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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지적인 일을 하는 이에게

정신적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정신은 시작하고, 완수하고, 인내하고, 마침내 성취한다. 지적인 일을 하고 싶은가?  당신 안에 고요한 공간을 만들고, 회상하는 습관을 들이고, 세상의 이해에 초연하고 절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공부에 온전히 몰두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인 일에 하는 이에게는 은총이나 다름없는 상태, 곧 욕망과 아집에 시달리지 않는 영혼의 상태에 도달하라. 올바르게 사유하는 이는 한걸음씩 신을 뒤따라 가며 자신의 헛된 공상을 뒤따르지 않는다. 소명을 받은 사람은 경박함과 무책임함,  공부를 겁내는 마음, 물질적 야망, 자만심과 감각적 욕망,  갈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흔들리는 의지와 인내심, 기꺼이 비위를 맞추려는 태도, 적의와 표독스러운 감정, 참된 것에 이르는 길을 막고 참된 것의 승리를 방해하는 기존의 척도를 용인하려는 태도, 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기억의 내용은 미래의 씨앗이자 미래를 약속하는 신탁이다. 기억을 채우는 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의 고요한 영감이며, 그 기억이 머무는 곳인 자아는 탐구만큼이나 기억을 통해 자아를 고양하는 진리의 전망에 굴복한다. 우리의 진정한 존재와 자아의 진짜 모습은 창조적인 신의 사유안에 있다.  우리에게 영원한 이 진리,  곧 우리의 현재를 지배하고 미래의 징후를 드러내는 이 진리는 우리의 영혼이 고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성공을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 자신의 생활방식과 공동체를 정하는 것, 시간을 조직하는 것, 관조하고 활동할 장소를 정하는 것, 일반교양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 공부하고 쉬는 것, 필요할 때는 양보하고 아닐 때는 단호히 거절하는 것, 집중함으로써 정신을 강화하고 더 폭넓은 공부로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자연,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동떨어져 지내는 것 등도 마찬가지다. 탐욕스럽고 격정적인 자아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만 더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

 

나무에는 변변찮거나 아름다운 가지와 꽃이 달려있다. 나무는 가지와 꽃에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으며 무언가를 명령할 수도 없다.  나무에 깃든 영혼은 자연 일반과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우리의 보편적인 환경은 신이 영원한 사유다. 우리는 그 사유에 의지함으로써 신이 내려준 재능과 도움을 받는다. 세상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때 세상은 당신에게 해를 끼친다. 또 당신을 좋아한다해서 당신을 타락시키는 방법으로 역시 해를 끼친다.  당신의 유일한 대처법은 당신이 세상에 봉사할 준비가 된 만큼이나 세상의 평가에 무관심한 채로 세상과 동떨어져 공부하는 것이다.  세상이 당신을 거부해서 당신이 어쩔수 없이 당신 자신에게 의지하고, 내적으로 성장하고, 스스로를 관찰하고, 스스로 깊이를 더한다면 최선일 것이다. 남을 혹평하고, 시기하고, 부당하게 비난하고, 남에게 반박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서로를 공격하면서도 상대방의 가치를 완전히 의식하고 있으며, 대개 별다른 의도없이 공격한다. 다른 사람의 우월함을 대하는 명예로운 태도는 단하나, 기뻐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통속적이며 오로지 통속적인 것만 좋아한다. 니체는 ‘ 너의 사유에 대립되는 사유일지라도 결코 무시하지 마라’ 라고 말했다.

 

얼마나 자주 우리는 난관을 회피하고, 오류에 만족하고, 부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내세우는가!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은 영웅적인 행위다. 진리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더 잘하려는 마음까지도 경계해야 한다. 진리에 헌신하려면 지나친 격정을 억누르고 균형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성급하게 판단하고 조급하게 공부하려는 마음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을 활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쌓아놓은 지식은 우리의 말에서 은연중에 배어나고, 이런 충만함은 다시 자신감을 키워준다. 프랑스장군 포슈가 말했듯이 ‘병력이 남는 쪽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언가에 실패 하겠지만, 그 실패를 밑거름 삼아 훗날 다른 무언가에 성공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틀림없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파스칼은 ‘이성의 마지막 단계는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이 제1법칙에 복종하야 한다. 제1법칙은 이성의 속성이나 정복으로 여겨지는 이성 나름의 진리가 아니라, 초인격적이고 영원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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