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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인터넷

내 집을 가득 채운 기기들 가령 펜이나, 책이나, 컴퓨터나, 오디오가 모두 그런 밈 복제 도구다. 글은 언어의 수명을 늘리는 첫단계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지금부터 약 4000년전에 문자를 발명했고, 멕시코 원주민들은 기원전 600년 쯤에 문자를 발명했다. 우리는 차라리 복사기계다. 우리는 밈들의 경쟁이 이끌어가는 방대한 진화과정에서 선택환경의 일부일 뿐이다. 책을 쓰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생각의 격전지나 다름없다. 내 안에는 수많은 생각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인쇄될 수 있는 수는 아주 적다. 나는 무에서 생각을 창조해내는 독립적인 의식 주체가 아니다. 내 뇌는 과거의 교육으로부터, 독서로부터, 오랜사고로부터, 무수히 많은 밈을얻었고,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뇌에서는 그 밈들이 서로 뒤엉켜 작용한다. 철도, 도로, 배를 통해 한 개인이 접촉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림으로써, 크고 다채로운 밈풀을 만든다. 도시 거주자는 외진 곳의 거주자보다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따라서 밈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전달한다. 밈들 중에는 도시에서만 가능한 행동도 있다. 외식을 하거나, 술집에 가는 것, 즉석에서 약속을 잡아 친구를 만나는 것, 각종 사건의 중심지에 유력한 직업을 갖는 것, 도시 거주자는 스스로 이런 밈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밈을 간직한 사람을 많이 만난다. 일단 몸에 익힌 습관은 떨쳐내기 어렵다. 전화와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모두 밈을 효과적으로 퍼뜨리기 위한 발전 단계들이다.

 

인간은 수다떨기, 소식전달, 의견을 교환을 좋아하도록 유전적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 많은 밈을 만든다. 전화로 더 많은 생각을 퍼뜨릴 수 있다. 중역들이 갖고 다니는 사치품이었던 휴대폰은 대부분의 사람들, 십대까지도 가져야 할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줄곤 책의 종말을 점쳐왔다. 라디오가 세상에 등장하자 독서인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고, 텔레비전이나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실에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소설화한 책이 수만권 팔리고, 서점들은 어느때보다 많은 책을 팔아치운다. 편지는 낮은 다산성, 높은 충실도, 긴 수명을 추구한다. 책은 세가지 기준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

 

밈 전달이 가속되면 경쟁도 가속되고, 최신기술이 없는 사람은 경쟁에서 낙오한다. 최신기술은 우리를 부추겨서 많은 책을 다 읽게 하고, 메일을 오늘 꼭 보내게하며, 새벽 세시에 일본에서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게 한다. 우리는 이 모두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설계된 것이라 생각한다. 1989년에 월드와이드웹이 발명되었다. 인터넷은 그 몇 년전부터 벌써 확장되는중이었고, 소수의 정부 과학자들을 연결하고자 만들어진 작은 체계는 급속하게 전세계적 체계로 발전했다. 누구나 월드와이드웹에 저장된 정보를 세상 어느 곳에서든 끌어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 많은 사람의 에너지 자원이 소비된다. 우리 눈앞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영상의 극히 일부를 저장하는 것조차도 나름대로 방대한 뇌의 용량을 넘어선다. 그래서 뇌는 정보의 대부분을 버린다. 대신에 필요하면 다시 볼수 있다는 능력에 의존한다. 우리는 창밖을 바라볼 때 아름답고, 풍부한 시각적 영상이고, 고스란히 머릿속에 구축된다는 인상을 받지만, 사실 뇌는 영상의 중앙에서 작은 부분을 확보한다.

 

작은 사이버공간에는 수백만명의 사용자가 자기 웹사이트에 올려둔 갖가지 이야기, 사진, 프로그램, 게임이 있다. 디지털정보로 구성된 가상세계인 셈이다. 우리가 인터넷 사용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밈들이 자신의 복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웹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경쟁하며 당신의 주의를 끌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비로소 이해가 간다. 더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으로 진화한 우리의 본성이 밈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여전히 크게 떠맡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성과 음식과 싸움에 관한 밈들이쉽게 성공한다. 월드와이드웹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주제는 섹스다. 컴퓨터 게임중에는 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전세계를 아우르는 체계는 지금도 계속 더 커지고 더 복잡해진다인터넷은 갈수록 확산하여 결국 사람이나 사물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흡사 방대한 자연생태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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