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주디스 호

(13)
새벽에 밀려오는 불안, 03:00-04:00 “영혼의 깊은 밤은 언제나 새벽 3시다.” F.스콧 피츠제럴드는 절망에 관해 쓴 'Crack-Up'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길고 긴 어두운 밤에는 세상 모든 일이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불현듯 새벽에 잠에서 깨어 천장을 보고 몸을 뒤척인다. 잠을 자려고 노력도 해보고, 따뜻한 우유를 한잔 마셔봐도 소용이 없다. 걱정과 자책감만 밀려온다. 걱정이 마음을 흔들어 놓으니 다시 자려고 해도 안되고, 영혼은 점점 불안에 잠식당한다. 불안증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밑도 끝도 없고 해결책도 없기 때문이다. 불안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영혼을 점점 갉아 먹으며 찰거머리 같이 달라붙어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최악의 결과를 예측하게 하고, 실제상황보다 더 심각한 걱정과 긴장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1분간 잠시 기분..
심야에 처리해야 할 임무들, 수면과 비만 01:00-02:00 자는 동안에 우리 몸과 마음은 휴식상태다. 의식은 마치 그물침대 누운 모양처럼 처진 상태이고, 근육은 휴식중이며, 밤이라 시력도 저하되어 있다. 신체 계기판의 눈금은 전체적으로 내려가 있어서 청각과 체온, 호흡, 심박수도 모두 아래쪽에 있다. 하지만 뇌는 마치 손님이 모두 가고 난 후 집안을 치우고, 정리하는 집주인처럼 해야 할 일이 많다. 집안 일을 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는 뇌는 기억을 굳히고, 신경을 연결하고, 불필요한 세포를 처리하고, 시냅스를 연결하고,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며 약 90분에 한번씩 휴식을 위해 꿈을 꾸게 만든다. 물론 꿈은 렘수면 중에 발생한다. 그리고 렘수면이 아닌 깊은 수면 중에는 중요한 재생작업이 진행된다. 단백질을 포함해서 많은 세포가 생성되며, 면역체계가 재충전된다. 어떤 연..
수면, 꿈 23:00-24:00 눈 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잠들기 직전 비몽사몽한 상태다. 체내에서 만들어진 수면유도 화학물질 아데노신이 우리를 졸리게 만든다. 이제 인체시계가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뇌에서는 어두워지면 생성되는 멜라토닌이 흐른다. 어느 새 몸과 마음이 무의식의 휴식단계로 스르륵 진입한다. 질 높은 수면이 건강에 필수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몸과 마음, 뇌는 수면 중에 5단계 순환과정을 90-110분 마다 반복한다. 하룻밤에 4-5회 반복하는 셈이다. 1단계는 의식이 조금있는 선잠으로 깨기쉽다. 2단계는 성인의 수면중 절반을 차지하며, 뇌파가 떨어지고 안구운동이 정지한다. 깊은 수면은 3단계와 4단계에 속한다. 3단계에서는 뇌의 전기활동이 느려져 매우 느린 뇌파인 델타파가 나오며, 4단계까지 델타파가 우세하다. 3단계..
공포,섹스 그리고 사랑 22:00 -21:00 배고픔, 분노와 함께 공포는 뇌의 원시적이고 일차적인 생존본능 중의 하나다. 공포는 인간과 함께 낮에 활동하는 동물 대부분에게 내재된 본능이다.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밤에 출몰하는 포식자에게 공격당하는 약자였다. 공포는 위험에 처했을 때 몸과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변화하는 신체반응이다. 우리의 감각이 위험을 인지하면 이 정보는 뇌의 몇몇 부위로 재빨리 전달된다. 몸의 1등 감시병이자 완벽한 공격-도피 태세를 갖추고 있는 편도가 합동작전으로 이 과정을 주도한다. 편도는 동작이 빨라서 이성뇌가 미처 끼여들기도 전에 권총에서 총을 발사하게한다. 예를 들면 창밖에 있는 수상한 사람이 위험한 사람, 혹은 적이라고 인식하는 일은 편도가 하고 그 사람이 고양이를 찾아헤메는 이웃이라는 판단하는 일은 이성뇌가 한다. 지속적인..
