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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지음, 박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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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삶은 팽팽한 긴장의 순간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활기요 움직임이다. 생명의 기운이 고갈되면 피부는 한번도 보지 못한 형체로 변한다. 익숙한 얼굴이 낯선 타인처럼 보인다. 죽음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순간에 걸쳐 이뤄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된다. 몸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계속 활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시는 작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멈춰버리면 우리는 죽었다고 말한다. 복합시스템으로서 몸의 조직이 와해된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죽고 매 순간 새로운 자아로 거듭난다. 변화의 큰 파도에 대한 통찰은 눈을 번쩍 뜨고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일순간 바라본다. 나는 50년 전의 내가 아니다. 10년 전의 나도 아니고 작년의 나도, 어제의 나도 아니다. (우리의 육신은 매일 수많은 세포가 죽고 수많은..
마지막 며칠 돌보는 사람은 툭정 행동의 의미와 중요성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반응해서 엉뚱한 말을 하거나 행동하기도 한다.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일을 언급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라. 그런 일은 죽어가는 사람이 할 일이다. 자금 당신의 짐은 당신이 져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짊어지라고 요구하지 마라.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죽어가는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날마다 피로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지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누구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몇 년인지도 모른다.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환자는 흔히 섬망상태에서 벌어진 일을 나중에 기억하고 자신의 지각이나 행동을 통제할..
마지막 몇주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 한다. 어쩌면 우리는 공포를 다스리는데 최선을 다한다.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위로가 있고 여러 경로의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죽을 준비가 되면 자신의 내밀한 죽음, 즉 신념, 선함, 죄, 후회, 응보, 초자연적 힘, 사사로운 의문 등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평생 바라보지 않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본다. (우리는 무엇을 잊기 위해 잡념을 제거하기 위해 무엇에 몰입하고 단순한 일에 집중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잡념들 문제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 잡념들은 내 몸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 무엇일 수도 있다. 그 잡념에 찬찬히 집중해보라.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그런지, 어떻게 할 것인지, 헛깨비인지, 내 삶의 중요한 무엇인데 빠뜨리고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 나는 내가 더..
마지막 몇 달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은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는 정신력과 체력, 교육과 소득, 성별, 나이, 직업, 종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력을 미친다. 추세변화가 있기도 하다. 옛 자아가 사라지고 새로운 자아가 등장한다. 우리는 진단을 받음과 동시에 비탄에 빠져든다. 죽어가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힘든 과제 중 하나가 만사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온갖 경쟁력에서 면제되고 신경쓸 필요도 없어서 오히려 편하다.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었다. 협상은 대개 은밀하게 이뤄진다. 속으로 하는 기도와 은밀한 맹세, 다짐은 죽어가는 사람만 안다. 오랜 투병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변화는 원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죽음 정부는 '좋은 죽음이란 환자와 가족과 돌보는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되고, 환자와 가족의 바람에 전체적으로 조화되며 임상적 문화적, 윤리적 기준에도 상당히 부합되는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당신은 어떤 고통에서 해방되길 원하는가? 환자의 바람과 가족희망사항이나 임상기준과 상충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탄생의 순간은 요란하고 힘겨운 투쟁이다. 죽는 순간 역시 맹렬한 투쟁이다. 우리는 증상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이 원하는 것만 지원해야 한다. 사전에 작성해둔 서류, 평소에 나누었던 대화, 당사자 바람으로 알려지거나 추측되는 점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바람이나 믿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어떤 퇴역군인은 통증을 완전히 느끼고 자기에게 벌어지는 일을 자각하..
저항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이 순간만큼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상에서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은 순간이나 장소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위험한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난다. 우리는 죽었다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눈을 감았다거나 타계했다거나 이승을 하직했다’고 기록한다. 우리는 두려움에 대해 대놓고 토로하지 않는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한때는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른이 짊어져야 할 책임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죽음도 두려워한다. 고통스러울까? 혼자 있게 되면 어떻하지? 저마다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가족에게 버림받을까봐, 추한 모습으로 죽을까봐, 천국이 없을까봐, 천국으로 들어서지 못할까봐? 기력이 ..
죽음 자연은 참으로 무례할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암시하고 통지한다. 우리는 노화에 맞서려 노력한다. 자나 깨나 몸에 신경 쓰면서도 우리는 몸을 제대로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약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머리가 빠지고 근육이 빠지고 검버섯이 피고 주름이 생기고 뼈가 약해지고 혈관은 굳어가고 감각기관은 둔해지고 정신은 흐려진다.이제는 무엇을 하고자 하려는 것도 없다. 생존자체가 목적이다. 검버섯과 주름투성이의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한때는 젊었을 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도 전혀 못했다. 수행을 위해 삶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고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려고 하며,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