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살찌지 않는 아이들

사람을 기르는 일은 관심을 둘만한 가치가 없는 일로 취급해서 되겠는가?  어느 도발적인 작가에 따르면 성공하는 인생을 위한 첫째 조건은 선량한 동물이 되는 것이고,  국가가 번영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선량한 동물이 국가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사회는 너무 경쟁이 치열한 탓에 피해를 입지 않고는 각자의 본분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압박이 계속 심해지면 건강에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눈앞의 경쟁을 위해 정신력을 무장해야 할 뿐 아니라, 엄청난 피로를 감내할 수 있도록 몸도 튼튼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을 한데 엮었다는 점 때문에 눌라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등한 동물과 같이 유기체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데다 우리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해부학자나 생리학자에게 물어보더라도 동물의 생존작용을 관장하는 보편적 원리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작용된다는 주장에는 서슴지 않고 수긍할 것이다. 생명과학에는 모든 유기체의 발달을 둘러싼 근본원리가 담겨있다. 이같은 근본원리가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체육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규명할 것이다.

 

사회생활 구석구석에서 나타나는 주기적인 성향은 식습관에 영향을 주었다. 주기적인 성향이란 혁명뒤에 폭정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개혁시대와 보수시대가 번갈아 자리잡는 것, 방종의 시대가 가면 금욕주의가 오는 것, 경제활동에서 물가오름세와 불황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 극단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사람이 자신과 상극을 이루는 패션 애호가로 바뀌는 것 등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변명거리였지만 자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통념이 된다.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견해들도 세월이 흐르면, 증거는 없지만 너도나도 반복해서 받아들이다 보면 신념으로 굳어진다. 사람은 왜 음식을 섭취해야 할까? 몸은 매일 소모된다. 근력을 쓰기도 하고 두뇌 활동으로 신경계가 소모되는가 하면, 대사로 위, 소장, 대장도 소모된다. 이때 소모된 조직은 재생과정을 거친다. 또한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대량의 열을 방출하는데, 지속적인 생명활동을 위해서는 체온이 유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방출된 열만큼 열이 생성되어야 한다.  매일 소모된 에너지와 손실된 열을 보충 공급하는 것이 성인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유일한 목적이다.

 

위와 장은 혈액과 신경에너지가 대거 공급되지 않으면 가동될 수 없다. 포식후에 몸이 나른해 지는 것은 혈액과 신경에너지가 그만큼 소모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먹이의 영양에 따라 채력이 강화된다는 논지는 개별적으로 동물을 근거로 들 때도 힘을 실어준다.  영양가 있는 먹이를 지속적으로 주어야만 에너지와 지구력을 기대할 수 있다. 운동이나 두뇌활동에서 기대할 바가 거의 없는 아이라면 곡분을 먹여도 그다지 지장은 없겠지만, 근력운동과 두뇌활동으로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해야할 아이라면,  영양식의 비중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영양식을 먹이지 않으면 발육, 운동 혹은 두뇌활동에 무리가 된다는 것이 당연한 결론이다. 생리법칙과 대립되지 않는 식사문화가 맞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주 나오는 요리에 싫증을 내고, 오랜만에 맛보는 요리에 쾌감을 느끼는 것도 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영양소의 균형을 잡는데는 메뉴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좋아하는 먹거리가 주는 쾌감은 일종의 신경자극제로서 심장박동과 혈류속도를 증가시켜 소화촉진에 도움이 된다.

 

아이를 위한 식단을 자주 바꾼다거나 끼니마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면, 아이 두뇌발달과 훗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신체발달은 그리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고 응수 할 것이다. 소화기관의 크기는 영양상태가 부실한 미개한 족속보다 영양식을 섭취하는 문명인이 더 작은데 앞으로는 더 작아질것이다. 이를 감안해볼 때 아이들이 끼니마다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다양하고도 넉넉히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교육법  (0) 2017.06.14
금욕주의  (0) 2017.06.13
생각의 전환(2)  (0) 2017.06.09
생각의 전환(1)  (0) 2017.06.08
체벌의 진짜 문제  (0)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