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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자연과의 조화2

사회 내의 상대적 불평등보다는 절대적인 고통의 양을 줄이는데 더 집중하고, 생계수준에 미달하는 최소 소득과 최악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충분성 입장이라고 한다. 불평등하더라도 최저 수준이 절대적 필요를 충족시킨다면, 그러한 사회에서 불평등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불평등 감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절대적인 결핍을 채워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때에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부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부는 유용하기 때문에 뭔가 다른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한 말은 단순히 상식을 되풀이한 것일 뿐이다. 성장은 기본재 몇몇을 달성할 수단이다. 건강은 좋은 음식과 약품, 의료를 필요로 한다. 좋음을 마련하기에는 너무 가난한 주민들은 더 부유해지려고 노력할 이유가 얼마든지 있다. 부유한 세계에서는 건강, 여가, 개성에 필요한 물질적 선결요건이 이미 달성되었다. 그 외의 안전, 존중, 우정, 자연과의 조화와 같은 다른 기본재의 경우에는 부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생활의 환경이나, 그 외의 비경제적 요소들에 더 많이 의존한다. 그러한 좋음의 목록은 성장을 계속 고집할 어떠한 이유도 제공하지 않는다. 성장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지만, 다른 중요한 어떤 것의 척도가 되는 심전도 검사 같은 기능을 한다.

 

사람들은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고, 여가를 충분히 누릴수 있는 사회가 경제적으로는 성장이 정지된 사회일 수도 있다. 고도의 성장 경제가 건강한 경제라고 판단 할 수도 없다. 실업율이 높고 공공부채가 많은 불경기에는 성장이 우선 순위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기적인 문제와 장기적인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성장은 일종의 프로작(항우울증 치료제) 같은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 기본재들은 본질적으로 시장에서 거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다음 과 같이 썼다. “ 최근까지만 해도 화폐교환의 영역밖에 있던 시장이 삶의 영역속으로 침투했다. 그것은 모든 것이 상품이거나 상품일 수 있다는 메시지, 혹은 상품이 되기에 아직 부족하다거나, 상품처럼 다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머릿속에 주입 시킨다.”

 

기대수명이 늘은 것은 의학기술과 사회기간시설이 발전한 결과이다. 그저 생존기간만으로 건강의 충실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삶의 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부유해짐으로써 실제로 건강이 더 나빠지는지도 모른다. 알콜 독, 비만율, 고혈압, 우울증, 스트레스 증가 등 풍족함에서 생기는 질병이 빈곤으로 인한 질병을 앞질러 갈지 모른다. 실업율은 불황기에 10%이상으로 치솟고, OECD국가 전체에 만연해 있다. 평생직업은 점점 더 일시적이거나 계약직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중심이 옮겨가는 구조적 요인이 원인이지만, 정책 때문에 더 심화되었다. 안전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더 큰 이익을 위해 희생되어도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서구국가들 대부분에서 상호존중을 가로막는 큰 장벽은 국가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보호 받던 ‘빌붙어 사는 사람들’ 집단이 이제는 멸시당하는 존재가 되었다.  상호존중의 또다른 장벽은 과도한 불평등이다. 이것은 최하위계층 사람들만이 아니라, 최상위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심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우월한 지위가 부당한 것으로 여겨질 때 더욱 그렇다. 우리가 말하는 우정이 더 번성하는가, 쇠퇴하는가?  방대한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가진 인터넷이 있다. 전체적으로 공유된 삶의 방식에 근거하는 관계들로부터 특별한 관심사와 정체성에 근거하는 관계들로 옮겨가고 있다.  혼인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고, 결혼한 사람들도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관계는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비공식적인 결합보다 더 안정적이다.

 

우리가 말하는 의미의 여가는 그저 일하지 않는 시간만이 아니라, 목적에 얽매인 활동을 하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이므로 비어있는 시간에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물어보는 것이 적절하다. 여가에는 여러가지가 뒤섞여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텔레비전 시청이 여가의 수위를 차지한다. 게임과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활동은 특히 젊은층에게서 점점 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수, 독서를 하는 사람 수는 줄었다. 학생들에게 거래 가능한 기술을 가르침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더하는 것을 일차적 기능으로 하는 교육은, 우리가 보는 의미에서 더 이상 여가가 아니라 고역이다. 우리는 쓸데없는 것을 넘치게 가지려고 초조해하고 꼭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들은 건강, 관계, 일, 환경이라고 영국 통계청장 질 매디슨은 정의했다. 우리 삶이 이러한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은 것이 행복해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