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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인간이란

예전에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지난날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추억해보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2013년 어느 가을날 북한산 의상능선 가는 길에 국녕사에서 아침 햇살이 부처님으로부터 쏟아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 날 산행은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끽했던 하루였습니다.
 
한 동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몰입한 적이 있다. 그때 마크 트웨인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책과 윌슨의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무석의 ‘정신분석으로의 초대’ ‘마음’ 등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 ‘차라투스트’라는 대학 때부터 몇 번 시도했지만 50페이지를 못 넘겼다. 그러다 니체를 공부한 다음 다시 읽고 있다.
 
인간의 생존도구는 지능이고, 그 지능으로 삶에 필요한 것을 학습하여 살아간다. 인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씨앗이 없으면 모든 식물은 있을 수 없다. 그 씨앗은 그 스스로가 만들었을까?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했을까?
 
니체는 이성의 힘을 신뢰하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도 이성에서 찾지 않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인간의 중심을 이성에서 찾고 이성의 문제해결능력을 믿은 대표적 경우다. 데카르트의 이 믿음이 실질적으로 서양철학을 지배했고 인간을 ‘호모사피엔스’로 규정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에도 그 믿음이 들어있다. 그러나 니체는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 한다 고로 존재 한다’를 ‘나는 의욕 한다. 고로 존재 한다‘로 바꿔버렸다. 이성 대신 의지(욕망)가 인간을 대변하고 문제해결능력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고난 기질과 교육 그리고 환경에 의해 그 무엇이 만들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무엇이 욕망이다. 인간이란 다른 동물보다 좀더 정신적인 메커니즘으로 구성된 생명체다. 우리 몸은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타고난 기질과 수많은 외부적 영향력과 교육의 축적에 의해 만들어진, 내재하는 주인의 욕구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행동한다. 우리는 몸과 마음의 통합적인 주체를 '나'라고 한다. 하지만 그 ‘나’는 내적인 주인의 욕망이 선하든 악하든, 그 주인의 욕구에 대한 정신적인 만족을 보장해주기 위해 작동한다.
 
각각의 인간들은 그들의 본성, 유전적인 것, 교육, 환경에서 한계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삶을 방해하는 잘못된 습성들, 편견들은 교육을 통해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그 주인은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든 그 됨됨이는 유전적인 요소와 삶의 환경, 사회적인 관계가 가져오는 영향들에 의해 규정된다. 우리 몸은 철저히 외적인 영향들에 의해서 움직이고 지시되고 명령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외부적인 영향력들, 접하게 되는 정보들, 경험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주인으로 틀을 잡고,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기계를 작동시켜 보다 나은 선택을 하고 행동하게하며, 세상이 놀랄만한 멋진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직업을 통해 언제나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어떤 다른 물질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모든 경우 그것은 정신적인 욕망를 추구하고 있다. 그 정신적 욕망은 그 사람의 기질에 의해 결정되고 그 기질이 또 다른 욕망을 만든다. 결국 인간은 그 순간의 욕망을 만들어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작동한다. 사실상 기질, 양심, 감수성 또는 어떤 정신적인 욕망이든 그 모든 것은 같은 것이다.
 
왜 나는 예술가가 되려하고 시인이 되려하고 과학자가 되려 하는가? 그렇게 되게 요구하는 어떤 나의 내적 주인이 있다. 내적 주인은 보수가 많든 적든 사회적 지위가 뭐든 어떤 다른 것보다, 이러한 직업이 주는 심오한 기쁨을 더 좋아한다. 그 내적 주인은 생물학적으로 뇌다. 인간의 두뇌는 스스로 어떠한 생각을 하거나 창출하지 못한다. 외부적인 영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살아가는 환경과 경험, 학습이 중요하다. 어릴 적의 가르침, 관념, 편견 등 그밖에 간접적으로 얻어지는 외부적인 영향력이 나의 내부에 주인을 만들어 간다,
 
우리가 하는 말, 우리가 가진 그 말들의 개념이 우리 삶이고 우리 세계이다. 따라서 삶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일은 항상 우리 말과 개념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하고, 또 그것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깨우침과 우리의 배움이 거기서 시작하고 나타난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면서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배운다. 그들은 그렇게 말을 배워가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자신이 살아갈 세계를 만들어 간다.
 
