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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자아와 세상에 초연하기

글쓰기는 물론이고, 모든 생산적인 일에는 초연함이 필요하다. 자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철학자는 생물과 무생물, 개별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영혼, 천사, 신에 대한 탐구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진리의 정신은 자아에 비루하게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깃들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이 격정, 허영, 야망, 남을 기쁘게 하려는 헛된 바람의 노예여서는 안 된다. 공부에 여념 없어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실은 공부보다 하찮은 성공에 더 신경을 쓴다. 이기적인 사람은 손대는 것마다 가치를 떨어뜨린다. 무엇이든 오염시키고, 천박하게 만들고, 우리가 힘을 쓰지 못하게 방해한다. 공부에 특히 해로운 적은 거의 모든 사람의 인성에 내재하는 아는 하고 싶은 욕구다.  필자는 매순간 자만심을 드러내고픈 유혹에 굴복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싶어한다.  우리는 실은 모르면서도 단언하고 선언하고 확신한다.

 

지성인은 자신이 모두에게 속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말할지 두려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스스로 모두의 친구라고 떠벌리면서 누구에게나 찬사받을 것을 기대하는 정신, 비겁하게 순응하는 정신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거나, 그들에게 나를 맞추어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면, 당신의 작업은 더 이상 사유가 아닐 것이다. 대중의 심성은 초등학교 심성과 같다. 대부분의 집단에서 그리고 선거에서 대중은 진실이 아닌 관습을 지지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 당신 자신에게도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다른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지적인 영역에서도 인간에 초연하는 것이 곧 놀라운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책상에 고독하게 앉아있는 당신의 마음에 신이 말을 건낼 때, 당신은 아이가 귀담아 듣는 것처럼 귀를 기울여야 하고, 아이가 말하는 것처럼 글을 써야 한다. 아이는 천진난만한 신뢰와 직접화법으로 우리에게 한없이 관심를 보인다. 성숙한 인간은 아이의 이런 순박함을 간직한 채 경험을 쌓아 진리의 훌륭한 저장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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