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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왜 짧은가? (세네카, 천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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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 나는 내 재산을 인색하게 지키지도 않을 것이고, 마구 탕진하지도 않을 것이오. 나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기 보다는 선사받은 것으로 여길 것이오. 나는 받을 만한 사람이 받은 것은 결코 많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오. 나는어떤 것도 남의 평판 때문에 행하지 않을 것이며, 내 양심에 따라 행할 것이오. 내게는 먹고 마시는 목적이 자연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있지 배를 채우고 비우는 데 있지는 않소. 나는 친구들에게 상냥하고 너그러울 것이며. 간청을 받기 전에 간청을 들어줄 것이오. 언젠가 자연이 내 목숨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또는 이성이 내게 목숨을 버리라고 권한다면, 나는 기꺼이 세상을 떠나날 것이오. 왜 그는 재산을 경멸해야 한다면서도 재산을 갖고 있는가? 왜 그는 삶을 경멸해야 한다면서도 살고 있는가?..
쾌락과 미덕 미덕이 쾌락을 준다면 쾌락은 미덕의 부수 현상일 뿐이지요. 미덕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추구하다가 쾌락도 얻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파종을 위해 갈아놓은 들판에 꽃들도 함께 자라지만 씨뿌리는 사람의 의도는 다른 데 있고, 꽃은 덤이지요. 그것이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지요. 무엇 때문에 미덕을 추구하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잘못된 질문이지요. 내가 미덕에서 무엇을 바라느냐고 묻는 것인가요? 미덕 자체지요. 미덕은 더 나은 것을 갖고 있지 않고, 미덕 그 자체가 상賞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요? 무엇보다도 오만,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다른 사람위로 잔뜩 부풀어 오른 거드름, 자기 것들에 대한 지각 없고 맹목적인 편애, ..
행복으로 가는 길 행복한 삶에 이르는 것은 쉽지는 않아요. 일단 길에서 벗어나게 되면, 서둘러 뛰아간다해도 목표에서 점점 더 멀어지거든요. 반대 방향을 들어섰다면 서둘러 갈수록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마련이고요. 그러므로 먼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안 다음, 목표에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아야겠지요. 따라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이며. 어느 길로 갈것인지를 우리의 목표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경험 많은 길라잡이와 함께 결정해야 하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길로 들어서서 가축떼 처럼 앞서 가는 무리를 뒤따라가는 것이지요.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표결할 때처럼 ‘여기 이 집단이 더 커보이는군’ 하고 말해서는 안돼요. 우리는 무엇이 가장 많..
섭리에 관하여 '섭리가 있다면 왜 선한 자들에게 불행이 자주 닥치는가?' 에 대해 세네카는 무엇보다도 고통과 시련을 통해 인간은 더 강해진다고 대답한다. 별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우발적 충돌의 결과가 아니라오. 우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방향도 없고 서로 충동할 가능성도 많지만, 영원한 법칙에 따른 운행은 빠르고 반칙도 하지 않으며, 지상과 바다의 수많은 사물들과 정해진 법칙에 따라 찬란히 빛나는 더 없는 밝은 별들을 함께 실어 나르오. 무질서 하고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이를테면 비, 구름, 부서지는 벼락의 섬광, 찢어진 산정에서 흘러내리는 화염, 흔들리는 땅속 요동, 대지위에서 벌어지는 다른 격동도 예상하지는 못하지만, 계획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오. 이런 것들도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법이오. 신..
평정심 현인은 자심감이 넘쳐 운명에 다가가기를 망설이지 않으며, 결코 운명 앞에서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네. 그는 운명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네. 그는 하인과 재산과 관직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과 눈과 손, 그리고 인생을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 나아가 자신의 인격까지 무상한 것으로 간주하며, 마치 모든 것이 자신에게 대여된 것처럼 살다가 돌려달라면 불평없이 모두 기꺼이 돌려줄 각오가 되어있네. 그러나 자신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고해서 그는 자신을 가치없는 존재로 여기지 않으며, 자신의 모든 의무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수행한다네. 언제 돌려달라고 명령을 받든지, 그는 운명과 말다툼 하지않고 ‘내가 소유하고 향유했던 것에 대해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소. 나는 높은 임대료를 주고 그대의 재산을 돌보아 ..
우정, 절약 사람을 고를 떼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그들이 과연 우리 인생의 일부를 바칠만한 가치가 있느냐, 우리가 시간을 바치는 것이 그들에게 과연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네. 우리의 봉사를 당연한 것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 말일세. 아테르도로스가 말하기를 '가도 전혀 고마운줄 모르는 사람의 집에 식사하러 가지 않겠다'고 했네. 호사스러움으로 손님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진수성찬을 명예의 선물로 여기는 자들의 초대에는 더더욱 응하러 가지 않았네. 믿음직 하고 상냥한 우정만큼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없네. 안심하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혼자 알고 있을 때보다 둘이 알고 있어도 조금도 더 두렵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그들과의 대화는 자네의 근심을 들어주..
삶의 권태 모든 이들의 처지는 같네. 경솔함과 권태와 끊임없는 계획변경으로 고통받는 자들, 포기해버리는 것이 언제나 더 마음 편한 자들,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자들 말일세 . 이런 결점은 수많은 증세를 보이지만 결과는 모두 같네. 그것은 자기 불만이네. 자기 불만은 정신적 불균형이나 소심한 또는 이루지 못한 소망에서 생겨난다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이룰 용기나 능력이 없어서 전적으로 희망에 기대게 된다네. 그들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데 허공에 떠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그들은 온갖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려고 애쓰며, 자신에게 수치스럽고 어려운 것을 가르치고 강요하네. 공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활동적이고, 본성이 불안하고, 마음속에 위안거리가 적은 사람은 그런 공부를 견뎌낼 수 없는 법이라네. 이어서 분주한 ..
인생의 의무 철학을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들만이 여가를 즐기지요. 암흑에서 광명으로 꺼내진 가장 아름다운 것들에게로 인도되고 있는 것이오. 우리는 모든 세기를 갈 수 있지요. 소크라테스와 더불어 토론할 수 있고 물러나 조용히 살 수도 있지요. 우리가 이 짧고 덧없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우리를 더 나은 것과 맺어주는 것을 온 마음으로 지향해서는 안될 까닭이 어디 있겠소? 임무를 수행하느라 분주히 돌아다니며, 자신과 남들을 못살게 구는 자들은 마음껏 광분하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조바심 치며 기다리게 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급히 지나칠까요? 그들은 그대의 세월을 마모시키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세월을 그대에게 보태줄 것이오. 그대가 공경한다고 해서 비용이 들지도 않을 것이요. 가장 사소한 일과 가장 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