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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천지비괘天地否卦

작년 연말에는 급성 장염으로 힘들었는데, 좀 나을만하여 새해 첫날 산행을 다녀 온 후 일주일 정도 또 목감기로 고생했다. 새해에는 딸이 출산 휴가를 끝내고 출근하면서부터 일주일 중 3일을 손자를 돌보게 되면서 내 일상의 주기가 망가졌다. 올해 액땜을 초반에 겪고 지나가니 차라리 다행 아닌가? 세상에는 매일 매일 좋은 일과 나쁜 일,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일들이 무수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문제는 우리가, 내가 지금 불행한 무엇과 연관돼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혼란스럽고 불안 불안한 것이 주역의 천지비괘天地否卦 형상이다. 위기를 겪고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그 자리를 안전하게 만든다. 망할 듯 망할 듯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오히려 보호하는 것이고, 어지러워질까를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의 평화로움을 지속시키는 것이라 생각하자.
 
周易의 10번째 괘인 천지비天地否괘를 보면 위에는 하늘天괘(☰), 아래는 땅地괘(☷)가 있으며, 하늘天과 땅地이 막혀 있으므로 ‘막힐 비否’자를 써서 천지비괘天地否卦라고 한다. 그런데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땅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왜 막혔다고 할까? 그것은 하늘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땅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니 서로 교류가 일어나지 못하여 막혀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천지비괘(䷋)와는 정반대인 괘가 위는 땅, 아래는 하늘이 있는 11번째 지천태괘地天泰卦(䷊)로 천지가 크게 통한다는 괘이다. 이처럼 비괘와 태괘는 그 괘상과 뜻이 서로 반대다. 즉 지천태의 괘상을 뒤집으면 천지비의 괘상이 되고, 또 천지비의 괘상을 뒤집으면 지천태의 괘상이 된다. 이는 어려운 때가 있으면 태평한 때가 있게 마련이고, 또 막히면 뚫리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라는 의미다.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비지비인 불리군자정 대왕소래
비否는 사람이 아니니 군자의 올바름이 이롭지 못하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
 
천지비괘를 보고 해석한 문왕의 괘사다. 비否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서로 소통이 되는 군자君子를 말한다. 비괘는 땅으로 상징되는 소인배(☷)가 안에서 득세하는 때이며, 하늘로 상징되는 군자(☰)가 밖으로 물러나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군자가 때를 얻지 못해 올바르게 처신한다 하더라도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양(⚊)인 큰 것(君子)이 바깥으로 밀려나고, 음(⚋)인 작은 것(小人)이 안에서 커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천지비괘이다. 결국 자기 이익만을 탐하는 소인배들이 권력을 잡아서 위정자와 백성 간에 소통의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도한 세상이 되었다는 의미다.
 
彖曰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단왈 비지비인 불리군자정 대왕소래
則是天地 不交而萬物 不通也 즉시천지 불교이만물 불통야
上下不交而天下 无邦也 상하불교이천하 무방야
內陰而外陽 內柔而外剛 내음이외양 내유이외강
內小人而外君子 내소인이외군자
小人道 長 君子道 消也 소인도장군자도소야
 
단전에 이르길 ‘비否는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군자의 올바름이 이롭지 못하니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는 것은 천지가 사귀지 못해서 만물이 통하지 아니하며, 상하가 사귀지 못해서 천하에 나라가 없다. 나라가 있어도 나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안은 음이고 밖에는 양이며, 안은 부드럽고 밖은 강하며, 안에는 소인이고 밖에는 군자이니 소인의 도는 커나가고 군자의 도는 사라진다.
 
비괘의 괘사를 보고 공자가 보충 설명한 단전이다. ‘비괘는 땅으로 상징되는 소인배(☷)가 안에서 득세하는 때이며 하늘로 상징되는 군자(☰)가 밖으로 물러나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은 소인배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그러니 군자가 때를 얻지 못해 올바르게 처신한다하더라도 이롭지 않다는 것이며, 다른 말로는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고 했다. 천지 또한 이와 같아 서로 사귀지 않으며 만물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괘를 정치에 적용해 보면 위정자와 백성들 간에 서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겉돌게 되므로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괘의 괘상을 보면 안에 있는 땅地괘는 음효로 부드럽고, 바깥에 있는 하늘天괘는 양효로 강하다. 또 내괘의 음효는 소인배에 해당되며, 외괘의 양효는 군자를 상징한다. 안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소인배는 그 세력이 점점 커나가고, 밀려난 군자들은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이 비괘의 형상이다.
 
象曰 天地不交 否 君子以儉德辟難 不可榮以祿
상왈 천지불교 비 군자이검덕피난 불가영이록
상에 이르길 하늘과 땅이 서로 사귀지 않는 것이 비否이니 군자가 이를 깨달아 덕을 검소하게 하여 어려움을 피하고 (소인배들의) 녹을 받아 영화를 누리지 않아야 한다.
 
천지가 서로 어긋나 있는 천지비괘天地否卦의 상을 보고 공자가 한 말이다. 소인배들이 득세하고 있는 무도한 시대에 군자는 덕德 베풀기를 아껴야 한다. 이 말은 소인배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불통의 시대라서 군자의 존재조차 눈에 거슬리는 마당에 상생의 덕을 베풀다가 잘못하면 목숨조차 위태롭게 될 것이니, 덕을 베푸는 것을 자제하고 몸을 보전하여 후일을 도모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폭정의 시대에는 소인배들에게 받아먹는 녹봉으로 구차스럽게 입에 풀칠하지 말라는 것이다.
 
子曰 危者 安其位者也. 자왈 위자 안기위자야
亡者 保其存者也. 망자는 보기존자야
亂者 有其治者也. 난자는 유기치자야
是故 君子安而不忘危. 시고 군자안이불망위
存而不忘亡. 존이불망망
治而不忘亂. 치이불망난
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 시이신안이국가가보야
易曰 其亡其亡 繫于苞桑 역왈 기망기망 계우포상
 
공자가 말하길 실로 위태로움을 아는 사람은 그 지위를 편안케 할 줄 아는 자이다. 실로 망함을 아는 자는 그 생존을 보존할 수 있는 자이다. 亂을 아는 자는 다스림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할 때라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아야 하며, 살아남았음에도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스려지고 있어도 亂난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여야 몸을 편안케 하고 국가를 보전할 수 있다.
 
주역否卦비괘(九五爻辭)은 말한다. ‘사라지겠구나, 뽕나무가지에 달린 저 보물도 곧 사라지겠구나’ 지금 누리는 권력도 재물도 곧 사라진다는 의미로 나는 이해한다. (繫辭典 下 5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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