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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글쓰기

이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때다. 언제까지나 배우고 준비만 할 수는 없다. 더구나 배움과 준비는, 이 둘 모두에 도움이 되는 어느 정도의 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 시도해 봐야만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모든 생명은 순환한다. 쓰이는 기관은 성장하면서 튼튼해지고, 튼튼한 기관은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는 내내 글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의 입장과 문제를 뚜렷이 보기 위해, 자신의 사유를 규정하기 위해 계속 활동 하면서 정신을 환기히여야 한다. 시들해지는 주의력을 유지하고 자극하기 위해 써야 한다. 지적인 저술을 내놓는 것은 질이 좋고 열매를 많이 맺는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모든 저술은 하나의 원천이다. 입으로 말하는 것은 자기정신과 그 안에 담긴 진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처럼 혼자서 말없이 말하는 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 상쾌한 감각으로 진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리를 지각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버릇이 된다. 갈수록 소심해지고 자긍심이 다칠까 두려워진다. 머뭇거리다가 재능을 낭비하고, 병에 걸린 싹처럼 비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나의 문체, 나의 펜은 나 자신을 표현하고 영원한 진리에 관해 이해한 바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도구다. 이 도구는 내 존재의 자질, 내면의 성향, 살아있는 뇌의 기질이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의 고유한 진화다.각자의 문체는 글쓰는 이가 자신을 형성하는 것에 발맞추어 형성된다. 침묵하는 것은 자기인성을 축소 하는 것이다. 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온전히 존재하기를 바란다면 명시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관해 말하자면 우선 겸손해야 한다.거장의 글을 읽으면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수 있다. 그것을 기술하는 것은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기도 하다. 문체가 갖추어야 할 것은 진실, 개성, 간결이다. 단 하나의 표현으로 요약하자면 진실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유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삶의 행위다. 자신안에서 저절로 솟구치는 그무엇,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전망, 끊임없는 성찰과 연결된 무언가를 자신의 본질로부터 이끌어내는 사람만이 그런 천재성을 보일 있다. 입말이든 글말이든 말의 덕은 자제와 진실성이다. 진실성이란 장황한 말을 보태지 않고, 영감이 드러나는 것만을 표현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비결은 대상이 당신에게 말을 걸고 스스로 표현을 결정할 때까지 가만히 서서 그대상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나에게서 나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나를 닮기 마련이다. 나의 문체는 곧 나의 얼굴이다. 모든 얼굴에는 사람의 일반적인 특징이 나타나지만, 동시에 인상적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개성도 늘 나타난다. 각각의 얼굴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것이 초상화가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우리의 정신은 분명 얼굴보다 훨씬 독창적이다.

 

우리는 그 독창성을 여기저기서 본 상투적인 문구뒤에 우리 자신의 확신이 아니라, 오래된 관습에 지나지 않는 전통적인 관용구와 단어의 조합뒤에 감춘다. 모두가 공통으로 익히는 표현의 관습에 토대를 두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은 채 우리의 정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면, 무궁무진한 흥미를 이끌어 낼 것이고, 그 자체로 예술이 될 것이다. 문체의 간결함은 이런 원리들의 결과이다. 장식은 사유에대한 공격이거나 공허함을 숨기기위한 미봉책이다자연의 꽃은 열매만큼이나, 잎은 가지만큼이나 중요하다. 전체는 뿌리에서 발생하며, 그 자체로 종의 관념을 품고 있는 싹의 발현이다. 훌륭한 저자는 문체로 자연의 생명체를 모방한다. 한 문장 한 구절은 살아있는 가지처럼, 뿌리처럼, 나무 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이거나 엇나간 요소가 없어야 하고, 한 싹에서 다음 싹까지 -저자에게서 열매를 맺은 싹부터 독자에게서 열매를 맺고, 진리나 인간적 선을 낳을 싹까지- 모든 요소가 끊어지지 않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어야 한다.

 

형식에 사로잡히는 사람, 엉터리로 운율을 지어내는 사람, 작가가 아닌 문장가가 되려는 사람이 진리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좋은 문체는 쓸모없는 것을 모조리 배제한다. 문체는 풍요속의 긴축이다미켈란젤로는 ‘ 아름다운 것이란 모든 과잉을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략하고, 삭제하고, 단순화하는 기술을 연마하라.  가진 것 때문에 방해받고 스스로를 제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간결함을 고생스럽게 익히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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