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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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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교육 어린이는 성숙할 때까지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는 원리와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은 유쾌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성에서 복잡성으로,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 진행된다는 추상적 심리작용의 필수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지식은 스스로 즐겁게 터득해야 한다는 필수조건은 심리작용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학습자가 스스로 알게된 지식과 스스로 해결한 문제는 탐구를 통해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두뇌의 예비활동과 그에 필요한 집중력 그리고 성취감에서 느끼는 희열은 정보를 각인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습득한 지식을 끊임없이 조직할 수 있어야 그런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함양한 지식과 추론은 또 다른 결론의 전제가 된다. 어제의 문제를 풀..
개념에서 실용으로(2) 현재 우리는 자연의 안내를 외면하고 잇다. 신기한 꽃을 꺾고, 곤충을 관찰하고, 조약돌과 조개를 모으는 아이가 느끼는 쾌감보다 더 큰 희열이 어디 있겠는가? 무기질 같은 단순한 특성을 섭렵한 아이라면 같은 과정의 일환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단계, 즉 식물의 색상, 개체수와 꽃잎의 형태, 줄기, 잎사귀 모양을 비롯하여 곤충의 날개, 다리와 더듬이 숫자 및 색깔 등을 파악하는 단계로 이행해야한다. 아이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은 모두 입에서 쏟아내고 싶어 할 것이다. 생명의 법칙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즉 생명 법칙에는 신체와 정신이 모두 포함될 뿐 아니라, 넓게는 집과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와 모든 상업과 정치와 도덕까지 아우르므로 생명 법칙을 충분히 섭렵하지 않으면..
개념에서 실용으로(1) 페스탈로치의 견해의 핵심은 교육이 요람에서 시작해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주변물체를 응시하는 아이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의도하든 하지 않든 교육이 조기에 시작된다는 점을 알 것이다. 또한 아이가 뭐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입으로 빨고, 어떤 소리라도 입을 벌리고 듣는 습성이 도화선이 되어 미지의 행성을 발견하고, 연산기계를 발명하고, 걸작을 완성하고, 심포니와 오페라를 작곡하는 결실로 이어지리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이처럼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애당초 자율적이고 필연적인 것이라면 능력이 스스로 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물체를 제공한다. 두뇌에 최초로 새겨지는 인상은 분석이 불가능한 감각, 이를테면 저항(촉감)과 빛과 소리 등을통한 것이다. 무언가를 명백히 분석할 수 있는 의식상태..
교육방식에 대한 고찰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장인의 실력이 미흡하면 작품을 망칠테고, 아무리 좋은 교육법이 있어도 교사의 자질이 떨어지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학문의 전영역에 걸쳐 합리적인 강의를 진행하려면 판단력, 창의력, 이해력, 분석력이 필요하다. 지각이 활성화되는 순서와 조합을 분명하게 파악하고나면, 수많은 대안중에서 자연적인 행동방식에 가장 부합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교육을 두고는 단순한 개념에서 복잡한 개념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진리의 행동 준거로 삼아왔지만, 실제로는 공공연히 그런 적도 없고, 일관성이 있었던 적도 없다. 지식 또한 단순한 개념에서 복잡한 개념으로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구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총체를 이루는 내용도 단순한 개념에서 복잡한 개념으로 진화해야 한다. 수업이 구체적인 개념으로 시작해..
교육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2) 교육학자중 클로드 마르셀은 ‘문법이 디딤돌이 아니라, 완성된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규칙은 실습으로 수집되므로 장기간 사실을 관찰하고 비교하여 얻은 귀납추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규칙은 결국 과학이요. 언어의 철학인 셈이다. 수년간 언어를 구사하고, 시를 써야 비로소 문법이나 운율을 창안해 낸다는 것이다. 문법은 언어가 발달한 후에 확립 되었으므로, 언어 발달전에 문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인류와 개인의 진화에 얽힌 관계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이것이 불가피한 사실이라는 데에 동감할 것이다. 인류는 눈이 가려진 채 수세대를 보내다가 마침내 아이의 관찰력이라는 자율활동에 의미와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무의미한 허튼짓이나 놀이나 장난에 불과했던 것이 ..
교육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1) 가장 중요한 지식은 무엇인가? 직접적인 자기보존은 물론 생명과 건강을 위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지식은 과학이다. 간접적인 자기보존을 위한 가장 가치있는 지식도 과학이며, 국민의 생활을 이해 하는 데 필요한 열쇠도 과학이다. 지성과 도덕과 종교적 훈육을 위한 최고의 학문은 단연 과학이다. 가장 가치있다고 보는 지식은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 것들 두고 하는 말이며, 지식의 가치는 여론에좌우되지 않고 주변 환경에서의 인간관계만큼이나 확고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이 항구적인 데다 불가피한 까닭에 과학은 온 인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과학은 현재뿐 아니라, 먼훗날에도 인류의 행동을 규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인간은 생리학, 물리학, 심리학, 사회과학을 연구해야 하며 생명과학의..
왜 과학을 가르쳐야 하는가? (2) 의식, 지각, 그리고 감정에는 척력이 작용한다. 사색이 극단적으로 작용하면 감정이 죽고, 감정이 극단적 으로 작용하면 사색이 죽는다. 즉 상극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과학적 사실이 시와 무관하다거나 과학탐구가 상상력을 발휘하고,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사사로운 일에는 정신을 팔면서도 위대한 자연에는 무관심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자연이 만든 건축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음모론 같이 몰라도 그만인 논란에는 사족을 못쓴다. 길잡이 역할에서 최선을 찾는 우리는 암시적으로나마 훈육에 대한 최선도 찾아냈다. 행동을 규정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려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강화하는데 적합한 지적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인간..
왜 과학을 가르쳐야 하는가? (1) 여가 시간을 채우는 휴식, 기분전환, 오락이 자기보존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자기보존에 걸맞는 교육을 비롯하여 생계를 잇고, 부모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 정치적 행동을 규정하는 데 적합한 교육을 살펴보았다. 만일 복리에 관한 일이 있을 때 여가를 선뜻 미루고, 매사에 여가의 실질적 가치를 가늠해 왔다면 안 해도 그만이다 싶은 여가는 등한시했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적문화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는다. 회화, 조소, 음악, 시를 비롯한 아름다움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없다면, 인생의 매력은 절반만 남을 것이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 예술과 자연의 시문학은 인간의 정신공간을 넓게 차지할 것이다. 미적문화가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것과 미적문화가 인간의 행복에 근본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