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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섹스와 밈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으로 meme를 동원하여 금욕을 설명했다. 사람들이 meme 확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따라 meme 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가정하자. meme 관점에서 그 밖의 다른 일은 시간낭비다. 결혼, 출산, 양육, 심지어 성행위 자체도 meme 에게는 대단한 시간 낭비다. 그렇다면 성직자가 결혼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내와 자식이 그의 시간과 관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그가 신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금육을 장려하는 것은 결혼을 장려하는 것보다 생존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된다. 로마 가톨릭처럼 사제의 금욕을 고집하는 종교에는 활발하게 meme를 퍼뜨리는 성직자가 무수히 많을 것이고, 그에 따라 무수한 개종자가 생겨날 것이고, 새롭게 금욕을 선서할 후보자가 줄기차게 공급될 것이다. 사제들이 절제의 고통때문에 더 열렬하게 신앙을 섬길지도 모른다. 섹스에 대한 사악한 번뇌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말이다.

 

한사람에게 주어진 시간과 노력과 돈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유전자는 자원을 통제하려 것이다. 아이를 많이 둔 여성은 너무 바빠서 사회생활을 활발히 할수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 반면에 아이를 하나만 두었거나, 두지않는 여성의 경우 집밖에서 직장을 갖고 역동적인 사회생활을 즐기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자기 일을 갖는 등 자신의 meme을 퍼뜨리는 행위를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 볼때 출산율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가 좋고 업무량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부부가 있다. 여자는 잡지편집자이고, 남자는 경영 컨설턴트라고 하자. 부부의 넓은 집은 일터 겸용이다. 컴퓨터, 팩스, 전화, 작업할 것들이 가득 쌓인 책상이 있고, 부부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여자는 잡지사에 출근을 하지만, 가끔은 집에서도 일한다. 원고 기사를 편집하고 자기 기사를 쓰거나, 관련된 문제들을 처리한다. 일이 없을 때는 외출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부부가 아이문제를 결정할 시기가 되었다. 여자는 삼십대다. 그녀는 막연하게나마 늘 아이를 원했지만,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그녀는 가정과 직장을 병행 하느라 정신없는 친구들을 많이 보아왔고, 아이가 잡아먹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얼마나 잠을 빼앗길지,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고 있다. 그녀는 자기 일을 생각해 본다. 회사는 또 다른 잡지를 인수할 예정이다. 그녀가 둘다 병행할 수 있을까?  출산 휴가를 내면, 그 일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남자는 자기 고객을 생각해 본다. 아이가 있으면 방해가 될까?  집말고 따로 사무실을 얻어야 할까?  그가 주말이나 밤에 일을 하지 않는다면 경쟁자에게 뒤지지는 않을까?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일이나 ,기저귀 갈기나, 우유먹이기는 어떻게 할까? 부부는 모든 것을 고려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두 사람이 아이를 갖기보다 일에 에너지를 쏟겠다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부의 생각, 감정, 성공에 대한 욕구, 기꺼이 열심히 일하겠다는 결의 등은 모두 meme 확산에 헌신하는 복제기기의 여러측면들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meme 전파에 삶을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meme에 감염된다. 인터넷이 도래하여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을 하고, 그 속의 새로운 meme 들과 노는 일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쏟을 우려가 있다. 컴퓨터 광은 자기 몸의 유전자에 예속된 상태라기보다 차라리 자기가 가지고 노는 meme 에 예속된 상태다.

 

우리가 집과 물건을 소유하고, 사회에서 지위를 차지하고, 주식과 현금을 소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meme에 의한 일이다. meme이 기반한 사회가 아니라면, 이런 것들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위해 땀 흘려 일하며, 죽을 때에는 소중한 누군가에게 그런 것들을 남기고 싶어한다. 어쨌든 meme 관점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소유물을 물려주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meme을 퍼뜨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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