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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생각의 전환(2)

지능과 도덕은 일찍부터 자극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아동기에 예의바른 소년소녀의 모범이었던 아이가 점차 형편없이 타락하고,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다가 기대 이하로 추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적당한 수준과 적당한 결과에 만족하라. 고상한 도덕은 높은 지능과 마찬가지로 더딘 발달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늘 명심하라. 그러면 아이가 시시때때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자연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인내심을 발휘할뿐 아니라, 아이를 꾸짖고, 무언가를 강요하고, 아이에게 험악한 꼴을 보이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답시고 그런 작태를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절대군주인양 부모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존중하는 가정환경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목적이다. 아이가 잘못에 대한 자연적 결과를 스스로 감내하도록 유도하고, 과한 참견을 일삼는 부모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데 만족할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가급적 경험을 많이 쌓을 있도록 풍토를 조성한다.

 

행동에 대한 자연적 결과를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성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많은 부모가 적용하고 있는 도덕적 교육법은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이 화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가 아이를 혼낼 때 홧김에 심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는 것은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면 자녀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아이가 부모를 공경하려는 마음도 식기 때문에 자신의 성품뿐 아니라, 권위에도 누가 되게 마련이다. 엄마가 잔소리를 늘어놓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 단숨에 용서하는 것처럼 충동에 휘둘러선 안되고, 자녀와의 인연을 끊고 남남처럼 살고싶지 않다면 반목이 지속돼서는 안된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은 자제하자. 다른 수단을 적용할 수 없거나,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만 그래야 한다.

 

고대사회에서는 법을 위반하면 곧 처벌로 이어졌다.  법을 어긴 행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왕의 권위를 경시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가정에서의 체벌은 잘못에 대한 질타라기보다는 불순종에 대한 분노에 가까웠다. 평소 어떤 말이 오가는지 들어보고 말에 실린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 상대를 지배하려는 의지는 아이를 위한 걱정보다 더 뚜렷이 부각된다. 리히터의 말처럼 정치의 최선은 ‘너무 지배하려 들지 않는 것이므로 교육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순수한 의무감에서 자녀를 다스리려는 부모는 리히터 지론에 동감하므로, 가급적 자녀가 스스로 처신할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개입해야 할 상황이라면 결단력과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리 도리가 없는 경우에 자시를 내리고 일단 지시를 내렸으면 번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면 아이는 자연의 법칙처럼 당신이 정한 규정도 존중할 것이다. 어느 사회든 사법제도의 일관성이 없으면 범죄가 증가하듯, 가정 또한 벌칙을 망설이거나 벌칙에 일관성이 없을때 비행이 늘어난다. 수동적 인간이 자주적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라.  자녀가 종으로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소싯적부터 노예생활에 적응해야 겠지만, 통제할 사람이 없는 자유인이 될 운명이라면 부모의 슬하에 있을 때 자주성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부모가 관장하는 영역은 가급적 빨리 줄이고, 그 대신 결과 예측으로 기를 수 있는 자율성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유아기는 절대적인 개입이 필요한 때다. 지능이 발달하면 부모가 일반적으로 개입해야할 일이 점차 줄어들 수도 있다.  위험하지 않은 과도기는 없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에 발을 들이는 과도기가 가장 위험하다. 가정의 통치역사를 정치사의 축소판으로 삼으라. 통제가 정말 필요한 초창기에는 전제군주제를 지향 하다가 백성의 자유가 인정되면 입헌군주제로 전환하고, 국민의 자유가 좀 더 확산되면 군주개입을 점차 폐지한 것처럼 말이다. 자연적 결과를 체험함으로써 자율성을 키운다는 교육법을 암시하는 한편 사회나 국가가 발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립심이 강한 잉글랜드 아이뒤에는 독립심이 강한 잉글랜드인 아버지가 있다.

 

바른교육은 아주 복잡하고 극도로 어렵다. 어른이 감당해야 할 가장 힘든 과제다. 합리적이고 문명인 다운 제도를 실시하려면, 엄청난 정신력 즉 탐구력, 창의력, 인내력, 그리고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을 불러일으킨 동기도 분석해야 한다. 아이의 동기뿐 아니라 자신의 동기도 끊임없이 분석해야 한다. 자기교육을 이루어가는 동시에 자녀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의무를 감당할 때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정신이 마지막 단계까지 발달할 수 있다. 부모라는 지위는 강력한 애정으로써 인간이 규범에 순응하도록 한다는 에서 칭송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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