들의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살게 될 세상은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 모든 측면에서 훨씬 더 나쁜 세상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시대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나름대로의 소명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 각자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만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법을 어려서부터 배워야 한다.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우리 각자는 자기 몫의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서 ‘지식인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을 던지고 지식인이 속한 사..
법과 이데올로기 돌아보면 지난 세월을 치열하게 살지 못하고 허송세월로 살았다는 자책감이 있다. 데모가 일상적이었던 70년대 대학교를 다녔지만 당시 나는 그런 사회적 상황을 듣고 보면서 외면했다. 그러나 그런 사회의 횡포에 맞서는 자들 때문에 나는 지금 이 호강스러운 고민을 한다. 김수영의 詩 ‘폭포’ ‘풀’을 읽을 때면 더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딸 책상을 정리하다 고등학교 때 공부한 단편소설을 읽다 감명 깊게 읽은 것이 박완서의 ‘조그만 체험기’와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이다. 요즘 시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라 소개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분노를 책을 덮는 순간 잊어버리고 살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는 한 사람의 권력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아무리 허울 좋은 법과 이..
어떻게 살 것인가? 살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 매달려 그 순간 그것이 세상 모든 것인 것처럼 죽네 사네 고민하고 힘들어 합니다. 또 어떤 때는 세상 일 모든 것들이 장난 같고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모든 것들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것도 깨달음인가? 산다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다는 깨달음.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인가? 깨달음이란 지금까지의 삶, 사고에서 벗어나 그것들을 무화無化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탈解脫이니 초월이니 하는 깨달음은 공부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결국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 아닌가? 열심히 젖병을 빨면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손자를 보면 남은 여생餘生이라도 함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
나의 소원은 이번 여름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손자에게 붙잡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손자와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손자의 재롱을 보며 좋겠다고 하지만, 일상의 모든 것을 손자에 맞춰 왼 종일 지내다보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녹초가 된다. 무더운 여름날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아이는 또 얼마나 불행한지를 경험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는 나가자고 칭얼거리며 때 쓰고, 울고 억지 부리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근처에 있는 아쿠아리움이다. 하지만 17개월 아이에게는 어두컴컴한 이곳도 마땅치 않아 칭얼거리기만 한다. 다시 무더운 날씨에 유모차를 밀고 탄천을 나간다. 그제야 아이..
아이 손을 놓지마라 무더운 여름날 자꾸 밖으로 나가자는 손자를 데리고 가까운 율동공원으로 나갔다. 무더운 여름날 손자를 따라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손자를 좋아한다지만, 할배에게는 무척 힘든 고역일 수밖에 없다. 한 동안 주어진 환경 내에서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여유롭게 지내다 올해 들어 갑자기 삶의 여유가 없어졌다. 육십대 후반에 들어서 할아버지역할, 부모역할, 자식역할, 배우자역할, 아이 돌봄역할을 하게 되면서 요즘은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역할 중 어느 하나도 대충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할아버지역할과 아이 돌봄역할이다. 우리 아이들이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풍요롭게 산다고 하지만, 돌봄 선생역할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요즘 아이들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