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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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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기3 '소비하라'는 압력을 줄이는 것이 일을 해야 하는 압력을 줄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소비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므로 소비를 덜하고 싶다면 일도 덜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남의 눈에 띠고 사치스러운 소비를 과시한다. 그럴 여력이 없는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 요즘 신흥부자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이 끝없는 욕구의 먹이가 되며, 끝없는 욕구는 이러한 생활방식에 연료를 공급한다. 자본주의는 틈새만 있으면 그곳을 통해 소비를 향한 불을 지른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대신, 새로운 장난감이나 기기를 쏟아부어서 강박적인 소비주의를 물려준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못하게 막는 소비경쟁 무대는 그대로 있어 일거리는 너무 많이 만들어내고 여가 및 그에 ..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기2 경제학과 정치철학으로부터 불어닥친 강력한 개인주의 유행과 종교의 몰락으로 인해 윤리적 언어를 박탈당한 도덕적 자유주의자들은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좋은 집에 살고, 더 건강하고, 교육을 더 잘 받은 노동력이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게 되었다. 널리 통용되는 언어가 ‘효율성’의 언어로 왜소화 되면, 도덕적 개혁가들은 그들의 개혁이 일하고, 저축할 동기를 줄이고, 생산적인 부문에서 자원을 탈취함으로써 '비효율성'을 유발한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워진다. 사회적자유주의는 이윤 동기를 대신할 어떠한 것도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장 실패의 특수한 사례들을 거론 하며 그것의 제한만을 내세웠다. 사회적 자유주의는 복지국가에 브레이크가 걸렸으며, 국유 산업은 민영화되고, 금융부문은 자유화가..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기1 이 끝나지 읺는 성장을 추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평화롭게 그것을 즐기기 위해 충분할 정도로 달성했다고 믿는 바로 그 순간, 늘 교묘히 빠져 나가는 그러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교황 바오르 6세) 케인즈 시대의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욕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을 더 적게 하고 삶을 더 즐길 것'이라고 추정했다. 우리는 여전히 네가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투자 저조, 허약한 기술적 기반, 혁신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못한 기업체, 가장 활기찬 신흥시장에서의 약한 존재감이 그것이다. 경제의 최상층에 남기 위해 우리는 즐거움을 희생하고, 소유욕을 계속해서 찬양하는 시스템을 유지한다. 우리 지도자들이 줄 수 있는 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경제성장의 지속, 그..
자연과의 조화2 사회 내의 상대적 불평등보다는 절대적인 고통의 양을 줄이는데 더 집중하고, 생계수준에 미달하는 최소 소득과 최악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충분성 입장이라고 한다. 불평등하더라도 최저 수준이 절대적 필요를 충족시킨다면, 그러한 사회에서 불평등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불평등 감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절대적인 결핍을 채워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때에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부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부는 유용하기 때문에 뭔가 다른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한 말은 단순히 상식을 되풀이한 것일 뿐이다. 성장은 기본재 몇몇을 달성할 수단이다. 건강은 좋은 음식과 약품, 의료를 필요로 한다. 좋..
자연과의 조화1 자연과의 조화라는 말을 사람들은 낭만주의 녹색운동식 미사여구로 취부한다. 자연에 감성적인 느낌을 덧칠 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데, 때로는 그것이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더 중요한 요구를 무시해버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현대 파리의 시민들이 농경지로 가려면 6시간은 걸어야 할 것이다. 도시병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현대의 감정과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의 원천이 있다. 그렇다고 도시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가 시골 환경과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정은 고대 그리스어 필리아philia(친구나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필리아는 다정한 관계 전체를 포괄하는 용어다. 아버지, 배우자, 스승, 함께 일하는 동료가 모두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친구일 수..
좋은 삶의 구성요소들2 기본재는 독자적인 것이다. 다른 어떤 좋음에 속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암으로 부터의 자유라는 좋음은 보편적이고 최종적인 기본재이지만, 건강이라는 좋음에 귀속된다. 가족의 경우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이며, 그것을 만드는 가치는 사랑, 신뢰, 안정성 등과 같은 것이므로, 공연히 범주를 따로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기본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은 누구나 심각한 손실이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적인 것이나 예술적인 특별한 경험이 없다고 그 사람을 우리는 장애인이라 하지 않는다. 예술이나 종교, 문화에 둔감하고, 다른 면에서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것이 없음으로서 심각한 손실이나 피해를 입게 되는 그러한 좋음들만 기본..
좋은 삶의 구성요소들1 포도주 한병, 시집 한권, 빵 반 덩이, 그리고 인적 없는 장소에 앉아 있는 그대와 나 우리에게는 술탄의 왕국보다 더 많은 부가 있다. ( 오마르 카이얌) 우리가 소비와 일에 항상 중독 되어 있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삶이라는 이념에 대한 공식적 논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충분히 가졌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이해를 되살려내려면 우리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좋은 삶을 원하는 사람의 머릿수를 세거나, 설문지를 돌리는 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좋은 삶이라는 것이 시간과 지역을 초월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열망과 전혀 다를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핵가족 범위를 넘어서는 집단속에서도 어느 정도 정비된 정치조직 형태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기본재란 잘..
성장의 한계2 17세기의 과학혁명은 베이컨이 ‘인간의 제국’이라 부른 것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했다.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케어리가 지구를 “ 자기 목적에 맞추어 조작할 수 있도록 인간에게 주어진 거대한 기계”라고 말한 것은 그 시대의 상식을 표명한 것이었다. 베이컨의 기획과 이후의 산업발전은 시인과 작가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생태학은 삶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인간의 개입이 위험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생태학은 자연이란 어떤 평형을 구현하고 있어, 우리가 그것을 파괴하면 그 댓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신비적인 옛사유에 과학적 근거를 부여했다. 심층생태주의자는 자연의 가치를 목적 그 자체에 두었고, 표층생태주의자는 자연을 인간의 목적을 위한 도구라는 데 두었다. 환경운동의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