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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자아(2)

‘진정한 자아’가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자아는 평생 지속되는 영속적인 실체이고, 뇌가 바깥 세상과는 분리된 존재이며, 기억과 신념을 보유하고, 행동을 개시하고, 세상을 경험하고, 결정을 내린다. 반면  ‘망상적 자아’ 가설이라고 부르는 이론도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자아는 공통의 역사를 통해 하나로 묶인 생각들, 감각들, 경험들의 꾸러미다. 이런 이론들에 따르면 연속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라는 망상은 뇌가 말하는 이야기들, 혹은 뇌가 짜내는 환상들 때문에 생긴다. 영장류가 갈수록 복잡한 사회를 발달시킴에 따라 그들의 생존은 남들의 행동을 더욱 정교하게 예측하고 앞지르는 일에 좌우되기 시작했다. 돈, 존경, 명성을 얻는 것도 일종의 행복이긴 하다. 그러나 그 행복은 짧다. 부유한 생활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는 삶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는 예술가들이 자신을 잊고 일에 빠진 상태를 가르키는 '충만한 몰입'의 경험을 연구했다.

 

몰입은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사람들이 대화에 빠졌을 때, 좋아하는 운동을 할 때, 사랑을 나눌 때 얻어진다. 이것은 모두 자의식의 상실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다. 당신은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아니면 거꾸로 물어보자.  당신은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은가?  아마도 실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걱정, 경제적 어려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상대,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이중에는 경험의 소유자로서 자아개념, 그리고 자의식을 가진 생물만이 느낄수 있는 것이 많다. 어떤 종교들은 거짓된 자아감이야말로 온갖 번뇌의 원천이라고 본다. 특히 불교에서 그렇다. 無我란 육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 자아가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자아는 일시적인 구성물이고, 자신에 관한 생각이나 이야기일 뿐이라는 뜻이다. 밈플렉스는 상호이득을 꾀하면서 하나로 뭉친 밈들의 집합이다. 한 조각의 정보는 특정 대화에서 의미가 있다거나, 쓸모가 있을 때만 전달 된다. 그렇지 않다면 쉽게 잊혀진다. 반면에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때라도 자신의 신념과 의견을 남에게 주장한다. 가끔은 남을 납득시키기 위해 열렬하게 노력하기도 한다. 사람의 소유물도 지위를 높여준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될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의 소유물은 육체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자아에도 속한다. 무엇을 잃어버렸다면, 실제로 그것을 소유한 주체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내 집과 내 정원, 내 자전거, 수천권의 책, 내 컴퓨터,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에 의해 부분적으로나마 내가 정의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그저 살아있는 생물체인 것만은 아니다. 나는 이 모든 물건이기도 하다. 신념, 의견, 소유물, 개인적 취향 등이 그 뒤에 누군가 믿는 사람이나 소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개념을 보강해 주는 것이다. 당신이 더 확고하게 한쪽 편을 들고, 무언가에 연루되고, 주장을 역설하고, 소유물을 보호하고, 강한 의견을 견지할수록,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신념이라는 신비로운 것을 지닌 내적인 자아도 존재한다는 거짓된 생각이 강화된다. 자아는 밈들의 강력한 보호자다. 사람들은 우리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마땅히 과학, 정치, 날씨, 관계에 대한 의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을 얻고, 가족을 꾸리고, 신문을 읽고,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밈이 끊임없이 폭격을 가함에 따라, 우리의 삶과 자아는 갈수록 스트레스를 느끼며 복잡해진다.  모두가 달리기 때문에, 그저 같은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라도 계속 달려야 하는 상황이고, 누구도 이득 보는 사람은 없다. 대인이 겪는 불행과 좌절, 심리학적 질병은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거짓된 삶을 사는 것이고, 때로는 절망적일만큼 불행하고, 혼란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다. 밈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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