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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정치와 민주주의

봄바람에 꽃비가 내립니다. 맴돌다 다시 돌아온 자리, 언제나 다시 그 자리가 그 자리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또 봄날이 갑니다. 오늘은 무엇을 하고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 눈은 침침해 세상을 잘 볼 수도 없고, 귀는 점점 멀어져 듣고 싶은 것만 간신히 듣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내 세상 같았는데 이제 눈앞의 세상도 남의 세상 같습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정치에 대해 잘 알까? 왜 모두들 민주주의, 민주주의 할까?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정치에 대해서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던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민주공화국이라서 어떻다는 말인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어서 어떻다는 말인가?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모두들 그렇게 혐오하는 정치는 도대체 뭐하는 것인가?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와 토크빌이 말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나름대로 요약해서 정리해 본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을 설명한 ‘인간의 조건’과 악의 평범성 개념을 설명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등의 책을 썼다.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치는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해줄 수도 있고 또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유대인들은 2000년이 넘도록 나라를 완전히 잃고 전 세계로 흩어졌다. 중세 가톨릭시대에 유대인에게는 땅 소유가 금지되었고, 특정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한 제한 때문에 세금징수원, 환전업, 대부업 등 천대받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제2차 대전 때는 잘 알려져 있듯 나치에 의해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되는 고난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유대인들은 유럽 여러나라 왕들의 궁정재정관리인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은 많은 데도 사회에서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 ‘왜 유대인은 그런 핍박을 받았을까?’라는 질문에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힘을 모으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집단생활을 한다. 집이나 학교, 직장, 종교 활동을 하는 곳도 국가도 인간이 활동하는 집단이다. 집단은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고 그곳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이런 집단의 움직임은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정치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럿이 모여 함께 살아가면 생각과 관심,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이 같은 정치적 참여를 통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에서 공동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물이라는 의미고, 정치적 동물이란 인간답게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공동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인간은 정치적 활동을 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있다. 인간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갖고 있다. 누구의 답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정치에서는 하나의 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정치는 끝이 없는 과정이다.
 
국가 권력을 전체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이용했던 히틀러가 권력과 폭력을 구분하지 않고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전체주의가 잘못된 판단과 결과를 만든 것이다. 한 사람이 전체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전체가 한 사람을 위할 때 가능하다.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환경과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리 서로 다르다고 해도 같은 인간이고 같은 민족이면 때로는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함께 모이는 회의를 통해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고 대화와 토론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충분한 의사표현이나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무조건 다수결에 따라 처리해버리는 것도 문제다. 전체주의는 전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을 철저히 희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주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공포분위기가 필요하고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따라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후진국들의 정치체제가 그러하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들을 효과적으로 학살하는 것을 기획하고 실천한 아이히만의 평범성에 놀랐다. 이때부터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는데서 큰 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생각이란 어떤 일의 의미를 알려고 하는 일이고, 그 일의 전후과정과 파급효과, 또 그 일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 내가 이 일을 하면 어떻게 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학교공부 잘한다고 생각을 잘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공부 못한다고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때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민주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가 처음 시작된 곳이 미국이다.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동력을 종교에서 찾는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건너간 청교도가 세운 나라이다. 이 종교 영향이 시민들 정신에 깊이 뿌리 내려 민주시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종교단체를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 활동을 통해 배운 사회참여가 민주시민의 기본자세이다. 다양한 단체들을 통해 서로 연합하여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가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자발적 결사체의 활동은 민주주의를 꽃 피울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링컨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런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자유와 평등은 조화되기 어려운 관계다. 나의 자유만 생각하면 평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30년 7월에 프랑스는 혁명이 일어나서 국왕 샤를 10세가 쫓겨나자, 베르사유 재판소 판사로 있던 토크빌은 큰 충격을 받고 미국 민주주의를 직접 보기위해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 온 목적은 미국의 법과 감옥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었다. 거기서 놀란 것은 프랑스국왕은 국민들 미움을 받는데 미국 대통령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방 단위 공동체들이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여 지도자를 뽑는 것만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공동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의견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권리를 행사할 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는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노예처럼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권리와 자유를 지키려는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있을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 꽃피게 된다.
 
우리나라가 오늘 날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를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정치가들이 하는 것이지 ‘우리는 우리 일만 열심히 하면 돼. 공동체 문제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어.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되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내가 안하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하는 식의 사고는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토크빌의 말을 빌면 시민사회란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매개하는 집단들의 집합체’이다. 시민사회는 개인과 국가의 중간영역으로써 국가의 독재를 막고 개인주의 폐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기반이다. 민주주의를 워한다면 우리 모두는 물질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적 존재로 전락하기보다는, 시민사회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여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토크빌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민주주의 열쇠가 바로 이것이었다.
 
모두들 민주주의를 외치는데 왜 좋은 것일까?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지배라는 말이다. 국민의 지배 외 귀족의 지배, 왕의 지배, 독재자의 지배가 있다. 그런 나라에서 국민은 그저 복종하고 따를 뿐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이 국가대표로 일한다. 영국처럼 왕이 있는 나라도 법에 의해 다스린다. 그 법은 국민들의 대표로 선출된 의원들로서 구성된 의회에서 만들어진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인간존중이다. 이러한 인간존중 정신은 자유와 평등으로 실현된다. 그래서 자유와 평등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 잘 조화되어야 한다. 토크빌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첫째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나라 일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가 평등 보장이다. 신분의 차별을 없앤다는 의미다. 신분에 따라 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이 다르면 민주국가라 할 수 없다. 또 신분에 따라 재산은 축적하는 기회가 달리 주어지는 나라도 민주국가가 아니다. 민주시민은 나와 너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와 평등의 조화가 이뤄진다. 우리는 자주 다른 공동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진다. 선거는 스포츠 가 아니다. 단순히 나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이다. 국민이 주인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생각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만주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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