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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감정관리

사진은 50대 후반에 설악산에서 찍은 것이다. 이때만 해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면 누구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 해가 갈수록 세상은 점점 나에게서 분리되어 멀어져가고, 해마다 내 몸이 변해가는 것들을 느끼게 된다. 지난 한 해도 되돌아보면 좋았던 날도 많았지만, 화나는 날도 슬펐던 날도 부끄러운 날도 많았다. 하릴 없이 보내는 일상이지만, 사라지는 지금 이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며 마음만 조급하다.
 
동물은 외부의 어떤 자극을 인식하여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메커니즘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작동 원리도 마찬가지다. 외부 자극에 대해 생존을 위한 어떤 반응을 일으킨다. 그 반응이 감정이다. 감정은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능과 살아가면서 일상의 체험과 공부에 의한 체득된 인성으로 몸에 형성된 정서에 의해 일어난다. 타고나는 본능과 언제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느냐에 의해 그만의 특별한 정서가 만들어지고, 공부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공부는 주어진 환경에서 진실眞, 선함善,아름다움美를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한다. 진실의 영역은 무엇이 틀리고 무엇이 불확실한 것인지 알려주고, 아름다움은 무엇이 추악하고 저속한 행위이고 대상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선함의 영역은 선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악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眞善美 세 가지 덕목에 대한 정의定義와 이를 구별하는 정도는 그 시대의 문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진리는 어떤 힘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그 문화의 신념이다. 진선미에 대한 이해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개인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 그리고 자신의 선택과 운명을 인식하는 다채로운 방법을 익히도록 해준다. 그것이 어떤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우리는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판이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려주고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잘 다루어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심리학자 니코 프리다는 감정을 정의하는 세 가지 요소를 말했다. 첫째 감정은 자극이나 대상이 개인의 관심사나 목표와 관련될 때 일어난다. 둘째 감정은 일어나는 즉시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두려움을 느끼면 몸이 얼어버리고 벗어나 도망가려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면 얼굴을 숙이고 자신의 몸을 숨기려 한다. 셋째는 감정마다 독특한 신체 변화, 표정, 몸짓이 함께 나타난다. 화가 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빨라지고 표정이 찡그러지게 된다. 감정은 크게 유쾌한 감정, 불쾌한 감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떤 자극이 자신의 바람을 이루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유쾌한 감정으로,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어떤 감정이든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불쾌한 감정도 생존과 적응을 돕기 위해 생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감정이 외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면 부끄러움은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부끄러움은 성찰의 감정이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다. 누구나 허물이 있을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을 깨닫고 고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감정이 부끄러움이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의한 탐욕으로 오염된다. 그것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자신을 정화시킨다. 순수한 아이들은 부끄러움이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 자신만의 편견으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면서 점점 부끄러움이 사라진다.
 
부끄러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부끄러움은 자기가 남보다 못하다는 느낌, 자기가 잘못했다는 느낌에서 온다. 이 느낌은 사실은 그 심성이 착하고 겸손하기 때문에 우러난다. 부끄러움은 사람다운 감정인 것이다.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 온갖 거짓말쟁이, 사기꾼, 권위주의자, 독재자... 이들은 모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한다. 남 보기에 옷이 초라해서 부끄럽고, 남보다 집이 작아서 부끄럽고, 지위가 낮아서 부끄럽다. 이러한 겉모습과 물질을 비교하는 데서 오는 모든 부끄러움은 인간이 본래 타고난 자연스런 심상이 아니다. 잘못된 사회 환경과 잘못된 교육 때문에 어릴 때부터 몸에 덕지덕지 붙게 된 것들이다.
 
사람다운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이다. 어린 아이들은 천진하고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마음이다. 나이가 더해 갈수록 어른들을 따라 겉모양으로 사람값을 매기고, 당치도 않는 열등감과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며, 부끄러워해야 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부끄러워한다. 이러한 감정이 사람다운 감정을 압도하여 짓눌러버린다. 학교와 가정으로부터의 잘못된 교육으로 어려서부터 감정을 잘못 일으키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외부자극에 대해 올바른 감정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절실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순간 어떤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 감정이다. 무엇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감정을 통해 알 수 있다. 감정은 자신이 바라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면,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를 알 수 있다. 평소에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외부에 남에게 휘둘리게 되면 자신의 감정이 무디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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