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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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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랜 세월 오며 가며 지내도 정이 가지 않고 떨떠름한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오래 사귀지 않았는 데도 서로 마음의 길이 이어져 믿고 따르는 사이도 있다. 맹목적인 열기에 들떠 결점도 장점으로 착각하기 일쑤지만, 그 열기가 가시고 나면 밝은 눈으로 실체를 볼 수 있다. 세월이 눈..
녹슬지 않는 삶 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도 말을 함부로 쏟아버리지 말라. 말은 업이 되고 씨가 되어, 그에 대한 결과를 가져 온다. 결코 막말을 하지 말라. 둘 사이에 금이 간다. 누가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라 했던가? 싸우고 나면 마음에 금이 간다.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누구를 물을 것..
우리가 살만한 곳은 어디인가?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 사람 없는 곳에서 한두 철만 지내려던 것이 어느새 훌쩍 열두 해가 지났다. 돌아보면 한 생애도 이렇듯 꿈결처럼 시냇물처럼 덧없이 흘러가리라. 지난 한해 동안은 내 마음이 들떠서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새로운 삶을 시도했다. 그러다..
자신의 그릇만큼 올해는 봄이 더디다. 이곳 산중에는 엊그제가 춘분인데도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아 잔뜩 움추린 채 봄 기운을 그리고 있다. 머지 않아 꽃바람이 올라오면 얼음이 풀리고,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어김 없이 계절의 순환에 따라 바뀔 것이다. 사람들도 그 때를 알고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바..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 이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고 무뎌진 감성, 저녁 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
삶의 기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그런 매듭을 통해 사람이 안으로 여물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산중에는 고요함과 거룩함이 있다. 특히 아침나절의 산은 더욱 아름답고 신선하다. 들이마시는 공기 에는 숲의 향기와 ..
아름다운 마무리 옛 사람들은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우며 자신을 높이는 공부를 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얄팍한 지식이나 정보의 덫에 걸려 고전에 대한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 자기 나름의 확고한 인생관이나 윤리관이 없기 때문에 눈 앞의 조그만 이해관계에 걸려 번번히 넘어진다. 인류의 정신문화..
노년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11월의 숲은 성글다. 물든 잎들이 지고 가지와 줄기는 듬성듬성 제 모습을 드러낸다. 뜰에 찬 그늘이 내리는 이 무렵이 겉으로는 좀 쓸쓸한 듯하지만 안으로는 중심이 잡히고 아늑하고 따뜻한 계절이다.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고 한가로움과 고요로 차분해진 산중은 그 어느 때보다 산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