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나 한잔 들고가게!

(998)
功遂身退 天之道也 우리 동네 폭설이 내리던 날 성복천을 따라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언제 이런 설경을 볼 수 있겠는가?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지만 세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인적이 드문 적막한 풍경을 홀로 즐긴다. 우산 속에서 하하 호호 깔깔거리는 연인들은 즐겁기만 하다. 가까이 다가오니 할매 할배다. 참 정겹고 부럽다. 지난 20년 동안 일상에서 항상 화두로 삼은 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먼저 생존해야 하니 먹고 살아야 하고, 그리고 의미 있고 즐겁게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 생각한다. 젊어서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가야 하니 생존에 더 무게를 두지만, 나이 들어 어느 정도 사회에 정착하게 되면, 의미 있는 삶을 살며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이 들어 죽음이 보이면 하루하루 성찰하며 의미 있는 삶..
결국 일상이다 삶에서 내 역할이 없어지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나이가 들면 역할이 하나씩 사라진다. 사회는 물론 가족 내에서도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보호대상이 된다. 내 존재감을 느끼는 것은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요즘 내 일상에서 ‘뭔가 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생각해 보면 아침 산책을 마쳤을 때,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 때, 손자와 놀고 손자를 등하원 시킬 때, 주말 산행을 했을 때,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깨달음이 있을 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을 때,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아직 내 역할이 많다. 어떻게 아이를 키우며 살지 막막한 너에게내 아이가 특별한 삶을 살기를 기대하지 마라. 그냥 보통사람으로 평범하게 살도록 해라. 그게 행복이다. 자존감 있고 자신의 삶을 ..
AI 요즘 내가 어떤 책을 읽든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급변하는 현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이다. 앞으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주제는 ‘진로’다. AI관련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본다.진로는 직업뿐만이 아니다. 진로는 꿈이고 직업이고 삶의 의미이고 가치다. 애착이 왜 중요하고 왜 꿈을 가져야 하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것은 결국 덜 후회하는 삶, 성공적인 삶, 보다 나은 삶을 살기위해서이다. 모든 사람들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그러나 그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개인마다 다르다. 먼저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꿈이란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은 직업..
왜 그래 이제 괜찮아 저는 자식 양육에 대해 무관심 했습니다. 나이 들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아이를 출산하고 한 동안 우리 집에서 지냈습니다. 그때 정말 가족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 32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데 친가, 외가 온 가족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환갑이 넘어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모든 엄마와 아빠는 한강 작가의 이 시를 읽으며 이해할 것입니다. 그 힘들었던 장면들을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먹고 싸고 울고 자는 것밖에 모르는 아이가 밤만 되면 왜 그렇게 우는지, 원인을 알지 못하는 엄마는 ‘왜 그래’ ‘뭐가 더 필요해’ 거의 매일 밤을 이런 생각에 힘든 시간을..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드디어 2025년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원래 시인으로 데뷔하였고 그 다음에 소설가로 데뷔하였습니다. 심사위원회에서는 그녀의 문체가 시적이고 실험적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습니다. 그녀의 시도 좋은 시가 많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시를 소개합니다. 서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관악산에서 가을이 되어 찬바람만 불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이별의 노래’다. 아침 저녁으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풍경은 시골에서는 흔하게 보는 가을 풍경이었다. 그 시절의 이 풍경을 지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지낸지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늘도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놓고는 마음이 한구석이 짠하다. 비싸고 좋은 어떤 장난감보다 손자는 산에 가서 도토리 줍고 밭에 가서 감자를 캐고 강가에 가서 돌멩이를 던지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물질적으로 빈곤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는 지금의 아이들의 삶보다 훨씬 더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이별의 노래/ 박목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아~! 너도 가고 나도..
나만 이렇게 답답하고 우울한가? 이번 여름은 유달리 많이 힘들었다. 불볕더위도 힘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답답함과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일상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해졌지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걷는 새벽 산책길도, 문득문득 일어나는 불편한 감정으로 우울하다. 무엇을 해도 항상 마음이 편치 않고 일상이 무기력하다. 박완서의 산문집 ‘살아있는 날의 소망’의 내용을 빌어 답답한 마음을 정리해 본다. 일제 36년이라는 민족적인 치욕을 비롯해서 그 후에도 수많은 난국을 겪고 비리에 시달렸으면서도, 우리는 그 원흉을 한번이라도 정당하게 심판해 본적이 있었던가? 추상같은 단죄가 내려질 듯 서슬이 시퍼렇다가도, 어느 틈에 꽁무니를 빼고 흐지부지 되고 만 것의 좋은 본보기가 아마 ‘반민특위’가 아..
장자莊子 거협胠篋 요즘 내 삶은 장자莊子가 말하는 ‘울타리 밖의 삶’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울타리 안에 산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며 인위적이고 탐욕적인 삶을 살았다면, 이제 자연에 스스로를 맡길 일입니다. 어디로 가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 인지에서 벗어나 주어진 환경에서 노닐 뿐입니다. 무언가 되어가는 대로 기다릴 뿐입니다. 편안히 어울려 무엇이 되어가는 것도 잊은 채 그렇게 지내다 고요히 자연으로 들어갈 수밖에. 많은 지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었다고 SNS를 통해 알려줍니다. 관심을 둘만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요즘 나는 세상 울타리 밖에 있습니다. 주변 탄천을 걷고 학교 가서 아이들과 놀고, 집에 오면 책을 읽고 손자와 함께 놉니다. 주말이면 산을 찾지만 특별히 한다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