우리에게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 건강이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신적 건강은 뇌의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 뇌가 건강하지 못하면 정신도 건강하지 못하다. 뇌의 발달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가 유아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정도까지다. 이 시기에 뇌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뇌가 건강해야 평생 동안 인간의 생존 수단인 공부도 잘 할 수 있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모든 학문은 질문에서 시작되며 질문이 있어야 탐구가 시작된다. 공부의 시작은 질문이고 그 과정이 탐구다. 이것이 일상화 되어야 한다. 자연의 현상과 사회의 현상을 보면 그 모든 것이 궁금해야 한다. 우리 마음에 어떤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알고자 애쓸 까닭이 없다. ‘왜 하늘은 파랄까?’라고 질문하는 것은 곧 하늘을 향해 말을 거는 것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참을성 있게 그 대상이 던져주는 답을 찾아내고 알아채려고 노력한다. 뚜렷한 질문을 가지고 탐구 대상과 쉼 없이 대화하는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탐구자만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질문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어떤 대상에 호기심을 갖기 위해 뭘 알아야 한다. 기본지식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독서가 중요하다. 어떤 대상에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순간 그 대상에 몰두하고 있다는 뜻이다. 호기심이란 애정이나 애착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 세상을 탐구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우리는 대상에 몰두할 수 있고, 그 대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고 탐구하고 생각하는 것이 공부다. 이러한 과정이 습관화되어야 공부를 평생 동안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정신, 영혼, 마음이란 뇌의 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개념들이라 나는 생각한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뇌의 작동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내가 ‘나’라고 말하는 것도 뇌의 작동으로 인한 현상일 뿐이다. 인체人體가 공항空港이라면 뇌는 관제센타에 해당한다. 인간이 작동하는 모든 것은 뭐든지 뇌를 통과해야 한다. 어떤 예외도 없이 매사가 다 그렇다.
 
인간의 오감五感이 전달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정보를 해석하는 것도, 신체가 특정방식으로 작용하게끔 지시를 내림으로써 어떤 반응을 하게 하는 것도 뇌다. 따라서 뇌가 정상기능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신체기관, 신체기능의 대부분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반면에 잘 돌아가는 뇌는 기적을 일으키고 마법을 부린다. 내 몸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도, 무엇을 열정적으로 좋아하게 하는 것도, 삶의 가치를 만드는 것도 뇌이다. 무엇에 집중하게 하고, 끈기 있게 뭔가에 도전하게 하는 것도 뇌이고, 타인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는 것도 뇌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발달하고 성장하는 단계가 있다. 그 단계에 맞게 아이들은 학습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어떤 공부보다 중요하다. 어쨌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뇌가 건강해야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인문학, 언어, 수학 같은 교과목들은 어느 정도 뇌가 완성된 후에 나중에 공부할 기회가 많다. 이런 공부를 하기 위해 먼저 뇌를 만들어야 한다.
 
뇌가 올바르게 형성되고 공부할 대상에 대해 호기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평생 동안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뇌는 20대가 되면 굳어지기 시작한다. 어릴 때 형성된 뇌신경회로, 식습관, 생활습관과 감성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삶을 즐길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 수학 공부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여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자. 공부가 고통으로 인식되면 공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먼저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는 것과는 상관없다. 몸을 많이 사용하여 몸이 경험하게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노화를 늦추기 위해 시대에 관계없이 모든 의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걷기다. 인간이 걷기 위해서 뇌는 팔과 다리, 무릎, 발바닥, 허리 등 육체의 모든 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뇌가 지시하고 조절해야 한다. 어릴 때 운동은 뇌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음악 등 예술 활동이다. 악기 연주는 뇌 발달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명상이나 체스, 바둑도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자폐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 중에는 기억력이 비상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진을 찍듯 머리속에 입력해버리는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있다. 어떤 것도 지우지 않고 찍어내는 기억력은 당연히 굉장한 것이지만, 대개 어떤 그늘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기하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그가 대중 앞에서 자기 생각을 설명할 때면 말이 뒤죽박죽 꼬여 이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1955년 아인슈타인이 죽고 천재의 몸에서 뇌를 적출했다. 그 뇌를 살펴본 뇌 과학자들은 언어에 관여하는 영역이 기형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추상적 사고에 관여하는 영역은 유독 발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폐의 기억천재도 아인슈타인도 뇌가 비정상적으로 고장 난 것이다. 그들의 삶은 힘들었다. 그런 것을 너무 부러워하지 마라.
 
뇌는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한다. 뇌가 어느 한 분야만 발달하면 그것도 문제다. 육체의 형성은 태아일 때 그 틀이 형성되지만, 뇌의 형성은 청소년기까지 계속된다. 그때까지 뇌가 활성화 되다가 그 이후는 퇴화한다고 한다. 정서, 감성, 생활 습관, 식습관 등 대부분은 어릴 때 완성된다. 어릴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히 뇌 발달에 장애가 된다. 서커스단 소녀는 5,6세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익히기 위해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강제적으로 이 훈련만 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 재주로 돈을 번다. 나는 지금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대학시험을 위한 교과목만 중시하는 특화된 교육만 받는다면, 서커스단 아이들처럼 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의사가 되고 판검사가 되어 사회적 지위도 얻고 돈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 특정 조직 속에서 갇혀 있는 그 삶은 불행할 것이다.
 
어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세상에 관심과 호기심를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 생활습관이 형성되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예술활동과 자연탐구 등의 다양한 경험과 독서로 감성을 키우고 세상에 대한 기반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 다음에 영어, 수학, 과탐, 사탐을 공부하면 된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은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영어,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공부를 하기 위한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많은 공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언어와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반이 되고, 학습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단계적으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대학시험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살기위해 바른 선택을 하고, 삶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이고,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이다. 니체의 위버멘쉬, 초인超人도 결국 일상의 고난들을 극복해 가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이 내용들은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물학자, 정신분석학자, 인문학자, 아동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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