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생도, 불행한 일생도 일장춘몽

평균적 수명을 예상하며 그 나이까지 내 돈을 전부 쓰고 죽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좋다.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았을 때 최후로 의지되는 것이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지만, 그 정도로 비참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돈이 있더라도 별로 뾰족한 수가 없다. 만일 돈을 다 써버린 후에도 목숨이 붙어 있고 그런데도 주변에 자신을 돌보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때야말로 더 이상 이런 박정한 세상에 살 필요가 없는게 아닌가?  쳐들어갈 자식이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고 아니면, 최후의 행진 후에 길에서 쓰러져 죽을 결의만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돈도 적당히 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한 푼이라도 쓰지 않고 살다가 돈을 남겨둔 채 딱하게 죽는 도리 밖에 없다. 돈도 의지할 연고자도 아무것도 없는 노인이 어떠한 이유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면,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이나 주변 사람에게 염치불구하고 매달리거나 그들 중 누군가의 거처에 굴러 들어가면 된다. 약간은 거친 사고방식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의 권리라 생각해라.  그렇게 막다른 지경까지 몰아넣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를 해 준다면 그 이상 더 좋을 것은 없으나,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죽어갈 정도라면 주위 사람에게 신세지는 것이 도리어 의무가 아닐까?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인간에게 일생 동안 행복감의 총량은 모두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혀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일수록 불만이 많은 경우도 있고, 그것은 당사자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행복이란 주관적이기 때문에 결국 당사자는 불행하다. 객관적으로는 아무리 불행한 상태 속에 있어도 이런저런 형태로 구제 되어질 수 있고 어떠한 영광의 빛 속에서도 불안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나쁜 일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아무리 좋게 보이는 것도 결코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가 나쁜 부부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한 사람이 확실히 구제 되지만, 좋은 부부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한 사람은 살아가면서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일은 오늘부터 다시 말해서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매일 밤 기도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라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감사했습니다” 라는 한마디로 신에 대한 감사만이라도 드린다. 한평생 부단히 노력해라.  이것은 나이에 관계 없이 인간의 문제다. 인간이 인간을 포기하게 될 때까지 모든 직업, 모든 연령, 모든 입장, 모든 성격의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부과 되어진 인생을 진하게 음미하는 방법인 것이다. 나는 결코 '노력한다'는 말을 도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이라는 말도 지금으로서는 정의하기 어렵다. 노력한다는 것은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인 것이다. 노력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결코 외부에서 판단 할 수 없다.

 

40세가 넘어서면 인간은 날마다 조금씩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지만 늙어간다. 50-60세를 넘으면 인간은 승산 없는 싸움에 말려드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이제 젊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니 앞으로 체력은 날로 약해지고 능력도 쇠퇴되며, 미모는 간데 없고 병의 치유도 점점 어려워 지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행복에 의해서도 충족되지만 괴로움에 의해서도 더 크게 성장한다. 특히 자신의 책임도 아니며 까닭도 없는 불행에 직면했을 때만큼  인간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도 없다. 노년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불행도 바로 이러한 시련인 것이다. 병들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예전에 지녔던 모든 영화를 잃어버렸으며 아무도 도와줄 사람도 방법도 없었다는 점에서 다른 노인과 똑같은 상태로 보아도 별지장이 없다. 그러나 사소한 것에서 마지막에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로 자신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리라고는 깨닫지 못한다. 최후까지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