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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비괘天地否卦 작년 연말에는 급성 장염으로 힘들었는데, 좀 나을만하여 새해 첫날 산행을 다녀 온 후 일주일 정도 또 목감기로 고생했다. 새해에는 딸이 출산 휴가를 끝내고 출근하면서부터 일주일 중 3일을 손자를 돌보게 되면서 내 일상의 주기가 망가졌다. 올해 액땜을 초반에 겪고 지나가니 차라리 다행 아닌가? 세상에는 매일 매일 좋은 일과 나쁜 일,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일들이 무수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문제는 우리가, 내가 지금 불행한 무엇과 연관돼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혼란스럽고 불안 불안한 것이 주역의 천지비괘天地否卦 형상이다. 위기를 겪고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그 자리를 안전하게 만든다. 망할 듯 망할 듯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는 ..
생각이 크는 인문학: 마음 1(한기호 성균관대 철학과교수)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을까? 그 사람의 이름, 얼굴, 키, 사는 곳, 가족관계 등 표면적인 부분을 알고 내면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모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때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정체성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무엇일까?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능력을 담고 있는 마음은 물질이라 할 수 없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탄생시킨 것이 마음이다. 인간 활동에 대해 연구하는 모든 학문은 마음에 관한 연구도 함께 한다. 오즈 마법사에서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오즈 마법사를 만났을 때 이미 그들에게 지혜와 마음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은 엄마를 통해 세상에 태어나서 뼈와 살과 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각..
감정4 감정은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받길 원한다. 특히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평소에 관심을 가졌거나 바라던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불안했는지 슬펐는지 기뻤는지 알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감정을 표현하여 전달하는 과정은 감정자체를 해소하는 과정과 구분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 말지는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전달하기로 했으면 감정을 조절하고 해소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공격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일으킨 자극이 무..
감정-3 감정은 왜 변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과 관련된 자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도 계속 변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이미지도 계속 변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끼어들어 말과 행동을 보탤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수많은 자극들이 영향을 미쳐 감정을 일으킨다. 매순간 다가오는 자극이나 상황이 달라지고 그 자극이나 상황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감정 역시 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자극에 반응해서 발생한 감정이 충분히 느끼고 표현되면 사그라지는 감정의 속성 때문이다. 화가 나서 화를 내고나면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감정을 일으킨 생각은 순식간에 스쳐지나갈 뿐 아니라 자신..
감정관리 사진은 50대 후반에 설악산에서 찍은 것이다. 이때만 해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면 누구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 해가 갈수록 세상은 점점 나에게서 분리되어 멀어져가고, 해마다 내 몸이 변해가는 것들을 느끼게 된다. 지난 한 해도 되돌아보면 좋았던 날도 많았지만, 화나는 날도 슬펐던 날도 부끄러운 날도 많았다. 하릴 없이 보내는 일상이지만, 사라지는 지금 이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며 마음만 조급하다. 동물은 외부의 어떤 자극을 인식하여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메커니즘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작동 원리도 마찬가지다. 외부 자극에 대해 생존을 위한 어떤 반응을 일으킨다. 그 반응이 감정이다. 감정은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
글쓰기 독서지도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그냥 아이들과 책만 읽으면 되는 줄 알았다. 독서지도는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고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그러한 과정은 내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동안 초1학년부터 중2학년까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글을 쓰면 맺힌 마음이 풀어진다. 글을 쓰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외로운 마음, 억눌린 마음, 올바르게 마음을 지켜나갈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가꾸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귀하고 즐거운 공부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온갖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고 듣고 한 것을 누구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것이 글이 된다...
부끄러운 역사 얼마 전에 초6년 아이들과 함께 거의 1년 동안 단군부터 김구까지 58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공부했다. 인물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공부하며 노력했다. 우리역사 공부를 하고 난 후 느끼는 것은 자부심은 없고 분노와 안타까움, 부끄러움 그리고 허탈함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먼저 기반이 되어야 하는 지식은 언어와 수학이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기반이 되어야 할 지식이 역사와 지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수학과 영어를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는 반면, 역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지식기반이 너무 허약하다. 학교 교육의 목적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익히기 위한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아이가 시를 쓰고 미..
인간의 도리 세월은 또다시 흘러 벌써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구름은 하염없이 떠돌고 가을바람이 쌀쌀한날, 단풍잎이 별처럼 쏟아진 계곡 길을 걷는다. 환상적인 풍경이지만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따뜻한 가을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퍼지는 화창한 늦가을, 마음은 무겁고 우울하고 자꾸만 무기력해진다. 가을 탓인가? 나이 탓인가? 지난 봄에 중2학년과 함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불복종 운동’이라 책을 읽고 페이스북에 소개한 적이 있다. 소로의 불복종 정신은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서 킹 등 보다 나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늘날 불복종 운동은 시민운동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 어느 북까페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이 책은 사회에 대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