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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기3

'소비하라'는 압력을 줄이는 것이 일을 해야 하는 압력을 줄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소비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므로 소비를 덜하고 싶다면 일도 덜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남의 눈에 띠고 사치스러운 소비를 과시한다.   그럴 여력이 없는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  요즘 신흥부자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이 끝없는 욕구의 먹이가 되며, 끝없는 욕구는 이러한 활방식에 연료를 공급한다. 자본주의는 틈새만 있으면 그곳을 통해 소비를 향한 불을 지른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대신, 새로운 장난감이나 기기를 쏟아부어서 강박적인 소비주의를 물려준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못하게 막는 소비경쟁 무대는 그대로 있어 일거리는 너무 많이 만들어내고 여가 및 그에 따른 우정, 취미, 자원봉사 같은 것은 불충분하게 만들어낸다.

 

사회에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되는 재화, 학교무상급식, 저가주택공급, 빈민무료진료 등과 같은 것은 가치재이다.  국가는 이러한 재화를 어느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해 이미 윤리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계속 상승하는 경쟁소비가 노동시간을 길게 붙잡아둠으로써 여가라는 기본재가 실현되는 것을 방해한다.  또 사람들을 경쟁관계로 밀어넣어 우정, 개성, 안전이라는 기본재를 망가뜨린다. 과시적 소비로 인해 교통혼잡을 겪지 않을 자유,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휴가, 여러가지 유리한 직업특성들.  더 좋은 공기, 더 깨끗한 식수, 범죄감소, 의학연구 등의 비과시적 소비에 자원이 할당 되지 못한다. 길어지는 은퇴 이후를 위한 비용을 충당한다는 추가적인 이유가 저축의 유도를 정당화시킨다.  모든 사람이 안락한 은퇴생활을 누리게 해주는 재원을 마련하고,  따라서 안전과 존중이라는 기본재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저축을 확보할 수 있는 소비세를 설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진정한 동인이자, 개인과 기업의 부를 축재하게 해주는 금융산업은 그 규모를 계속 불리고 있다. 금융부문을 규제할 한가지 방법은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수단들에 거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광고도 소비하라는 압력에 불을 붙인다. 흔히들 광고의 유일한 효과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광고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얻게 도와줄 뿐이다. 정의상 재화는 그저 소비자가 사고 싶어하는 어떤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광고는 거의 어떤 정보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제품을 둘러싼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그것의 광채와 매력을 고조시키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 되었다.  간단하게 말해  그러한 광고가 없었더라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어떤 것을 갖고 싶게 만드는 것이 광고의 목표이다헤겔에 따르면 '필요란 그것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생김으로써 이익을 얻고자하는 사람들의 의해 창출되는 것이다'.  광고가 우리의 끝없는 욕구에 불을 붙이는 것이라면,  그것을 제한하는 강력한 근거가 마련된다.  일하라는 압력,  소비하고 부를 축적하라는 부추김을 줄이기 위해 앞에서 제안정책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좋은 삶을 누리는 방향으로 사회를 조금씩 이동하기 위한 것이지, 억지로 강요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이상 타당하지 않게된 뒤에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 몇몇 아시아 국가의 경제는 좋아지기는 했지만, 세계인구 4분의 1은 여전히 빈곤에 찌들어 있다.  자본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자본이 충분한 지역에서 자본이 희소한 지역 으로 흘러갔다.  부국에는 자본 수출이 자국의 발전을 희생시킨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체적으로  부국과 빈국간의 교환은 경쟁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것이다. 부국들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빈국들은 식품과 자원을 수출한다. 부국의 자본가들의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을 훨씬 값싼 노동력이 있는 빈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렇게 생산값싼 재화와 서비스는 다시 부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자유무역이 시행 되려면 부국의 일 자리가 없어진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새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과거의 것만큼 좋은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빈국에게도 자유무역이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빈국의 제조업을 보호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것이다.

 

자본을 빈국에 수출한다면 많은 수익을 제공하고, 빈국에 차입 비용도 낮아지는 혜택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본은 위쪽으로 곧 빈국에서 부국으로 흐른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빈국에 투자하는 것에는 위험이 따르며, 이러한 위험은 빈국들이 식민지 혹은 식민지에 준하는 관계에 놓였던 19세기에 비해 훨씬 커졌다. 좋은 삶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하지는 말아야 한다.  적어도 따라잡기가 헛된 갈망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의 생산자원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고, 개발도상국의 시장경제는 선진국의 소비 수요증가에 의존하는 수출성장모델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부국과 빈국간의 경제통합이 그다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빈국들이 사정은 오히려 더 나았을지 모른다.

 

물질적 전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노동량의 감축을 가능케할 사회적, 경제적 조직의 개요를 그리는 우리의 목표이다.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인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것을 일자리와 여가 나누기의 영역을 대폭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에 끝없는 욕구가 동력을 제공하게 놔두고,  직업 불안전성과 소득불평등의 확대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인류의 장래를 돌보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는 욕구창출의 영미식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시킬 수도 있다. 돈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좋은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들이 쳇바퀴를 도는 무한경쟁으로부터 벗어날 각자의 고유한 출구를 보다 쉽게 찾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가령 벌이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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