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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금욕주의

몸에 문제가 생기는 까닭은 감각에 충실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라야 옳다. 배가 고플 때 배를 채우는 것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지만, 식욕이 없을 때 배룰 채우는 것은 화근이 된다.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면 문제가 없지만, 갈증이 해소된 후에도 계속 물을 마시게 된다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자연이 강력히 권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자연의 충고를 계속 무시하는 데서 벌어지게 되어 있다. 두뇌활동도 자율적으로 즐길 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열이 나거나 아파서 두뇌가 중단을 명령하는 데도 아랑곳 않고 두뇌를 쓰는 것이 문제고, 기분좋은 수고가 화근이 아니라 몸이 지치는 데도 계속 무리하니 탈이 나는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생활이 장기간 이어진 사람이라면, 감각이 믿을만한 길잡이가 되지 못한다. (배가 고퍼지 않은데도 잒만 식욕이 당기는 것은 잘못된 감각이다. ) 

 

몸이 방출한 열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음식의 일부를 구성하는 물질이 끊임없이 산화되어야 하는데, 이때 산화되는 물질은 손실되는 열에 비례한다. 하지만 소화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질을 대량으로 조성해야 한다면,  골격을 형성하는데 투입되는 물질은 소량에 그칠 것이다. 에너지를 얻는데 지나치게 많은 물질이 소모된다면, 다른 목적에 쓰이는 물질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체격이 왜소하거나 신체구조가 열등한 것이다. 옷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화학자 리비히에 따르면 '옷은 체온과 관련해서는 먹는 음식과 같다'고 한다. 열의 손실을 맞추면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고 이때 위는 부담이 줄어 다른 물질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살이 붙고 있는 소가 추위에 노출되면 발육이 늦어지거나, 먹이의 소모량이 더 늘어날 것이다.  말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마구간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른보다 아이에게 열을 발생시키는데 물질을 더 제공해야 한다. 몸이 다 발달한 아빠는 열을 빼앗기는 속도가 아이보다 더딘데다 생리적으로도 열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체온을 유지하느라 영양소를 낭비하게 되면, 골격을 강화하는데 투입해야 할 영앙소가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므로 몸이 추위에 넉넉히 대비할 수 있도록 각자에 맞는 종류의 옷을 입혀야 한다. 몸이 불편하면 병이 잦아지고, 발육이 늦거나 원기도 떨어질 수 있다.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엄마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손님에게도 예쁘게 보여야 하므로 아이는 체질도 불편하고 빈약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쉽게 흠집이 나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고 깨끗이 입어야 하므로 다른 아이들처럼 신나게 놀지도 못한다.  허약한 건강과 부족한 너지 그 결과로 인생이 바람잘 날이 없어 해마다 수천명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

 

자연이 아이의 본능을 유리한 쪽으로 자극한다는 점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사내보다 다소곳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목표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이 센 사내의 보호가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나약한 점이 아가씨의 매력포인트라고 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수단으로 그 차이를 키우면 매력이 아니라 반감만 느끼게 될 것이다. 남자의 위엄을 느낄 나이가 된다면 철없는 장난을 삼가듯, 숙녀의 위엄도 차차 몸에 배면 계집애나 하는 장난은 그만두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정신적 쾌감은 기운을 끌어올린다. 분위기만 바꿔도 건강에 유익하다. 쾌감은 효험이 탁월한 원기회복제와도 같다. 사람이 쾌감을 느끼면 혈류속도가 증가하여 각 신체기관의 성능이 향상된다. 아이들이놀이에 몰입하여 흥분을 감추지 못할 때 느끼는 쾌감과 희열은 그에 동반되는 운동만큼 중요하다.  정형화 팔다리운동이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고, 보조수단으로서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자연이 유도한 운동을 대신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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