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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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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일을 하는 이에게 정신적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정신은 시작하고, 완수하고, 인내하고, 마침내 성취한다. 지적인 일을 하고 싶은가? 당신 안에 고요한 공간을 만들고, 회상하는 습관을 들이고, 세상의 이해에 초연하고 절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공부에 온전히 몰두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인 일에 하는 이에게는 은총이나 다름없는 상태, 곧 욕망과 아집에 시달리지 않는 영혼의 상태에 도달하라. 올바르게 사유하는 이는 한걸음씩 신을 뒤따라 가며 자신의 헛된 공상을 뒤따르지 않는다. 소명을 받은 사람은 경박함과 무책임함, 공부를 겁내는 마음, 물질적 야망, 자만심과 감각적 욕망, 갈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흔들리는 의지와 인내심, 기꺼이 비위를 맞추려는 태도, 적의와 표독스러운..
기쁨 음미하기 관념 세계는 알프스 산맥보다 더 장엄한 픙경을 펼쳐보이며, 그의 마음을 환희로 가득 채운다. ‘우주의 질서와 신성한 섭리의 배치를 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활동이다’ 라고 아퀴나스는 말했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관조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기쁨으로 끝난다. 관조는 삶의 행위로서 대상에 대한 사랑과 앎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하고, 이상적인 몰입의 기쁨과 그에 따른 무아지경의 기쁨으로 끝난다. 정신안에서 매사에 초연하고 대체로 가난한 지성인은 스스로 포기하거나, 어쩔수 없이 포기하는 모든 것을 통해 성장한다. 적절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공부에 전심을 다할 때 탐구를 잘하고 독서를 잘하고 노트를 잘할 때, 소명을 위해 무의식과 밤을 이용할 때, 그럴 때 그가 준비하는 공부는 햇빛 아래 놓인 씨 또는 산모가 괴로워하며..
쉬는 요령 대부분의 휴식은 부차적인 생활양식이다. 공부는 의무이기 때문에 경계가 필요한데 그래야 공부에 모든 활력을 쏟을 수 있고, 공부를 지속할 수 있고, 일생에 걸쳐 볼 때 최대의 수확을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면서 얻는 기쁨이다. 건강과 마찬가지로 휴식은 하나의 의무다. 사유하는 힘은 활동과 아느 정도 비례한다. 더구나 우리는 감각의 세계에서 태어나고, 그 세계에서는 사소한 실천적 행위들이 모여서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생명의 그물을 이루기 때문에 힘들다. 쉬지 않고 계속 노력할 수는 없다.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에 몸을 담가야 한다. 휴식을 거부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노력을 거부하는 셈이다. 과로가 노력을 저해한다. 정신활동이 중단될 때 신체..
꾸준함, 인내 생산적인 일에 대한 덕목은 꾸준함, 인내, 끈기다. 공부하는 삶이 편한 삶일 거라고 상상해서는 안된다. 꾸준함과 고요함만큼 우리 본성에 반하는 것도, 우리에게 혼자 있기를 요구하는 것도 없기 때문 이다. 반면 변화와 외부의 일은 활동에 나서게 하고, 주의를 어지럽혀 우리 자신을 잊게 한다. 우리 목표는 언제나 지성인으로 지내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다. 우리는 대충해도 되는 일이라거나, 정시에 시작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주 시간을 낭비한다. 우리는 자투리 시간이야말로 공부를 준비하거나, 정리하고 참고 문헌을 확인하고, 노트를 살펴보고, 문서를 분류하는 등의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이다. 자투리 시간은 다른 시간만큼이나 유용..
자아와 세상에 초연하기 글쓰기는 물론이고, 모든 생산적인 일에는 초연함이 필요하다. 자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철학자는 생물과 무생물, 개별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영혼, 천사, 신에 대한 탐구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진리의 정신은 자아에 비루하게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깃들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이 격정, 허영, 야망, 남을 기쁘게 하려는 헛된 바람의 노예여서는 안 된다. 공부에 여념 없어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실은 공부보다 하찮은 성공에 더 신경을 쓴다. 이기적인 사람은 손대는 것마다 가치를 떨어뜨린다. 무엇이든 오염시키고, 천박하게 만들고, 우리가 힘을 쓰지 못하게 방해한다. 공부에 특히 해로운 적은 거의 모든 사람의 인성에 내재하는 아는 체 하고 싶은 욕구다..
글쓰기 이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때다. 언제까지나 배우고 준비만 할 수는 없다. 더구나 배움과 준비는, 이 둘 모두에 도움이 되는 어느 정도의 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 시도해 봐야만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모든 생명은 순환한다. 쓰이는 기관은 성장하면서 튼튼해지고, 튼튼한 기관은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는 내내 글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의 입장과 문제를 뚜렷이 보기 위해, 자신의 사유를 규정하기 위해 계속 활동 하면서 정신을 환기히여야 한다. 시들해지는 주의력을 유지하고 자극하기 위해 써야 한다. 지적인 저술을 내놓는 것은 질이 좋고 열매를 많이 맺는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모든 저술은 하나의 원천이다. 입으로 말..
어떻게 노트할 것인가? 내가 읽기, 기억하기, 노트하기를 되풀이해서 말하는 이유는 이 세 과제가 어떤 의미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때가 되면 성과를 내놓기 위해 우리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된 것을 모두 온전히 간직하거나 사용하기 위해 기억에 의지해야 한다면, 그것은 끔찍한 재앙일 것이다. 기억은 대상을 잃어버리고 감출뿐더러 부름에 응답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쓸모없는 관념을 풍족하게 갖는 것보다 정신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정신을 형성하고 정신에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읽거나 숙고하며, 그 과정에서 기억해둘 만한 생각을 떠올린다. 또 나중에 유용할지 모르는 사실과 다양한 단초에 접하게 되고, 그것들을 적어둔다. 우리는 특정한 주제를 공부하거나 글을 쓸 때, 구할 수 있..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정신이 사용하지 않는 재료는 정신을 방해하고 마비시킨다. 박식한 체하지만 정신은 비뚤어지고, 무기력한 흔히 살아있는 도서관이나, 걸어다니는 사전이라 불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증거다. 우리는 기억하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기억을 이용하는 것이다. 계획을 구상하거나 실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영혼이 흡수할 수 있는 것, 목표에 기여하는 것, 영감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공부를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이든 정신에 새겨라. 나머지는 망각하게 놔두어라. 쓸모없어 보이는 많은 것들이 간혹 유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만에 하나 필요할지 모르니 기억하자고 말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필요하다면 다시 찾을 것이고 종이에 쉽게 기록해 둘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삶의 전반적인 흐름에 기억을 포함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