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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커는 인문학 (이 지영 외)

감정-3

감정은 왜 변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과 관련된 자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도 계속 변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이미지도 계속 변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끼어들어 말과 행동을 보탤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수많은 자극들이 영향을 미쳐 감정을 일으킨다. 매순간 다가오는 자극이나 상황이 달라지고 그 자극이나 상황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감정 역시 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자극에 반응해서 발생한 감정이 충분히 느끼고 표현되면 사그라지는 감정의 속성 때문이다. 화가 나서 화를 내고나면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감정을 일으킨 생각은 순식간에 스쳐지나갈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순식간에 떠올라 감정을 일으키고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무슨 생각이 감정을 일으켰는지 찾아내기 어렵다. 감정으로 인한 행동의 경우 감정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행동이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관련 없는 일련의 행동중 하나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감정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단서는 신체감각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이다. 감정은 반드시 호흡 심장 박동 근육 땀 등 신체감각의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감정이 강력할수록 보다 또렷하게 일어난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상대방의 말 한마디나 사소한 행동이 아픈 감정을 강하게 불러 일으켜 또렷이 기억하게 된다. 반면 상처를 준 상대방은 무심코 한 얘기나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더 많이 기억하게 된다. 즐겁고 유쾌한 감정은 긍정적인 정보를 보다 잘 처리하여 기억하게 하고, 불쾌한 감정은 부정적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하여 기억하게 한다. 이처럼 감정은 정보를 선택, 저장하는 과정뿐 아니라 저장된 기억을 떠올릴 때도 영향을 끼친다.

 

내 감정은 항상 옳은 것일까?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확신을 갖지 못할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감정을 느끼고 반응을 표현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으면 감정이 낯설고 당황스럽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다독여주지 않거나 주변사람에게 무시당하고 제지를 받으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부정하게 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며 자신감도 잃게 된다. 어떤 감정이 옳은 것이고 어떤 감정이 잘못된 것일까? 모든 감정은 옳다. 모든 감정은 그렇게 느낄만한 이유가 있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감정은 자극에 반응해서 자신이 바라는 것과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하는 순간 발생한다. 감정을 느낀 당사자가 자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감정을 느끼든 그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감정을 일으킨 자극에 대해 자신과 관련된 어떤 생각을 했기 때문에 느끼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친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오작동하여 불필요하게 일어나는 감정도 있다. 과거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가 분출되는 감정은 잘못된 감정이다.

 

감정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까?

 

감정은 무엇을 원할까? 감정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감정이 주는 정보를 파악하여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활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무엇을 해줘야 할까? 감정을 느낄 때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당황하며 부담스러워 한다. 다른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면 더욱 막막하고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른다. 감정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바로 느끼고 표현되는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자극에 반응해서 발생하고 느껴진 뒤 충분히 표현되면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감정이든 다란 사람의 감정이든 느끼고 표현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 슬픔, 불안 등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충분히 표현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지게 된다.

 

감정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친구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지 못하면 감정은 기회를 엿보면서 표현될 궁리를 한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마음 구석에 쌓여있게 된다. 묵은 감정들은 오직 느끼고 표현되기를 기다린다. ‘나 여기 있어, 나를 바라봐줘, 나를 느끼고 표현해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감정 귀신에 내가 짓눌리고 있다면 몸이 무겁지만, 그 귀신이 떠난 뒤에는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감정귀신이 있으면 집중되지 않는다. 친구와 사소한 일 때문에 싸우고 나면, 그것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면 일상에 집중하기 어렵다. 마음속에 담아둔 감정들을 느끼고 해소할 때까지 다양한 신호를 보내며 나를 괴롭힐 것이다. 감정 귀신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주의집중력이다. 감정을 재대로 다루지 않으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신경이 쓰인다는 것은 주의가 간다는 것이다. 주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 없는 것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 주의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사용된다. 책을 보고 공부할 때도 누구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에너지를 소비하면 다른 곳에 집중할 수가 없다. 감정은 기억력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제대로 다루지 않은 감정귀신은 주의와 에너지를 앗아간다. 기억하기 위한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어 기억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 이유 없이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있다. 그것들도 덮어두었던 감정들이다. 감정을 참고 담아두면 애써 담담한 척하지만, 그것은 감정귀신이 되어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감정은 우리에게 느끼고 표현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없어서는 안 될 유약한 친구이지만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원치 않는 일을 겪게 된다. 감정을 귀신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감정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된다.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고, 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안전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그때 느끼고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있다. 감정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상대방에게 표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화를 내는 것은 감정의 전달과 감정의 해소, 어느 쪽도 제대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큰 목적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표현할 때는 상대방이나 주변 사람이 꼭 필요하지 않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방에게 화를 내면 상대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적인 말을 하거나 변명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 그래서 화를 내는 행동은 감정을 전달하는데 실패한다. 상대방이나 주변사람들에게 감정을 표현하여 해소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

 

화가 나니까 화를 낸다라는 말이 맞을까? 화가 난다는 것은 화를 느끼는 것을 의미하고 화를 낸다는 것은 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화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는 행동이다. 상대방이나 주변 사람에게 화를 내기로 선택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경우든 화를 낸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 모두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껴 화를 낸다. 화라는 감정은 항상 화를 일으킨 상대에게 보복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한다. 감정을 다루고 조절하는 데 있어서 유쾌한 감정과 불쾌한 감정의 성질은 조금 다르디. 불쾌한 감정이 발생하면 감정의 종류나 상황 등에 상관없이 일단 감소시켜 느끼지 않으려 한다. 인간은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불쾌하기 때문에 감소시키고 해소시켜 떠나보내는 것이 목적이 된다. 반면 유쾌한 감정은 굳이 감소시키거나 떠나보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때로는 감정을 감추거나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오해를 사고 상대방으로부터 질투심이나 시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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