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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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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에서 발견되는 놀이 요소 젊은 세대들이 옛날이라고 말하는 시대는 늙은 세대에게는 우리들의 시대인 것이다. 늙은 세대는 그 시대에 대한 개인적 추억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여전히 그 문화를 실천 중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시간 감각이 달라지는 것은 자신이 어떤 시대에 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옛날 것과 현재의 것에 대하여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라는 아주 비좁고 근시안적인 순간에 잡착하는 사람들에 비해 역사 인식이 뚜렷한 사람은 과거의 상당 부분을 현대로 인식한다. 19세기 후반부터 스포츠라는 게임은 점점 더 진지한 색깔 띠었다. 전문 선수의 정신은 더 이상 순수한 놀이 정신이 될 수 없었다. 프로에게는 자발성과 무사무욕의 정신이 없었다. 프로의 등장은 아마추어에게도 영향을 주어 열등감..
놀이의 관점으로 살펴본 서양문명 특정 놀이 요소가 문화적 과정에서 아주 활발한 역할을 하고, 또 사회적 삶의 많은 기본적 형태를 만들어 낸다. 놀이적 경쟁 정신은 사회적 충동이라는 측면에서 문화 그 자체보다 더 오랜된 것이며, 실질적인 요소가 되어 삶의 모든 측면에 배어들었다. 의례는 성스러운 놀이에서 성장했고, 시는 놀이에서 태어나고 길러졌다. 음악과 춤은 순수한 놀이다. 지혜와 철학은 종교적 경기에서 유래한 말과 형태로 표현된다. 국가라는 제도는 창유리의 성애꽃처럼 시간의 표면위에 얼어있는 것으로서 예측할 수 없고, 덧없는 것이었다.로마제국도 불합리한 특성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신성한 권리주장으로 가장하려 들었다. 로마제국은 사회적, 경제적 구조에서 작은 구멍이 많고 빈약했다. 물자공급, 행정, 교육의 전반적인 체계가 도시에..
철학, 예술 그리고 놀이 소피스트는 고대문화 생활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었던 인물로서 예언자, 의사, 점쟁이, 마술사, 그리고 바테스라는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소피스트의 일은 자신의 경이로운 지식과 기술의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동시에 공개적인 경쟁에서 라이벌을 물리치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수사법의 한 형태로 간주되는 궤변법은 소피스트의 전임자인 바테스에게서 발견되는 원초적인 놀이와깊은 연관이 있다. 또한 궤변은 수수께끼와도 가깝다. 놀이 혹은 교묘한 말재주는 까다로운 질문으로서 사람들을 궁지에 빠뜨리도록 설계되었고, 또 그리스 대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것들은 사물의 본질에 대해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로지 미묘하고 애매한 말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 지만을 가르쳐줄 ..
놀이, 전쟁 그리고 시 강아지들과 어린 소년들은 재미삼아 싸움을 하고, 일정한 규칙이 폭력 정도를 제한한다. 전쟁을 계획하는 정치가들은 그것을 권력-정치의 문제로 생각할지 모르나, 전쟁의 실제적 사유는 경제적 팽창 정책의 필연성이라기보다 자만과 허영, 위선에 대한 욕망, 우월성의 과시 등일 경우가 많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침략전은 누구나 잘 이해 하듯이 영광, 위신을 위한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고, 경제적 원인들과 정치적 동역학이라는 합리적, 지적 사유는 종종 뒤로 밀려났다. 개인간의 결투가 사법적 결투에서 유래했음을 증명하는 것도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그 둘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위신을 지키기 위한 갈등이며, 위신은 곧 정의와 힘을 모두 포함하는 근본적 가치다. 복수는 자신의 훼손된..
놀이와 법률 '법률과 정의'라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단어들의 어원적 기반은 주로 설정하기, 고정하기, 확립하기, 선언하기, 임명하기, 유지하기, 질서잡기, 선택하기, 구분하기, 강제하기 등의 영역에 속해 있다. 판결을 내리는 판사는 가발과 법복을 벗는 순간 일상적 생활로부터 벗어닌다. 기능적으로 볼 때 가발은 원시부족들의 춤추는 가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면은 그것을 쓰는 사람을 다른 존재로 만든다. 현재 소송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갑론을박 하면서 동원하는 스타일과 언어는 논증과 반대 논증에 몰두하는 스포츠맨과 같은 열정을 보여준다. 재판관을 앞에 두고 벌이는 소송은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야겠다는 각 당사자의 강력한 욕망에 의해 지배되었다. 이기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가 강하여 단 한 순간도 경..
놀이, 경기 vs 문화 생각하는 행위는 언어들 속에서 거듭 되풀이 된다. 놀이는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혹은 몰입행위로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며,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 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 놀이하기는 경연 혹은 경기 영역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곤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놀이의 기본적 요소들 가령 경쟁, 공연, 전시, 도전, 자랑하기, 과시하기, 구속력 강한규칙 등은 동물의 생활에서도 발견된다. 함께 놀이하기는 본질적으로 대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놀이는 두 명의 상대자 혹은 팀들 사이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춤과 같은 것은 대립의 요소가 없다. 아주 흥미로운 탐구의 대상이지만 도박성 게임은 생활과 정신에 아무런 도움..
놀이의 본질과 의미2 무엇보다 모든 놀이는 자발적 행위다. 명령에 의한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놀이를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른이나 책임있는 사람의 경우 놀이는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기능이다. 놀이의 필요라는 것은, 그 놀이를 즐기고자 하는 욕망에 정비례한다. 놀이는 언제라도 연기되거나 정지될 수 있다. 육체적 필요나 도덕적 의무에 의해서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코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자유시간에 한가롭게 할 수 있는 행위다. 놀이가 사회적 기능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의례, 의식-강제와 의무의 개념과 연결된다. 놀이는 실제 생활에서 벗어나, 그 나름의 성향을 가진 일시적인 행위다. 놀이를 하다보면 몰두하고 열광에 빠지게 된다. 그 어떤 게임이라도 일정한 순간에 도달하면 게임하는..
놀이의 본질과 의미1 인류는 자기 자신을 호모사피엔스,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불렀다. 현대인들은 인류를 호모파베르, ‘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과 동물에게 동시에 적용되면서 ‘생각하기’와 ‘만들어내기’처럼 중요한 제3의 기능이 ‘놀이하기’다. 그래서 호모사피엔스와 같이 호모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인류지칭 용어로 제안한다. 놀이는 문화적 현상이다. 동물들은 인간과 똑같이 놀이를 한다. 강아지들의 즐거운 놀이를 유심히 지켜보면, 거기에 인간의 놀이에 깃든 본질적 측면이 모두 갖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아지들이 이처럼 뛰어노는 것은 동물놀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물론 훨씬 잘 조직된 형태의 다른 놀이도 있다. 가령 개들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정기적으로 경주를 하거나 멋진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