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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자아(1)

 '지구에서 오직 우리만이 이기적 복제자들의 폭정에 대항할 수 있다.' 밈개념을 처음 말했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일까? 미국인 88%는 사람의 영혼을 믿고, 유럽인은 61%가 믿는다. 초자연적인 현상 등을 믿는 사람의 비율과도 비례하는 수치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접근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 프랜시스 크럭은 ‘놀라운 가설’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 당신, 당신의 기쁨과 슬픔, 당신의 기억과 야망, 당신이 느끼는 정체성과 자유의지가 사실은 방대한 수의 신경세포들과 그에 연관된 분자들이 취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놀라운 가설이다”  컴퓨터의 칩이나 회로를 들여보는 것만으로는 컴퓨터 활동을 이해할 수 없듯이 뉴런들의 행동이나 연결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의도, 동기,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또 다른 접근법은 자아를 기억이나 성격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성격은 한 개인의 상당히 일관된 방식으로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시켜 주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개인의 행동방식은 그가 타고난 뇌와 평생 경험을 반영한다. 기억이 뇌나 몸을 분리할 수 없듯이, 성격도 분리될 수 없다. 우리가 성격과 뇌에 관해 많이 알아갈수록 그것은 살아있는 뇌의 한 기능이며, 뇌에서 분리할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당신은 곧 당신의 기억이자, 당신의 성격이라는 말에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런 것이 없으면, 당신은 당신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별도의 자아를 구성하는 재료라거나 속성은 아니다. 그것들은 신경조직의 복잡한 기능들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자아를 사회적 구성물로 보는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당신은 아마 이름, 직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당신의 직위등을 말할 것이다. 이것은 쉼없이 변하는 사회적 생물체에게 붙여진 이름표이다. 그것은 당신이 머무르는 장소나 힘께 있는 사람에 따라 바뀐다그럼, 나는 어디에 있는가?  가장 확실한 후보자는 뇌 속이다. 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은 자아감에도 영향을 미치고, 뇌의 몇몇 영역들이 손상을 입으면 자아감이 파괴되거나 변한다. 뇌에 전극으로 자극을 주면, 그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몸이 줄어들거나 팽창하는 느낌을 받고, 둥둥 떠다니는 감각을 느낀다. 뇌속을 들여다봐도 그 안에 자아는 없다.

 

현대의 뇌과학기술을 동원하여 확대해 보면 1000억개 가량의 뉴런 즉 신경세포를 볼 수 있다.  뉴런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 한다하지만 자아가 도사리고 있을만한 하나의 중심지는 없다. 모든 입력이 들어오는 하나의 장소, 모든 지침이 발령되는 장소는 없다.  우리는 스스로가 중앙에서 모든 상황을 관찰하며 통제한다고 느끼지만, 그런 중앙통제가 머무르는 장소는 없다. 자아는 감각들의 묶음일 뿐이라고 한다. 내가 소리를 듣고, 감각을 느끼고, 세상을 본다는 개념은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몰라도 아마 거짓일 것이다. 사람들은 지각하지 않고도 반응을 보일수 있다이것 역시 의식이 행동을 지시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의식적 지각이 정상적으로 따라오는 경우에도 그것이 늘 정확한 시점에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고통을 의식하기전에 이미 몸을 피한다. 물웅덩이의 존재를 의식하기 전에 이미 훌쩍 건너뛴다. 의식은 나중에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가 의식적으로 그런 일을 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내게 도움이 되었던 대체요법을 굳게 믿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도 그 효력을 인정하라며 강요한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믿는다는게 무슨 뜻일까?' 마치 신념이라는 무언가를 소유한 자아가 존재한다는 말 같지만, 달리보면 현실에는 논쟁하는 사람, 정보를 처리하는 뇌, 복사되거나 복사되지 않는 밈이 존재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믿음도, 믿음을 지닌 자아도 찾을 수 없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아가 나만의 창고에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기억을 끌어낸다는 듯이 말한다. 기억은 늘 변화하는 정신적 구성물이라는 것, 기억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는 것, 기억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떠오르곤 한다는 것, 내가 아무런 의식없이 복잡한 기억을 활용하곤 한다는 것을 짐짓 잊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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