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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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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정신 걷는다는 것은 지극히 본질적인 것에만 이 세계를 사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가지고 가는 짐은 얼마 안되는 추위에 얼어죽지 않을 정도의 땔감, 방향을 가늠하는 도구 , 양식 혹은 무기, 그리고 물론 약간의책 등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이상의 군더더기는 괴로움과 땀과 짜증을가져올 뿐이다. 걷는 것은 헐벗음의 훈련이다. 걷기는 인간을 세계와 직접 대면하게 만든다. 걷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모든 것과 다 손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세상의 구불구불한 길을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 간다. 외면의 지리학이 내면의 지리학과 하나가 되면서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을 평범한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길을 걷는 것은 때로 잊었던 기억을 다시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도시을 걷는 사람들 낯선 도시의 거리를 걷는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걷는다. 그 도시의 빛이, 그 도시의 냄새가, 그 도시의 소리가, 여컨대 그 도시의 구체적인 삶이 자신의 몸 속에 깊숙이 스며들 때까지 걷는다. 길을 갈 때 그 길의 멀고 가까움이나 풍경은 보행자 자신의 정서적인 조건..
마음열기 자동차의 발명은 어떤 면에서 유감스러운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두 다리 이외 다른 이동수단이 없었더라면 살아가는 동안 그렇게 멀리가지 않았을 것이다. 보행자가 연약하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의 훨씬 더 신중 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며, 다른 사람을 정복하고 멸시하기보다..
침묵 어깨에는 항상 무거운 짐이 짓누른다. 심지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경험상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다 버리는데도 그렇다. 짐을 너무 무겁게 꾸리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지나치게 인색한 짐을 꾸렸다가는 어느 순간에 가서 꼭 필요한 것이 수중에 없어 곤경에 빠..
걷는즐거움(2) 보행은 다른 활동들 이상으로 숨, 피로, 의지를 걸고 하는 일이다. 입술이 닿을 만한 곳에 샘 하나 없고, 뜨내기 노동자에게 진종일 쌓인 고단함을 풀어줄 주막집 하나, 농가하나 보이지 않을 때의 배고픔과 목마름, 험난한 길, 결국 어느 곳에 도착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을 견디어낼 ..
걷는 즐거움(1) 걷는다는 것은 세상를 온전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이때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다. 기차나 자동차는 길만 가르쳐 주지만, 목적 없이 그냥 걷는다는 것은 지나가는 시간을 음미하고, 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장소 들과 얼굴을 발견하고, 몸을 통하여 감각과 관능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
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김화영 옮김)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숲이나 길 혹은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고 해서 무질서한 세상이 지워주는, 늘어만 가는 의무를 면제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전신..
무소유無所有 이 세상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 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