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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고 있

장애를 대량 생산하는 사회1

1975년에 나온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새’는 정신병원에 만연했던 문제들을 두 시간동안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루었다. 사회적 일탈 행동은 무조건적 정신병으로 낙인 찍어버리는 믿을 수 없는 진단, 강제치료, 과도한 약품처방, 나아가 뇌수술에 이르기까지 정말 온갖 문제들이 등장한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징신병 진단의 지침서인 미국 ‘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은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추가항목이 늘어난다. 대부분의 진단은 단순한 체크리스트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해당 장애에 신경생물학적 원인이 있을 거라는 주장 역시 과학적 사실이라기 보다는 제약업체의 광고 슬로건으로 생각된다. 모든 공식통계가 향정신성 약품의 폭발적 사용증가를 입증한다. 심리치료의 의무는 사회적 규범에 강제로 적응 시키는 쪽으로 심하게 이동했다. 아마 치료보다 훈육이 더 적절한 표현으로 느껴질 것이다.

 

믿을 수 있는 타당한 의학적 진단에서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여러 의사가 동일한 증상을 듣고 동일한 진단을 내린다는 뜻이다. 타당하다는 말은 하나의 진단이 반드시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정신의학에서는 문제가 약간 복잡하다. 정신의학의 역사는 두학파가 번갈아가며, 권력을 장악한 역사다. 한쪽은 여러 환자들의 똑같아 보이는 증상과 행동도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쪽은 질병 모델이다. 정신병 증상은 신체적으로 진행되는 더 심층적 과정의 표현이며, 환경은 기껏해야 해당 과정을 드러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환자가 달라도 정신병은 항상 동일하므로 동일한 진단을 내릴수 있다고 본다. 질병모델을 정신의학에서 실제로 적용할 때는 집중력 저하와 행동과잉 같은 증상이 질병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기준이란 것도 정기적으로 변한다. 물론 항상 확장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결국 해당 범주들은 점점 더 모호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약을 먹게된다. 대표적 사례가 자폐다.  첫 번째 질문은 증상의 명확한 분류와 이에 대한 학자 및 의사들의 합의다. 두 번째 질문은 원인규명과 관련된다. 어떤 증상을 특정 범주로 분류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 ADHD진단을 받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너무 크다는 사실이 늘 확인된다. 지배 패러다임은 맹목적 믿음을 낳는다. 질병 모델은 각자에게 면죄부를 준다.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패러다임의 힘은 대단하다. 패러다임은 특정 집단이 가진 강제적인 확신의 총체이며, 해당 집단의 사고와 행동 아니라, 사회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기집단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투쟁 대상이다특정증상 및 특정 행동방식을 심리장애의 증거로 선택하는 것은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연구결과는 추가 연구결과를 통해 반박될 수 있지만, 지배 패러다임이 이를 거부한다. 그 이유를 심리학에서는 인지부조화’라고 부른다. 현대 정신의학의 진담이 안고 있는 문제는 지배 패러다임이 다른 시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건강은 사회의 산물이다. 심리건강의 존재 및 부재는 무엇보다 사회적 지표이며, 따라서 사회적 해결책 및 개인적 해결책을 요구한다. 개인의 증상에 집중하면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회구조와 맺는 관계에서 분리하는 가짜 심리학이 된다. 심리진단의 판단기준은 사회규범에 즉 특정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에 기초한다. 장애란 근본적으로 비정상이라는 뜻이다. 특정 사회조직과 심리장애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신경생물학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과학적으로도 임상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었다. 19세기말 독일사회는 억압적 규범과 가치체계로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인간들을 양산했다. 오늘날엔 이런 노이로제들 대부분은 사라졌다. 그러나 성인의 우울증, 공포증, 아동의 ADHD와 자폐증이 넘쳐나고 있다. 2000년  ‘허바드리뷰 오브 사이키애트리’는 사회공포증을 우울증과 알코올 증독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사회적 장애로 분류했다.  이런 타인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가 한편에서는 평가, 회계감사, 직원면담, 카메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위와 신뢰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정말 말이 안되는 소리인가?

 

집중력은 필요치 않다. 신속성과 유연성만 있으면 된다. 그러므로 ADHD라 불리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피상적 집중력과 즉각 반응은 그런 환경에 대한 적응행동으로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사회학자 리처드 윌킨스가 사용한 기준은, 수치로 파악할 수 있는 같은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격차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소득격차가 연구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을만큼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소득격차의 심화가 거의 모든 건강지표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윌킨스와 피켓은 보건사회학자 입장에서 사회와 건강의 관련성을 넓은 의미에서 조사했다. 그들의 핵심개념중 하나가 스트레스로, 이것의 영향력은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스트레스 원인을 밝혀내는 일은 약간 더 힘들다. 우리가 복지혜택을 잘받는 서구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도 한가지 이유가 된다.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섯가지 정도이다.

 

유년기 공포 및 근심의 무게, 사회관계의 질,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의 정도,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위이다. 이런 요인이 부정적 일수록 질병에 걸릴 위험과 기대수명이 짧아질 위험도 더 커진다. 낮은 사회적 지위는 한 사람의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제일 눈에 띄는 스트레스 요인은 자기 일을 자기가 결정하는 정도이다. 통제 가능성이 적으면 동료와 맺는 관계가 나쁘고, 분노와 적대감이 컸다. 서유럽 같은 복지국에선 보건제도의 질보다 사회적, 경제적 삶의 상태가 국민건강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관계가 좋을수록 건강수준도 높다. 반대로 극도의 불평등은 최악의 질병 발생요인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사회계층의 차이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소위 동일한 집단 내부, 예를 들면 공무원, 교수들 사이에서도 큰 격차가 있을 수 있다. 과도한 불평등은 인간에 대한 존중을 사라지게 만든다. 자신에 대한 존중도 마찬가지이다.  심리사회적차원 에서 보면, 이는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다. 1986년 2차 화이트홀 스터디가 출범했다. 1만년이상의 영국 공무원들의 건강과 노동상황이 서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어떤 사람의 집단내 지위나 신분이 낮을수록 기대수명도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심리장애가 진짜 질병인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포괄적인 사회문제의 개별적인 생물심리사회적 표현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 장애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근거가 되는 특징들은,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과 항상 관련이 있다. 오늘날 건강규범의 이름은 성공이다. 경제적, 물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공이어야 한다. 과거에 겸손이 미덕이었지만 요즘은 그런 덕목은 일탈이다특이하게도 오늘날 올바른 특징은 모두가 현재의 직업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두가지가 중요하다. 경쟁력과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첫 번째는 자신의 경영자인 인간을 전쟁터로 파견하는 능력이며, 두 번째 능력은 자기홍보를 위한 효율적 네트워킹을 의미한다. 학습장애의 경우는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ADHD, 일반행동장애, 공격적-적대적 행동장애, 실패에 대한 공포까지도 학교와 연관짓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 이런 진단의 판단기준은 사회의 과도한 기대의 다른 표현이며, 결국 학교에는 두가지 종류의 학생만 남게된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과 장애아들. 정상아동은 희귀자원이 된다. 이런 종류의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결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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