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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커는 인문학 (이 지영 외)

생각이 크는 인문학: 마음 1(한기호 성균관대 철학과교수)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을까?

그 사람의 이름, 얼굴, , 사는 곳, 가족관계 등 표면적인 부분을 알고 내면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모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때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정체성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무엇일까?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능력을 담고 있는 마음은 물질이라 할 수 없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탄생시킨 것이 마음이다. 인간 활동에 대해 연구하는 모든 학문은 마음에 관한 연구도 함께 한다. 오즈 마법사에서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오즈 마법사를 만났을 때 이미 그들에게 지혜와 마음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은 엄마를 통해 세상에 태어나서 뼈와 살과 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등의 다양한 마음을 지닌 존재다.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 마음을 연결하는 학문 중 심리학 psychology가 있다. 마음이라는 뜻의 프시케 psyche와 연구를 뜻하는 logos의 합성어다. 심리학은 철학에서 독립한 학문이다. 마음을 이야기하면 몸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몸은 물질이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무게도 크기도 형체도 없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거나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물질적 특징이 없다. 몸과 마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생각은 행동을 하게하고 행동은 특별한 생각, 느낌, 감정을 만들어낸다. 고대철학자들이 말하는 영혼이라 부르는 신비스러운 존재를 통해 마음을 설명했다. 인간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몸은 자연 속 존재이고 영혼은 신적 존재이다. 몸은 시간의 흐름 따라 늘고 병들어 죽어서 없어지지만, 영혼은 물질 아니므로 사라지거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영혼은 몸이 죽은 후에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물질은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성질은 다른 물질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의 마음도 몸과 그런 인과관계를 맺고 있을까? 몸이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이 몸을 움직이니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철학자 홉스는 인간의 마음은 몸과 분리하여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면서 인간은 일종의 기계와 같다고 주장했다. 홉스는 마음도 몸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스피노자는 몸과 마음은 완전히 다른 두 존재가 아니라 한 가지 존재의 두 얼굴이라고 했다. 금성은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이다. 그걸 몰랐던 옛날에는 새벽에 보이는 금성을 샛별이라고 하고 저녁에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불렀다. 두 별이 서로 다른 두 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도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지닌 두 가지 모습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찰스 다윈도 마음이란 몸과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몸이 만들어 낸 특별한 일부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마음을 뇌의 활동의 일부로 본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알게 되는가? 마음은 외모와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없어 마음 상태를 알 수가 없다. 마음 상태를 알기위해 안을 들여다본다는 의미의 내성內省이라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마음속을 잘 살펴봄으로써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심리학이라 볼 수 있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마음이다. 내가 어떤 마음을 느끼는지는 나 자신은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상대 마음을 알 수는 없다. 물론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내성으로 알 수 있다면 타인의 마음은 말과 행동, 표정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내성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으므로 객관성과 거리가 멀고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가 없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상황을 상자 속의 딱정벌레에 빗대어 설명했다. 사람들이 무언가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들고 있는데, 각자가 자기 상자만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상자를 볼 수가 없다. 당신의 상자 안에는 딱정벌레 한 마리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상자밖에 어떤 딱정벌레도 없다. 내 상자 안에 딱정벌레가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서 당신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는 딱정벌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남의 상자를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들이 딱정벌레를 갖고 있지 않다고 의심한다면, 그 의심은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누구도 딱정벌레를 본적이 없으니 내가 가진 것도 딱정벌레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의 고통 상태를 알지 못한다면, 내 마음 상태가 고통이라는 보장이 없다. 한번도 남의 고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고통이라는 말을 배우는 과정이다. 고통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의 느낌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느낌은 그 사람의 행동을 보았을 때 추정하여 알게 된다.

 

말을 배우는 과정을 보면 엄마, 아빠를 배우고 다음 주변 사람 이름을 하나씩 익혀간다. 다 자란 후 좋아, 싫어, 아파, 배고파, 졸려 등의 마음 상태에 대한 말을 배운다. 말은 경험이 반복됨으로써 사물 모습과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 그리고 사물을 연결시켜주는 상황이 함께 할 때 알게 된다. 그러면 감정, 감각, 느낌을 나타내는 이름은 어떻게 알게 될까? 고통이라는 말을 어떻게 배우는지 그 과정을 생각해 보면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동이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험을 통해 특별한 상태와 그 상태를 겉으로 보여주는 특별한 행동이나 몸짓을 알게 된다. 마음은 직접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심리학은 자기내면을 바라보는 학문에서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인간은 거짓으로 행동을 가장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을 행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두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음은 몸의 작용이며 두뇌에서 일어나는 작용 일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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