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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좋은 삶의 구성요소들1

 

포도주 한병, 시집 한권, 빵 반 덩이,

그리고 인적 없는 장소에 앉아 있는 그대와 나

우리에게는 술탄의 왕국보다 더 많은 부가 있다. ( 오마르 카이얌)

 

우리가 소비와 일에 항상 중독 되어 있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삶이라는 이념에 대한 공식적 논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충분히 가졌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이해를 되살려내려면 우리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좋은 삶을 원하는 사람의 머릿수를 세거나, 설문지를 돌리는 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좋은 삶이라는 것이 시간과 지역을 초월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열망과 전혀 다를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핵가족 범위를 넘어서는 집단속에서도 어느 정도 정비된 정치조직 형태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기본재란 잘 사는 삶을 구성하는 좋음들을 의미하는데 인간의 좋은 삶을 이루는 부분으로 어디에서나 인정되는 건강, 존중, 안전, 신뢰와 사랑의 관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는 ‘우리가 만나고 또 만나는 수천가지 모습의, 수천가지 가면을 쓴 사람들은 궁극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존재’라고 썼다.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삶에 대해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보편적 탐구의 재료를 가진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정도로 신체의 기동력을 갖추려면 돈이 더 필요할 것이다. 가부장제 문화에서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와 같은 수준에 오르려면 교육의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화에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사고와 행동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문제는 아무개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지배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아무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이다발전경제학 분야와 도덕철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마사 누스바움은 인간의 핵심역량 열가지 목록을 작성했는데, 신체의 건강과 완전성, 상상력, 사유, 실천이성, 친교놀이가 포함된다. 좋은 삶을 영위할 역량만이 아니라 실제로 좋은 삶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자제해야 하는가? 빈곤이 아니라 풍요가 문제라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역량이 아니라 목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누스비움은 일차적으로 풍족하게 지낼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빈곤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러나 풍족사회에 사는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좋은 삶이란 자율적이거나 자기 결정적인 것이므로, 강제력을 가진 단체인 국가가 그것을 고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는 사람들을 나쁘게 살게하기보다는 잘 살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지만, 궁극적인 선택은 개인의 몫이어야 한다. 외적 자연을 마구하는 파괴하는 데서는 과학이 굉장한 도구이지만, 탐구주제가 인간의 좋음인 경우 우리가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은 독서와 여행과 대화를 통해 폭이 넓어진 우리 자신의 직관이다.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기본재의 네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재는 보편적이다. 그것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좋은 삶에 속한다는 뜻이다. 둘째 기본재는 최종적인 것이다. 이는 그것이 그 자체로서 좋은 것으로, 다른 좋음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종적인 좋음을 아는 방법은 '무얼 위하여?'라는 질문을 어린아이들 처럼 계속 던져 보는 것이다. 여기에 더 이상 답이 나오지 않아야 최종적인 좋음인 것이다.

 

자전거는 어디에 쓰는가? 내가 일하러 가는데 쓴다. 일은 무엇 때문에 하는가? 돈을 벌려고 . 돈을 왜 버는가? 식품 등 생활필수품을 살려고, 식품은 어디에 쓰는가? 생존을 위해. 살아 있다는 것은 무얼 위해서인가? 더 이상 답을 할 수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니다. 생명은 건강이라는 기본재의 일부이다. 모든 기본재는 최종이지만, 최종적인 좋음이 모두 기본재는 아니다. 음식은 기본재 목록이지만 실제로는 건강이나 생명이라는 기본재에 이르는 수단이다. 그러한 지점을 넘어서 음식을 탐닉하게 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돈 역시 기본재가 될 수 없다. 돈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얻게 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른 좋음들은 좀 더 모호하다. 건강, 안전, 여가는 어떤 설명에서 보면 최종적인 것이고, 디른 설명에서는 수단의 지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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