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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섹스 (알랭드 보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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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우리는 모순에 빠지거나 감상에 치우쳐서, 또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서 어쩌다 간혹 발광하듯 무분별한 방향으로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그런 감정까지 일일이 존중한다면, 일관된 삶을 이끌어갈 희망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감정은 복잡한 작용으로 혼란스러워진 상태이므로 오히려 잠깐 잠깐 찾아오는 이성적인 시간 동안에 고수할 만한 기본원칙이 절실히 필요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른 쪽에게 도덕적 책임을 집요하게 따지고, ‘탈선의 충동을 느낀다니 역겹고 기막히다’며 독선적인 조롱을 쏟아낸다. 부부가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가 날마다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외도 외도는 유혹적이고 짜릿하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욕부터 하기전에, 외도가 적어도 한동안은 굉장한 짜릿함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활기가 넘치는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앞에 두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자라면, 오히려 그의 정신상태를 더 걱정해야 하는게 아닌가? 나이가 들어 가끔씩 죽음을 의식하게 되면, 내 인생에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 하는 초조함 때문에 대범해진다. 과거에는 삶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을 것 같아서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는 사치를 부를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탈선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치에 어긋나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바람을 피우는 것에 단 한번도 구미가 당겨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그를 과연 믿어도 될까? 외도는 배신당한 ..
포르노 인터넷 옹호자들이 줄기차게 지적하듯 인터넷은 최상의 학습도구로서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의 단편적인 지식들을 이어준다. 그 결과 끊임없이 활동하는 전 지구적 지성이 구축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순수문학의 서적 판매가 부진해진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토록 자극적인 것들과 경쟁하려면 어지간히 흥미롭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포르노 앞에선 고전을 면치못할 수 밖에 없다. 현대의 포르노물은 세세한 부분까지 사실적이다. 포르노물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시종일관 황홀한 섹스를 즐긴다는 점에서 말이다. 포르노와 관련된 전 인류의 시간 낭비는 가히 충격적이다. 포르노는 존엄, 행복, 도덕성과는 멀어지고 쾌락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 독약은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포르노 공세를 받으면 남자들의..
욕망의 결핍 연애하는 순간에는 이성이고 뭐고 없이 자제력을 몽땅 잃어버린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가슴이 눈 앞에 버젓이 보여도, 그냥 손가락이나 정강이를 보는 것처럼 특별히 시선이 가거나 훙분되지 않는다. 결국 성욕이란 단순히 옷을 벗고 있는 것과는 별로 상관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흥분의 기대심리로 부터 생겨나는 것 같다. 오랜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사이에서는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지려고 시도할 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오해와 걱정거리 따위가 전혀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이때도 한 쪽만 원한다고 성행위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경우든 성생활이 수월해 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잠자리를 거부당할 때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어쨋거나 술집에서 방금 만난 상대에게 ..
사랑과 섹스 섹시함도 고상하고, 심오해 질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섹시해서 마음에 들더라도 그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가까워진 후에 그런 호감을 밝혀야만 한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는안된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내면과 외면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생각하며, 내면을 외면보다 더 특별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인 측면이 운명과 욕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만한 시간을 가져보기 전에 그 사람과 자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릴 수도 있다. 패션은 예술의 한 형태로서 좀더 야심찬 임무도 맡고 있다. 여자들에게 다양한 의상을 제공해줌으로써, 호감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패션의 특성을 통해 나름의 가치관, 윤리관, 심리적 성향 등을 드러내준다. ..
섹스에 대한 생각 누구나 성생활을 하지만, 우리는 거의 예외없이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섹스에 대해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섹스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하지만 톡 까놓고 말해서 섹스에 관한 한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죄책감과 노이로제, 병적공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욕망, 혐오 등에 시달리고 있다. 남들은 섹스에 대해 기분 좋고 온당하며, 강박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며, 안정된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왜 그렇지 못한가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책망하고 고문한다. 전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수천년에 걸쳐 사람들은 섹스에 관해 쓸데없는 당혹감과 죄책감에 시달려왔다. 그러한 감정들은 종교적 편견과 사회관습의 사악한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