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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반사작용으로서의 교육

아이가 넘어지거나 탁자에 머리를 부딪쳐 통증을 느끼면 그때마다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해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바른 행동의 가이드라인이 몸에 배게 마련이다. 자연은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도덕교육의 진정한 이론과 실제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몸에 상처입거나 모종의 불이익을 당한 경우, 우리는 잘못과 그 결과를 가장 단순한 것으로 측소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즉각적인 결과와 훗날에 나타날 결과를 모두 따져볼 때 이로우면 좋은 행동이고, 해로우면 나쁜 행동이라는 점에서 모든 도덕이론은 서로 일치한다. 즉 행복과 불행은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준거가 돤다는 것이다. 과음을 그릇된 것으로 간주하는 까닭은 몸도 망가질뿐 아니라, 음주자와 그에 딸린 식구에게 벌어질지 모를 도덕적 폐해 때문이다.

 

체벌이란 인위적이고도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행복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자비롭게 견책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견책이 없으면 상해로 몸이 금세 망가질지도 모른다. 아이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졌을 때 필요 이상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적당한 통증만으로도 걸음에 주의테니까. 아이는 일상 생활을 통해서도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해 그에 걸맞은 벌칙을 배우므로, 그때그때 처신하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 자연은 위협하지 않는다. 다만 엄정하면서도 묵묵히 반응을 보일 뿐이다.  손가락이 핀에 찔리면 통증을 느낀다. 언제 찔리든 결과는 같다. 항상 그럴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 시간을 허송하고 자신이 맡은 의무에 대해 대충 얼버무리거나 제때 이행하지 않는다면, 자연이 벌칙을 행사할 것이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상대적 빈곤으로 한동안 고통을 겪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공과 사를 막론하고 약속을 깰테니 결국에는 기회가 박탈되거나, 불이익과 손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수익을 크게 남기려는 탐욕스런 소매상은 고객을 잃어 견책을 당하고, 의료활동에 게으른 의사는 환자의 병을 더 악화 시키고, 낙천적인 투기꾼은 경솔해서 당하는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성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평생동안 배운다.  수많은 교도 방법중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전혀 없다. 체벌은 계도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범죄율을 높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이 정한 규율은 신이 정한 규율에서 벗어나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그에 가까워야만 제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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