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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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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조금 뒤로 물러나 껄껄 웃으라! 화를 자극하는 것들 음식과 술, 마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세련되고, 까다로운 취미, 모욕적인 말들과 몸짓,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 말을 듣지 않는 가축, 게으른 노예, 의심,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한 악의적 해석, 다른 사람의 말에 제멋대로 곡해하는 것은 '인간이 말을 할줄 안다'는 것을 오히려 자연이 우리에게 끼치는 해악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우리가 정색하고 화를 내는 그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아이들을 치고 받고 싸우게 만드는 그런 일들과 다를바가 없다. 우리가 심각하게 수행하고 있는 일들 중에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 당신이 하찮은 일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아내가 혹은 당신 부하가, 당신 노예가, 말대답 못하는 것에 분개한다. 공동체가 자유를 박..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우리가 삶을 등지게 할 만큼 견디기 힘든 것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청난 재앙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것을 견디는 것이다. 그가 평소에 지각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믿어주고, 그가 평소에 어리석은 자라면 그를 용서해주자.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다. 완벽한 사람도 주의를 소홀히 할 때가 있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과격하게 행동할 수 있으며, 남의 기분 상하게 할까봐 조심하는 사람도 실수로 남을 불쾌하게 할 때가 있다. 가장 위대한 인물들의 운명도 불안하게 흔들린다. 이러한 사실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름없는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 부당한 일을 결코 당하지 않을만큼 대단한 권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화는 마음속 전쟁이다. 아무도 자신의 화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서는 안된다. 화는 천성이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에게 조차 야만적인 폭력을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체격 좋고 건강한 사람도 역병에는 당할수 없듯이 화는 침착하지 못한 성격에게나 차분하고 편안한 성격에게나 똑같이 위험하다. 먼저 화를 내지 않아야 하고 화가 나더라도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추는 것이며 화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화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에서 비롯되기에 스스로를 기개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시시하고 좀스럽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보다 열등하며, 정신이 고매하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복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그것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너보다..
화를 내어 이기는 것은, 결국 지는 것이다. 화를 일으키는 조건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위해를 당했다는 느낌이다. 나머지 한가지는 자신이 부당하게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부당하다고 할 때, 어떤 사람들 에게는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해서는 안되었다는 것이 기준이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예상치 못했던 사건인지 아닌지가 기준이 된다. 우리의 바람과 기대에 반해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매우 언짢아진다. 우리가 가정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짜증을 내게 되고, 친구의 무신경을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이다.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무지와 오만이다. 악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떻게 이상한 일인가? 적이 우리를 해치고, 친구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자식이 실수를 하고, 노예가 어..
화를 피하기 위한 사전 조건 우리는 격정의 근본 원인과 맞서 싸워야 한다. 화의 원인은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이다. 우리는 이를(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쉽게 믿어버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명백하고 확실해 보이는 것도 그 자리에서 바로 승인해서는 안된다. 더러는 거짓이 진실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판단에 앞서 반드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너무 쉽사리 믿어버리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화부터 낸다. 화는 가능한 한 유보해야 한다. (화는 곧 형벌이다) 형벌은 유예하면 나중에라도 집행할 수 있지만, 한 번 집행된 형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캐지 않는 것이 가장 너그러운 용서이다. 남의 말은 쉽사리 믿는 것 만큼 큰 해악은 없다. 어떤 문제에..
화는 어려서부터 양육이 좌우 용맹한 기질의 사람들은 쉽게 격노하지만,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들의 성향에는 사소함이나 연약함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다듬어지지 않는 특성이 그러하듯 그들의 활력은 완전한 것이 못된다. 길들이지 않으면, 용맹함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성격은 무모함과 경솔함에 익숙해진다. 길들여지지 않는 포악함으로 인해 자유롭게 사는 그 모든 민족들은, 마치 사자나 늑대처럼 노예로 굴종시킬 수도 없지만, 또한 지배자가 될 수도 없다. 남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자는 남을 지배할 수도 없다. 동물들의 경우에도 똑같은 충동이 모든 동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자에게는 격노가 도움이 된다면, 사슴에게는 겁이, 매에게는 공격성이, 비둘기에는 소심함이 도움이 된다. 군중 앞에서나 어디서건 자기 의지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화는 두려워할만한 것인가? 어둠이 너무 깊어서 한걸음 떼어놓기도 어려운 사람에게 화를 낸다면 어떻겠는가? 귀가 어두워 명령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면 어떻겠는가? 귀가 어두워 명령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면? 또래와 어울려 철없는 장난을 하며 노느라 정신이 팔려, 할 일을 소홀히 한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면? 늙고, 몸 아프고, 지친 자에게 굳이 화를 내야 한다면? 우리 마음을 채우고 있는 어둠, 어쩔수 없이 저질러지는 잘못 뿐아니라, 곁길로 나가는 것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은 죽어야 할 운명과 같이 인간이 안고 있는 불리한 조건들이다. 개개인에게 전부 화를 내지 않으려면 당신은 모두를 한꺼번에 용서해야 한다. 인간은 어차피 잘못을 저지르게 될테니까? (용서는 인간의 숙명적 의무이다. )이것들은 인간..
사악한 행동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은 옳은가? 위해를 당한 순간의 그 가슴 철렁함은 화가 아니다. 화는 그 이후 생겨나는 의식적인 움직임, 복수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화다. 최초에 움찔하는 느낌은 이성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번째 움직임은 숙고에 의해서 생겨나고, 숙고에 의해서 제거된다. 오직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만 있다면, 심지어 자기도 위해 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 도랑물이 벌겋게 피로 물든 것을 보고 한나발이 이렇게 말했다. ‘ 아,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그것이 도랑물이 아니라 강이나 호수였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웠겠는가?' 유혈의 참사속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살육에 친해진 그대 일진대 이런 장면에 끌리는 것이 뭐에 놀랄 일이겠는가? 현자의 격정이 다른 사람의 사악함에 좌우된다면, 이보다 더 무기치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