춤추고 노래하면 뇌도 즐겁다. 19:00-20:00 컨트리 음악, 포크, 재즈, 오페라... 뭐든 좋다. 뇌는 음악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해서 하루 종일 듣고 싶어한다. 집에서 차안에서 상점에서 길거리에서도 음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음악이나 드라마를 보아도 늘 배경음악이 들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음악에 따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잠이 들기도 하고, 신이 나서 뛰기도 한다. 뇌스캔 결과 음악은 뇌를 완전히 매료시키며 중독의 가능성이 크다. 음악에 심취한 뇌를 스캔해 보았더니, 음악이 음식이나 섹스, 중독성 약물에 의해 자극되는 보상체계를 활성화 시킨다는 점이 밝혀졌다. 뇌는 춤을 추고 싶어 안달이다. 사교댄스 수업이건 재즈 에어로빅 강습이건 아니면, 거실에서 디스코 CD를 틀어놓고 몸을 흔들건 무엇이든 좋다. 리듬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움직..
우울한 시간, 즐거운 시간 17:00-18:00 날이 저물면 우리의 마음도 저문다. 낮동안 팽팽했더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왠지 기분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특히 겨울이 되면 해가 금방 지니까, 아무래도 여름에 비해 처지는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기분을 우울하다고 표현한다. 우리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우울할 때도 우울증이라 칭한다. 계절이나 날씨 때문에 우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 우울증은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증상이 심각하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우울감만 있는게 아니라, 무엇에도 즐거움이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며 몸무게가 급격히 줄거나 증가하고,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잠을 못잔다.이들은 자기혐오로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 무엇과도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자살 위험이 높다. 게다..
통증, 운동하기 좋은 시간 15:00-16:00 아이고 허리야. 허리도 아프고 등도 아프다. 아마 하루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혹은 아이를 보느라 그런가보다. 그러고 보니 무릎도 시리고, 어금니도 욱신거리고 머리도 깨질듯 아프다. 이렇듯 우리는 노상 아프다. 사실 통증은 뇌에서 온다. 물론 아픈 곳은 허리,무릎, 치아, 관자놀이지만 통증을 느끼는 곳은 뇌다. 그리고 통증으로 괴로울 때는 다른 생각이 끼여들 틈이 없다. 통증은 중추신경계 바깥에 위치한 통각수용기라는 특수 뉴런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 이 뉴런의 역할을 극심한 온도변화, 심한 압력, 혹은 부상이나염증 반응으로 인한 화학물질의 분비 같은 인체에 해가 될만한 사건을 탐지하는 일이다. 통증이 이로울 때도 있다. 극심한 통증은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뇌의 경보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배고픈 뇌와 자기절제, 그리고 브레인 푸드 12:00 시계는 잘 안보이지만, 1시간이나 걸려 공들여 쓴 문서를 방금 실수로 날려보린 걸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나 보다. 오전 내내 일이 많아 피곤한 상태인데다,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혈당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세로토닌도 고갈되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슬슬 짜증까지 나려고 한다. 편도와 시상하부에 먹을 걸 대령해야 할 시간이다. 시장기는 먹을 때가 되었다는 신호로 참 편리한 기능이다. 식욕은 위 내막의 호르몬과 언제나 보초를 서는 편도 활꼴핵의 다면적 작용이다. 시상하부 내의 통제부위인 활꼴핵은 말하자면 열량을 계산해서 식욕을 조절한다. 활꼴핵은 혈액내의 당수치, 인슐린 수치, 호르몬인 그렐린과 렙틴의 수위를 주시하면서 몸에 열량과 영양소가 충분치 않으면 검열한다. 위장 내막에서 생산되는 그렐린은 식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