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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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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교육(2) 아동교육에는 결함이 많다. 아동교육이 바른 길잡이가 되도록 도와줄 지식을 부모가 모르기 때문이다.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가장 난해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 비교적 단순해 보여도 아무런 준비없이 아이를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겠는가? 교육을 빼느니 차라리 기술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 한 아버지가 아무런 검증없이 잘못된 도그마를 받아 들여서 살다가 아들과 관계가 멀어졌다면, 아들을 반항아로 만들어 인생을 망치고 자신도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면, 지나친 공부로 아이의 몸이 허약해 비탄과 가책으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고 치자. 그때 단테의 작품을 원어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인간의 세번째 영역인 자식훈육을 수행하려면 생명의 원..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교육(1) 인간이 활동 중 준비단계를 거치지 않는 것이 육아이다. 언젠가는 결혼을 해서 가정의 이루어야 하지만 육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식이 없다. 당신의 생사화복이 자녀교육에 달려 있는데 예비 부모에게 이에 대한 지침이 한 자도 전해지지 않는다면, 정말 놀랍지 않겠는가? 신세대의 운명이 터무니 없는 관습과 충동과 망상에 좌우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으랴? 부모가 육아라는 힘겨운 사역을 개시한다 해서 놀라울 일도 연민을 느낄 일도 없을 것이다. 부모가 생명의 원리를 모른다면, 자녀에게 저주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병에 걸린다거나, 성장이 멈춘다거나, 체력이 부족해진다거나, 혹은 발달이 더뎌져 결국에는 성공과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혼란이 만연하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행이 찾아..
커리큘럼 재구성 (2) 무언가를 익힌다는 데에는 두가지 가치가 있다. 지식과 훈육으로서의 가치이다. 지식과 훈육은 커리큘럼을 거론할 때, 아울려 고려해야 할 개념이기도 하다. 예컨대 인생은 다양한 활동으로 구분되고, 중요도가 낮아지는 순서에 따라 여러 활동을 본질적으로 본질과 유사에게 혹은 보편적으로 규정한다. 이런 활동을 규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주체를 지식과 훈육으로 본다. 실수가 잦은 인간의 손에 맡기기에는 너무도 중대한 문제가 교육인지라, 자연이 이를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아기는 시기마다 직접적인 자기보존을 위한 지식을 습득하느라 바쁘다. 어떻게 몸이 균형을 잡고 움직임을 제어하고, 충돌을 피할지 어떤 물체가 부딪치면 아플지 .... 경험을 체득하고, 훈육을 수용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자연재해로 입는 피해도 그렇지만..
커리큘럼 재구성(1)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을 읽고 저런 주제에 대한 강연을 듣지만, 자녀에게 가르치는 것은 이런 지식뿐이다. 저런 지식은 가르치는 법이 없다. 아울러 관습이나 선호 혹은 선입견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작 배워야 할 지식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것의 중요성도 직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순서가 중요하다는 말이 각계층에서 나오고는 있지만, 중요도에 비추어 지식습득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그럴 정도로 중요한 지식이 있는지 여부는 일단 제기되면,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아쉽지만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러니 지식을 얻는데 투자하는 시간도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수명도 짧은데다 먹고 사는 일도 해야 하는 탓에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은 훨씬 더 줄어들게 마련이다. 순서에 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순서를 따지자면 옷보다 장식이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말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오리노코강의 원주민은 몸이 좀 피곤하더라도 안료를 사기 위해 2주간 다리품을 판다고 한다. 그걸 손에 넣어야 사람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주민의 삶을 살펴보면 옷이 장신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옷감의 기능보다 근사한 디자인을, 착용감보다 마름질을 따지는 사람, 즉 옷의 기능보다는 모양새를 우선하는 이들을 통해 옷의 기원을 추리해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있기 전에 고대 그리스에서 가르쳤던 음악, 시, 수사학, 철학은 실생활과 거의 관계가 없었음에도 주요 과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터에서 일하거나, 가족 또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때 수년간 공부해 온 지식이 쓸모 없다는 말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