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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종교

좋든, 싫든 우리는 종교에 둘러쌓여 있다. 세계의 주요 종교들은 역사가 수천년에 이르고, 우리의 달력과 명절에, 교육과 양육에, 신념과 도덕에 영향을 미쳐 왔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우고, 그곳에서 자신의 신을 섬기는 일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는다. 우리는 종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의 거대 종교들은 대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갖춘 소규모의 컬트로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날로 세력이 확산되어서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명의 신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인류 역사에 작은 컬트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보라. 그중 대다수는 지도자가 죽거나, 몇 안되는 추종자들이 흩어진 뒤에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극소수는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거대한 신앙 체계가 되었다. 왜그랬을까?

 

어떻게 예수는 당시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졌다는 것일까? 예수는 어떻게 부활했고, 지금은 대체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일까? 무수히 많은 전쟁에서, 양 진영이 신에게 기도를 올려 자신의 편이 이기게 해달라고, 적을 죽여달라고 줄기차게 애원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아직 전 세계 수백만몀이 카톨릭 신자를 자처하고, 예수와 성모 마리아와 하느님 아버지에게 기도를 올리며 신앙을 지지하고, 포교 하는 일에 귀중한 시간과 돈을 막대하게 소비한다. 카톨릭교회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조직중의 하나이다. 왜 종교적 밈은 진실성과 무관하게 성공했을까? 카톨릭의 신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본다. 자신의 계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끔찍한 벌을 내린다고 한다. 이런 협박은 확인하기 어렵다. 하느님의 사랑은 언제든 구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 대가란 종교생활에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카톨릭 신자들은 카톨릭 신앙을 퍼뜨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종교는 고대로부터 존재했던 갖가지 의문들에 대해 답을 준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  세상은 왜 고통으로 가득할까?  종교적인 대답은 거짓일지 모르지만, 답은 답이다. 종교에 혼신하는 사람은 또 소속감을 느낀다.

 

사람들 중에는 정말로 착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신앙의 이름으로 이웃을 돕고, 가난한 자에게 기부하고 도덕적인 삶을 꾸리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성공적으로 그렇게 해낸다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을 더 좋아하고 존경할 것이고, 더 많이 모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와 관련된 종굑적 밈도 확산된다. 교회, 사찰애서 받는 기부금에서 많은 부분이 가난한 자와 절실한 자에게 사용되는 대신에 아름다운 건물의 건축비나 성직자의 보수로 쓰인다.  종교적 밈 확산에 투자되는 것이다. 신자들은 자신의 시간에서 많은 부분을 기꺼이 신앙의 유지와 확산에 바친다. 나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나와 공통의 문화적 선조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그를 도와주면 그의 성공확률을 높여주는 셈이고, 따라서 그는 자신의 밈을 잘 퍼뜨리게 될 것이다. 힌두교, 무슬림, 기독교 신자는 다들 신의 이름으로 거듭 전쟁을 일으켰다. 고작 수백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수천명의 잉카인을 살해하여 문명 전체를 파괴할 때도, 그들은 신의 영광과 신앙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선교사들도 여전히 고대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들이 잘못된 신앙을 가졌다는 이름으로 고문하고 살해되었다.

 

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가 진실된 이해를 온세상에 퍼뜨리기를 원하므로 우리는 난도질하고, 약탈하고, 살해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대부분의 내용이 자기 모순적일 정도로 융통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그 어떤 행동이나 도덕적 견지도, 수월하게 정당화 해준다. 종교적 밈이 처음부터 성공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행동이나 사상이나 이야기로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노력에 끼어들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계속 복사되었을 뿐이다. 공포를 조장했다가 다시 해소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순종을 끌어내고 확산을 부추긴다. 거짓이거나 절대로 확인이 불가능한 생각들이 수백만 인구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신앙은 누구의 손에 의해 설계된게 아니다. 그들은 밈의 선택의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TV나 인터넷을 통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밈을 퍼뜨릴 수 있다.  종교인들은 먼저 공포를 조장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끔찍한 일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의 무력함과 유한한 목숨을 강조한다. 과학은 답이 되기는 커녕 세상의 해악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 뒤, 유일한 구원의 희망인 전능하신 하나님에게 무릎을 끊으라고 설득한다. 복종의 경험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은 때로 신에게 귀의한다.

 

신비의 체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물아일체의 느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직관한다는 느낌, 만물이 혼연일체가 되어 가벼워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부처는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강한 마음을 품고 보리수 나무밑에 앉아 있다가 일순간 각성을 했다. 그의 깨달음을 제자에게 가르쳤다. 그는 도덕적인 행동규범을 마련했고 제자들에게 매순간에 집중하는 수행을 함으로써,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라고 가르쳤다. 이런 말은 별로 위안이 안된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근본적으로 불만족스러운 이 세상에서 각자 혼자 힘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더 나은 상황을 만들려고 애쓰는 순간 우리는 당장 열망에 사로 잡히고, 따라서 번뇌에 시달린다. 각성은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 이것은 밈으로서 별로 성공적인 것이 아니다. 누구나 스스로 진리를 별견해야 한다고 하며, 분명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그저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련을 하라고 한다. 이 어려운 생각은 동양에서 거의 맥이 끊길 지경이었다가 가까스로 소생하였으며, 지금은 서양에서 퍼지고 있다.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에 관해서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지만, 매장 풍습이 있었다는 것은 적어도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존하는 수렵체제 사회를 보면 조상숭배, 사제나 샤먼에게 특수한 능력이 있다는 믿음, 내세에 대한 믿음 등 다양한 종교 신념이 확인되므로, 초기 인류의 종교도 대강 그와 비슷했을 것이다. 초기 인류는 부족사회를 이루었고, 그로부터 점진적으로 더 복잡한 계층사회가 진화했다. 국가체제로 되었을 때, 노동분업이 충분히 발달했으므로 식량생산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보통 다양한 형태의 통치자들이었고 군인이나 사제도 포함 되었다. 군장들은 노동인구로부터 어마 어마 한 많은 부를 얻어냈고, 그중 일부를 사용하여 장엄한 신전이나 공공건물을 지음으로써 자신의 권세를 가시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이 잠자코 세금을 내는 이유는 대가로 얻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득이란 폭력으로부터 보호, 유용한 공동시설 등이다.

 

청년들이 신을 위해 죽는 것이 선한 일이라고 믿을지도 모른다.  종교전쟁에서 죽는 것은 영웅적인 일이고 천국을 예약하는 일이라고 믿을지 모른다. 용맹한 청년들이 신앙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사회와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이나 복수에만 신경을 쓰는 사회가 전쟁을 한다면, 전자가 이길 확률이 높다많은 종교가 신자들의 순응을 장려하고 금지행위를 처벌하며, 신자외 비신자 차이를 과장하고 다른 신앙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을 부추긴다. 종교집단사이의 전쟁은 참으로 흔하고, 인류의 진화역사에는 종교 때문에 생사가 결정된 집단이 무수히 많았다. 인간의 신념은 집단선택에 의해 형성되었을지 모른다. 정말 그렇다면 현재의 인간은 오랜 밈 역사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종교적 생물로 진화한 셈이다. 종교는 수천년동안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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