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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우리는 밈머신이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유전자에게만 집중했고, 사회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간과했다. 모든 문화를 일종의 유전적 선택환경으로 취급했다. 칼 마르크스는 사람의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과학자들은 사람의 사회적 역할이나, 그가 처한 배경에 따라 삶과 자아가 구성되는 과정을 연구한다. 자연선택은 오랜 진화의 기간동안 유전자와 밈 모두에 작용함으로써 우리 몸과 뇌를 설계했다. 우리는 각각 독특한 존재지만, 우리의 유전자들은 모두 과거의 생물에게서 왔고 우리가 계속 번식한다면 미래의 생물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또한 언어능력과 밈환경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 방대한 수의 밈들을 저장한 보관소이기도 하다. 우리의 밈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왔고, 우리가 계속 말하고, 쓰고, 소통한다면,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것이다.

 

나는 자아복합체안에 성공적으로 편입된 밈들의 산물이다.  내가 그런 밈들을 갖게 된 까닭은 내 유전자가, 내 뇌가 유독 그런 밈들을 잘받아들이는 성향일지도 모르고, 내 밈 환경에서 그 밈들이 다른 밈들에 비해 어떤 선택적 이점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둘다일지도 모른다. 벤저민은 오늘 아침 콘플레이크를 먹기로 결정했다. 왜? 그는 인간적인 취향과 유전자 조성을 지닌 인간이라 아침에는 탄수화물에 끌리기 때문이고, 오늘 아침에는 평소보다 더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것을 먹을만한 환경에서 살고 있고, 돈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광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밈과 유전자가 힘을 합쳐서 이런 환경에서 이런 행동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우리는 '왜냐'고 물으면, 그는 자신이 콘플레이크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자기 의지로 한 결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자유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벤저민은 누구인가부터 정리하면, 벤저민이란 그의 몸과 뇌를 가르키는 것이며, 분명 벤저민이 선택한 것이 맞다. 사람은 늘 결정을 내린다. 다른 동물도 계획이 있고, 욕구와 좋고 싫음이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일반적인 자유의지 개념의 핵심에는 벤저민의 의식적 자아가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말할 때는 내가 그것을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의식적으로 자유롭게,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해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행위자여야만 자유의지로 간주된다. 밈의 관점에 따르면 의식적이든 아니든, 인간의 모든 행동은 밈과 유전자와 그들의 모든 산물이 복잡한 환경에서 복잡하게 상호작용 함으로써 생겨난다. 우리는 주관성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아직 모르지만, 이것이 매순간의 뇌활동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특정 순간에 내 의식의 내용은 뇌 전체의 활동에 달려있고, 누가 무엇을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내부의 이야기에 달려있다. 하지만 감동의 눈길로 산꼭대기를 바라볼 때나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때는 자아복합체가 나를 장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의식 상태들이 수면에 떠오를 수 없게 되고, 그리하여 자의식이 없는 의식상태도 가능해진다. 나는 의식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의 나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주관성에는 어떤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없다. 그것인 인과적인 행위자가 못된다. 벤저민이 콘플레이크를 그릇에 부을 때 그에게 분명히 의식이 있었겠지만, 의식은 그 행동에서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않는다.

 

태머리스크는 과학책을 썼다. 이것은 그녀가 의식적으로 책을 저술했다는말은 되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 그가 재능있는 작가가 된 것은 그녀의 유전자들이 언어를 잘 다루는 뇌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고독한 작업을 좋아하는 신념있는 개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책을 가치있게 여기고, 그것에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에 그녀가 태어났기 때문이고, 교육받던 중에 자신의 과학적 재능을 발견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며, 수년간 연구하고 생각한 끝에 오래된 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발상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단어 하나 하나를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창조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는 언제나 새 책이 씌여지고, 새 기술이 발명되고, 새 정원이 설계되고, 새 영화가 제작된다. 하지만 그런 창조성을 생성하는 배후의 힘은 복제자들의 경쟁이다. 지식, 예측력은 적응이다.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창을 내다본다고 하자. 생각들이 잇달아 떠오를테지만, 모두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들일 것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가만히 흘려보내고, 현재로 돌아오자.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만히 관찰해 보자. 마음은 언어를 사용해서 대상들을 지칭하려고 할테지만, 언어 또한 시간을 소요하는 것이고, 진정으로 현재에만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흘려보내자. 이렇게 반복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기 시작한다.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생각 대신에 그저 변화만이 존재한다고 느껴지고, 그 광경을 목격하는 자아가 있다는 생각도 서서히 희미해진다가만히 앉아서 매사에 골고루 주의를 쏟다보면, 내 관심이 어떤 소리나 움직임에 무엇보다도 난데 없이 튀어나오는듯한 숱한 생각에 끌려다닌다는 기분이 강해진다. 내가 걱정하는 일, 내가 지지하는 의견, 내가 말하고 싶은 것, 혹은 말하지 않았으면 좋은 것, 이런 것들이 불쑥 등장해서 나를 사로잡는다내가 스스로 주의를 통제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자아로 귀착되고, 결정은 내가 내린 것이라고 묘사된다. 의식 내용은 '나'라는 감각에 압도당한다. 내가 주도하고, 내가 책임지고, 내가 고통스럽다는 식이다. 우리는 무언가 꼭 해야 한다고 애쓰거나, 결정에 관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몸이 알아서 알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그친다. 그리고 실제로 몸이 알아서 한다. 그것은 자기 통제력이나 의지력 덕분에 내가 결연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허구의 자아를 몰아으로써 결정이 알아서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위하여 무언가를 희망하고, 원한다는건 무의미하다. 그래서 모든 것은 내가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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