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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위험한 교육법

구세대는 수수한 신세대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방종하게 살았다. 과음을 즐겼고, 들쭉날쭉한 생활에 신선한 공기와 청결 또한 중시하지 않지만,  나이가 지긋이 들어도 별 부상없이 비즈니스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을 챙기는데다 과식과 과음을 삼가고, 통풍에 민감하고, 자주 씻고, 연례행사로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발달된 의학지식의 혜택도 누리고, 있는 우리는 되레 몸이 계속 망가지고 있다. 노소를 막론하고 삶의 압박은 중압감을 가중시키고 있다일반직과 전문직을 통틀어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성인의 역량과 에너지가 소진되어 갔고, 사규 또한 이전보다 훨씬더 엄격해졌다. 젊은 직원이 경쟁속에서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그러고 나니 피해는 갑절로 늘어났다.  가장은 경쟁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 업무량을 끌어올려야 할뿐 아니라 생활수준도 낮출 수 없는 탓에 1년내내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퇴근을 미루게 되었다. 때문에 운동할 여유도 없고, 휴일도 줄어든 것이다. 그들의 자녀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에도 쉽게 쇠약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지 않은 구세대 아이보다 더 확장된 커리큘럼을 감내해야 했다.

 

중노동에 시달리는 상업 및 전문직 종사자의 잦은 병치레는 발달이 미진한 젊은이에게 과로가 심각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체질이 허약해진 탓이다. 젊은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신체적, 정신적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데 의젓한 어른만큼 익숙지 않다. 그러니 의젓한 어른도 지나친 정신노동이 버겁다면 그와 동일한 수고를 감당해야 할 젊은이는 오죽이나 더 힘겹겠는가! 두뇌 개발에 만전을기하느라 건강을 외면하고 나니 신체적, 정신적 장애와 기형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24시간중 취침은 8시간, 치장과 기도와 식사등으로 4시간 25분을 채운다. 수업에 10시간30분을 할애 하고, 1시간25분은 운동이지만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새벽에 일어나 예습해야 했고, 교사도 그렇게 권하고 있다. 매일 두뇌를 12-13시간씩 가동시키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동의 지능계발을 강요하면 참혹한 결과가 기다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청소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발달하는 데는 순서와 정도가 있다.

 

교육과정이 이러한 순서와 정도에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너무 복잡하고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지식을 주입하여 일찍부터 두뇌가 혹사를 당하거나 혹은, 과잉교육으로 보편적 지능이 연령에 맞지 않은 정도까지 발달한다면, 비정상적인 결과에 버금가거나 그보다 더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자연은 엄격한 회계사이기 때문에 자연이 세운 예산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면, 다른 한쪽에서 만큼을 공제하게 되어 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연령별 신체, 정신발달에 필요한 원자재를 적절히 공급한다면 사람은 균형있게 발달할 터이나 어느 하나라도 조기에 혹은 과도하게 발달시키려 한다면, 자연은 내키진 않겠지만 어쩔수 없이 이에 수긍하며 추가로일한만큼 더 중요한 일은 내버려 둘 것이다. 몸속 생명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고, 그런 까닭에 고정된 것 이상의 에너지를 끄집어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은 생명에너지가 다양한 모양으로 절실히 요구된다. 운동으로 소모한 에너지를 회복하고, 공부나 뇌 발육에 필요한 에너지도 보충해야 하며, 음식을 소화하는데 쓰인 에너지도 보충해야 할 것이다. 폭식후에 소화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심신이 나른해지고, 식곤증이 빈번히 일어날 공산이 크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하면 생각할 힘이 소진되고, 일을 너무 많이 해 몸이 피곤해도 머리가 잘 돌아갈리가 없다.  어릴 때부터 중노동에 투입된 아이는 키가 작다는 점도 어느 한 방향의 활동이 초과하면, 다른 방향의 활동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일종의 길항작용을 보여준다.

 

두뇌활동의 초과량이 클수록 결과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몸도 그렇지만 두뇌가 온전히 발달하는 데도 그러하다. 성장과 발달사이에 길항작용이 존재한다.  성장이란 크기가 증가하는 것이고 발달은 구조가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어릴 때 뇌의 질량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아 뇌를 무리하게 가동시키면 구조가 연령에 맞지않게 발달하기 때문에 체구와 체력이 정상적인 수준에 미칠수 없다. 조숙한 아이와 청소년이 칭찬받다가도 어느 시기에 이르면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바로 이것이다.  소화와 혈액순환을 비롯하여 이를 통한 모든 유기적 과정이 뇌의 자극에 영향을 받는다.

 

정신이 아주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 식용이 떨어지기 십상이고, 식사직후 마음이 괴롭거나 즐거운 일이 생기면, 입에 들어간 음식을 위가 거부하거나 소화에 무리가 간다. 뇌가 잠깐이지만 지나치게 흥분하면 장기능도 잠깐이지만 지나치게 저하되고, 지나치진 않지만 만성적으로 흥분하면  장 또한 그런 식으로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신체기관중에서도 특히 심장이 민감한 편이다. 신경을 너무 많이 쓰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약해지는 경우도 생기며, 심장박동수에도 이상이 생긴다. 소화불량도 단골손님이다. 주요기능이 제대로 제대로 돌아가려면 신선한 혈액이 적당히 순환되어야 한다. 신선한 피가 부족하고 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되지 않는다면, 장이 제 기능을 다할 수가 없다. 신체기능 감퇴가 과중한 공부의 결과라면, 주입식 교육에 내릴 재앙은 얼마나 심각할까?  머리도 몸처럼 일정 수준을 벗어나면 소화해 내기가 버겁다. 두뇌가 소화할 수 있는 속도보다 정보를 더 빠르게 주입하면 머리가 이를 거부하게 되어있다. 끊임없이 머리를 쓰다가 뇌가 정상에서 멀어지면, 책이 싫어지고 합리적 교육이 지향하는 자기수양은 커녕 퇴보만 이어질 뿐이다.

 

교육이 세상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 된다손쳐도, 건강이 악화되니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평생 심신이 괴로운데 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걱정이 끊이질 않는데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알다시피 제3의 변수가 균형을 깨지 않는다면, 소화가 원활한 위와 건강한 심장과 충천한 사기야 말로 행복의 요인이다. 과잉교육은 어느 모로 보나 사악한 짓이다. 금방 까먹을 지식을 주입하니 악하고, 지식에 염증을 느끼게 하니 악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조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니 악하고, 에너지를 소진시키거나 약화시키니 사악하다.  이를 성공으로 대신할 수도 없고, 실패라는 고배를 갑절이나 쓰게 만드니 악하기 짝이 없다. 우선 대자연의 목적중 하나 혹은 궁극적인 목적은 자손의 행복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라.  깊이 생각해 보면 신체와 두뇌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급적이면 수준 높은 교육을 지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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