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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 老 錄 소노 아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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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투성이일지라도 꿋꿋이 살아가라. 노년은 인간의 일생 중 연속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이런 모습을 총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인생도 노년도 파악할 수 없다. 헨리 제임스의 “초로”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있다 “그야 그렇지, 살패한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 살아간다는 것은 실패해 간다는 말이거든” 노년은 반드시 지나야 할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노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노년만을 따로 떼어 문제로 삼는다면 거기서 인간은 자기를 상실하고 노년의 절망과 분노가 생겨난다. 인간의 일생을 하나의 시간의 경과로 보지 않고, 어떤 시기만을 별개로 집어내어 문제를 삼는다면, 무능한 노인이 참혹한 취급을 받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의 일생에서 성..
행복한 일생도, 불행한 일생도 일장춘몽 평균적 수명을 예상하며 그 나이까지 내 돈을 전부 쓰고 죽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좋다.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았을 때 최후로 의지되는 것이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지만, 그 정도로 비참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돈이 있더라도 별로 뾰족한 수가 없다. 만일 돈을 다 써버린 후에도 목숨이 붙어 있고 그런데도 주변에 자신을 돌보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때야말로 더 이상 이런 박정한 세상에 살 필요가 없는게 아닌가? 쳐들어갈 자식이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고 아니면, 최후의 행진 후에 길에서 쓰러져 죽을 결의만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돈도 적당히 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한 푼이라도 쓰지 않고 살다가 돈을 남겨둔 채 ..
보살펴 주는 사람에게 감사할 것, 죽음 자식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가운데 언쟁이 있거나 하면 “그렇다면 내가 나가마”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양로원에 갈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노인은 실천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어쩌다 한번 만난 노인에게 사람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있다. 입으로는 어떤 약속도, 어떤 자상한 말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매일 노인을 보살펴 온 것은 며느리다.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그러한 붙임성 있는 소리를 일일이 할 수 없다. 노인들 중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의 좋은 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점이란 하나도 없고 나쁜 점만 가슴에 사무친다. 물론 일반 서민생활에서 나무랄 데 없는 노후를 보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병들어 자리에 누우면 보살펴 주는 연고자도 없고..
늙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죽는 것은 한번 뿐인 것이다. 이 말은 대부분의 경우 병이 낫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고쳐야 하고 또 사실 나을 수 있다. 몸이 나빠지면 무엇보다 우선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불가능하더라도 끝까지 희망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것이 인간의 의무인 것이다. 고쳐지지 않아도 고치려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우리들 모두는 이러한 과정을 살아온 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많은 꿈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별로 생각대로 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이 우리 인생 그 자체이다. 50세 때 70세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 모르나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80세가 넘으면 통증이 심할 때 이외는 의사진단을 받지 않을 작정이다. 옛날에는 평균수명이 70세였으니까, ..
처신 생활의 커다란 변화만큼 노인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없다. 또한 그러한 때에 노인만큼 짐스러운 존재도 없다. 모두가 걱정하고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다소 잠을 덜 자거나 끼니를 걸러도 몸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은 애들처럼 잠시 잠을 못자거나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면 몸이 좋지 않다. 그렇게 되면 바쁜 와중에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된다. 벚꽃이 만발한 봄날이나 상쾌한 가을 날 장례식이 있는 날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장례식이란 여름 중에도 아주 무더운 날이나 몸이 얼어 붙는 추운 겨울 날에 많다. 그것은 헤어짐이 그렇듯 비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지만 고령자는 그런 행사에 참석하여 그로인해 병이 나는 경우가 많다. 손자의 결혼식에는 참여하여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운동 걷는다는 것은 그저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이동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걷는다는 것은 건강에 좋은 것이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통 사람과 같은 상태라는 보증이다. 걷는다는 것으로서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세상을 확대하는 것이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귀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모르는 사람과 친해 질 수도 있다. 이런 일을 계속하는 한 인간은 고립되지 않는다. 자가용만 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나 노후를 생각하면 그것은 자기 건강을 생각치 않는 것이다. 또한 이미 노년에 접어든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다리를 튼튼히 해야,한다. 사실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가능한 일이다. 노년의 서글픔은 몸을 유지하는데 힘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노년에는 신체의 각 부위가 위축..
마음가짐 누가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받고 보자는 것은 거지 근성이 나타나는 증거이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행복이라 느끼는 사람은 몇 살이 되더라도 젊고 또한 그런 생각이 앞으로도 그 사람의 젊음을 계속 유지하게 한다. 노인이 화초를 가꾸는 일은 확실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초목은 묵묵히 자라든가 묵묵히 시들어가므로 본질적으로 그다지 호된 정신적인 활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거기에 비하면 인간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거짓말을 하기도 하며, 모순되는 여러가지 요소를 동시에 마음에 품고 있다. 그런 심리는 바깥세상의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꼭 집어서 “어떻다”라고 한가지로 설명 할 수 없다. 화초를 상대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하나의 ..
몸 가짐 노인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냄새가 없어지게 된다고 하지만, 노인 독특한 냄새가 날 수 도 있다. 특히 입 냄새를 알려주는 친구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입 냄새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노인의 짙은 화장은 별로지만 차림새를 단정히 하는 것은 노인일수록 필요하다. 생활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지만, 만일 건강이 허락한다면 노인은 매일 목욕을 하고 늘 피부를 청결히 하고 낡았더라도 잘 세탁한 옷을 입어야 한다. 노인들이 사용하는 향수는 퍽 애교스럽고 괜찮은 것이다. 산뜻하고 깔끔한 노인의 주위에 사람이 모여들고, 그럼으로써 생활도 생동감 있게 된다. 나이 들면 불결한 것에 태연한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서 시력, 후각이 쇠퇴하는 것은 어쩔도리가 없으나 침구, 셔츠, 잠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