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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다는 것(채운 글 ,정지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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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것도 능력 장자라는 책을 펼치면 맨 앞부분에 붕새와 참새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바다에 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그 물고기가 어느 날 바다에서 솟아나와 붕이라는 새로 변한다. 이 새는 얼마나 큰지 날개 짓을 한 번 할 때마다 수만 리를 난다고 한다. 그렇게 큰 새가 여섯 달을 날아오르고서야 비로소 한 번 쉰다고 한다. 그런데 저 아래 있는 참새가 그런 붕새를 보며 말한다. ‘아니 저 새는 왜 굳이 저렇게 높이까지 나려고 하는 것일까? 그냥 내가 있는 높이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도 말이야’ 하면서. 붕새처럼 지금의 자리에서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세계를 떠날 수 없고, 자기 세계를 떠날 수 없다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없으면 다르게 느낄 수도 없다. ‘참새처럼 아무 노력도 하지 ..
느낀다는 것 2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작품이 유명하다. 나우시카는 바람을 타고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만물과 교감하는 느낌의 달인이다. 동물 전염병이 발생하는 데에는 인간도 책임이 크다. 인간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사료에 처리된 방부제 때문에 감염이 대규모로 무서운 속도로 일어난 것이다. 나우시카가 오늘날 이렇게 생매장당하는 동물들을 봤다면 통곡했을 것이다. 그들의 죽음이 나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들의 죽음이 언젠가는 인간의 죽음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나우시카는 만물을 자기 몸처럼 느낀다. 그들이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느끼고 그들의 기쁨을 자기의 기쁨으로 느낀다. 함께 살고(공생) 함께 느끼고(공감) 함께 나누는(공유) 삶을 사는 것이다. 동물들과 교감한다는 ..
느낀다는 것1 병에 걸렸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하던 걸 안 하고 안 쓰던 부분을 쓰는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이처럼 어려운 게 없다. 기존의 리듬이나 생활습관을 한마디로 몸과 마음의 패턴을 통째로 바꾸라는 것이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병에 걸렸을 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또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병에 걸리는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약이란 결국 우리의 익숙함을 깨는 것이고 유혹 대신 낯섬을 받아들이게 도와주는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느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느낌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내가 느끼는 만큼이 내 세계인 것이다. 좋아하는 것만 받아들이거나 익숙한 것만을 고집하려고하면 그 부분이 종양처럼 굳고 만..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한번 태어나고 죽지만 인문학적으로 여러번 태어나고 죽는다. 우리의 지식과 믿음, 감각이 완전히 변할 수 있다. 이제까지 좋아했던 일이 시시해 질 수 있고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갑자기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인간은 말로써, 개념으로써 자기 삶을 만들고 세계를 짓는다. 우리가 하는 말, 우리가 가진 개념들이 우리 삶이고 우리 세계이다. 따라서 삶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일은 우리 말과 개념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하고 나타난다. 우리의 깨우침과 우리의 배움이 거기서 시작하고 나타난다. 아이들이 말을 배움으로써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배운다. 말을 만들어가며 삶을 만들어 가고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 간다. 우리는 자기 삶에서 언어의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