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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 老 錄 소노 아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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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스스로 하려고 노력 할 것, 그리고 나서지 마라. 자신에게 힘이 부치는 일을 일체 하지 않는 사람은 젊었다 할지라도 노인성 생활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분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노인의 불행 가운데 적어도 일부분은 주위 사람들의 방치가 아니라 노인 당사자와 그 주위 사람들의 과잉보호에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가혹함을 견뎌내는 습관은 비교적 젊었을 때부터 길들여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힘든 일을 매일 지속적으로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노년에는 병 그 자체 보다도 요양생활이 두렵다. 불과 1-2주간만 누워 있어도 앓고 난 후 다리가 눈에 띄게 움직여지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젊었을 때는 2,-3주간 누워 있어도 병이 나으면 그것으로 완전히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 그러나 노인은 다르다. 고열이 있을..
푸념해서 좋은 점은 단 한가지도 없다 젊을 때는 푸념도 애교가 된다. 푸념을 늘어놓지 않는 사람은 반대로 친구 만들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노인의 푸념은 자신도, 타인도 비참하게 할 뿐이다. 푸념은 산사태와 같아서 한번 시작하면 끝없이 계속하기 마련이다. 불평만 늘어 놓는 노인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 들지 않는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평은 그늘진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참고 살아 왔던가. 그것은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혹은 이득을 보기 위해 참고 견디어 왔던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는 실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으므로 그 사람들의 존재를 뜻있게 하고, 함께 일하며 살아가기 위해 기꺼이 누구에게라도 양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참한 일도 아니며 전혀 슬퍼할 일도 아니다. 그것으로 ..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말 것 남의 사생활에 참견하는 한가한 생활태도를 고쳐라. 또 그 행동의 선악을 단정하거나 고쳐 놓겠다고 해서도 안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예외도 많으나, 노인은 대체로 한가하다. 한가하게 되면 인간은 오히려 여가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 여가란 원래 자신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내면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어떤 노인은 여가를 전적으로 외적인 것에 소모한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자신은 경험도 풍부하고 친지나 친척들에게 이사람 저사람 사이의 갈등이나 대처 방법에 대해 자기야 말로 가장 올바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판단 착오다. 바로 이런 노인이야말로 자신의 행동 방식은 전혀 바꾸려 하지 않고 단지 다른 사람의 방식만을 바꾸려 하는 것이다.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
노인이라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인구 4명중 한명이 노인인 시대가 닥칠 때 노인이라는 사실이 지위나 자격으로 통할 수 없다. 자립의 마음가짐은 정신의 젊음을 유지하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므로 그것은 바로 자신을 위하는 일이 된다. 노인이 되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일종의 응석이다. 세상 사람들에 대해 해도 좋을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분간해야 한다. 가족끼리도 마찬가지다. 가정은 노인이 되어 의존하고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지만 노인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함부로 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참고 있는 것을 노인은 양해를 받은 듯 하는 착각한다. 이것은 노인과의 관계에 한한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는 마음을 편히 열어도 좋다고 해서 기분 나쁜 일을 마구 털어 놓거나,..
남이 주는 것, 해 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사람 그대로 족하다. 내가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전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갔기 때문이다. 내가 이 나이 되기까지 그런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성격이 바뀌거나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인간은 최후까지 불완전한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떠한 사람도 없어서는 곤란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에 감동을 받은 것은 중년을 넘어서 였다. 사소한 나쁜 짓이나 죄악에는 그것을 통해서 인간을 알고 인간의 운명의 한계를 인식하는 힘이 된다. 그리고 또한 아무리 훌륭한 인간이 되려고 애써도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많든 적든 이 ..
나이들어 감에 나는 누구에게나 그 사람이 다름아닌 그 사람이라는 필연적인 이유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이제는 실감할 수 있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나이 들고 세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 새로운 혼란을 제대로 보는 입장에 처해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젊었을때보다도 복잡하게 몇 겹으로 가리워진 사물의 내면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말은 사물의 배후에는 무한한 깊이와 숨겨진 부분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점점 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 것일뿐이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노인의 심경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따라서 노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실례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현실과 예감은 명백하게 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